▲내 집에서 바라본 동쪽 마을 설경. 요즘 글밭 가는 일에 바빠서 그만 눈내리는 장면을 놓쳤다. 그 새 눈이 녹아서 그동안 메마른 개울에는 시냇물이 조르르 내리고 있다박도
첫 번째 메일은 미주 동포로부터 왔다.
눈님이 그곳도 오고 있나요?
선생님, 사시는 마을에 가물어 어렵다고 하셨는데, 눈님이 그곳도 오고 있나요? 눈 내리는 산골풍경 너무도 아름답겠습니다.
나의 지난 1월 28일자 <천지신명에게 빌고 싶은 마음>과 2월 11일자 <이 추운 겨울에 갑자기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면>이라는 기사를 보고서, 산골 가뭄에 안타까워하며 보낸 정겨운 메일이었다.
필자가 실제로 해외에 가서 보니까 인터넷신문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많이 열독하고 있었다. 워싱턴의 한 동포는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신문으로 고국의 소식을 확인한 뒤, 그날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그 분만이 아니라, 그렇게 사시는 분이 숱하게 많다고 했다.
사실 국내는 하루 종일 뉴스를 전하는 TV도, 거리마다 사무실마다 널브러진 종이신문에서 뉴스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지만, 국내보다 아무래도 매체가 제한된 해외에서는 고국의 인터넷신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보도 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해외 동포들은 국내에 있을 때보다 고국소식에 더 관심이 많아진다고 했다.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후 해외 동포로부터 많은 댓글과 쪽지와 메일을 받았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독일 스웨덴 카자흐스탄 일본 … 등 해외 동포가 있는 곳에서는 거의 댓글이나 메일을 받았다.
미국에 사는 동포가 들려준 일화다. 인터넷뉴스를 보니 고국에 곧 태풍이 온다고 하여 부산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딸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잠자다가 전화를 받고는 곧장 대피하여 재난을 면했다고 한다.
또 다른 동포는 사위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고 목소리가 감기가 든 것을 감지하고는 딸에게 넌지시 메일로 너의 서방 감기든 것 같다고 처방전까지 보내자, 뒷날 사위로부터 ‘귀신같은 신세대 장모’로 칭송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옛날 사람이 무덤에서 깨어나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아마도 금세 졸도할 게다. 이제 우리는 어쩔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온라인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삶을 멀리하면 그만큼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