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엔 일본 군사대국화 경계 의도 담겨

[주장] 핵보유 선언에 담긴 또다른 의미 살펴야

등록 2005.02.18 14:51수정 2005.02.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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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2년 인도향으로 출항하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환송하는 일본 시민들.

지난 2002년 인도향으로 출항하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환송하는 일본 시민들. ⓒ 연합뉴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인가? 어쩌면 그렇게도 오늘의 한반도 정세는 110년 전의 청일전쟁 때와 닮아 있나?

110년 전 일제는 미영 제국주의 세력을 등에 업고 한국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도록 유도한 후 청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에서 청나라 세력을 몰아냈다. 일제는 그러나 대륙세력으로서 남쪽에 부동항을 확보하려고 했던 러시아와 한반도에서 충돌하여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끝에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을사 국치조약으로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 한반도는 100년 동안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

우리 민족의 숙원은 한반도에서 자주적 통일국가를 수립하는 일이다. 고종은 그 때, 중립국을 주변국들에게 애원했지만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리떼 같은 세력다툼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킬 힘이 너무나도 허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고, 60년 전 미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한 끝에 남북간에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남쪽에는 핵무장을 한 막강한 미국이 버티고 있다.

해양국가인 일본은 지금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여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다시금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 빌붙어 핵무기만 없을 뿐이지, 그밖의 군사력은 중국·한국·북한을 합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이것을 세계 제2의 국민총생산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단 3~4일이면 핵무기로 무장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러시아·한국·북한 심지어 미국마저도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주변정세다. 소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110년 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미국과 일본은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중국과 러시아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에는 대만 독립을 가지고 압박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신자유주의 세계금융자본주의를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경제 군사적으로 해양세력인 미·일의 영향력 하에 편입되어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

북핵문제가 2월 10일 북의 6자회담 불참선언으로 불거지자, 벌집 쑤셔놓은 듯 여러 논의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지러울 때일수록 역사를 되돌아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무성한 논의가 한가지 매우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본의 막대한 군사대국화 문제를 시야에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북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한반도가 비핵화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버티고 있고, 이에 대항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가 대륙에서 버티는 상황으로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핵무기가 없음으로 한반도는 일본의 중무장한 군사력 앞에 벌벌 떨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일본을 미국이 견제하니까 안심하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100여년 전에 '태프트-가쓰라 밀약'으로 한반도를 일본에게 넘겨준 미국이 아니었던가? 그 때의 그 쓰라린 굴욕적인 상황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더욱이 일본은 2차대전 이후 평화헌법을 채택하여 평화애호국가의 모습을 보였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북한 위협론 등을 빌미로 평화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니,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은 시간문제다.

그럼 미국이 핵무기로 뒤에서 받쳐주고 있는 일본의 막강한 중무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핵무기가 아닌 통상무기 경쟁에서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을 따라갈 가능성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그렇다면 또다시 한반도는 일본의 반식민지는 아니더라도 그 앞마당 정도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한반도가 일본의 막강한 중무장을 앞세운 미·일의 앞마당으로 변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 특히 중국은 옛날부터 한반도를 자국의 앞마당 정도로 여겨왔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한반도 영세중립화가 필요한 이유

주변국들이 한반도를 서로 자국의 앞마당으로 본다는 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이다. 오늘의 상황에서 이런 숙명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론이 확산될 소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문제도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관점에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허황된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문제는 우리 민족의 향후 운명과 너무나도 중대하게 얽혀 있다. 우리의 역사가 그것을 가리켜 주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시야에 넣은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불감증 때문인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가? 아니면 한미일 동맹체제에 순치된 사대주의 근성 때문인가?

핵 보유는 주권국가의 자위권에 속한 고유의 권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 아래 자주권을 유보한다는 약속을 자발적으로 하게된 것이 핵무기 확산방지조약(NPT)체제다.

그 전제는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성실히 지킨다는 것과 핵무기를 꾸준히 감축하여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한다는 약속을 성실히 지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NPT의 기본전제다.

그러나 핵보유국들이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핵 비보유국은 여기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자기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핵 비보유국들에게만 핵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2·10 외무성 성명에서 핵무기 보유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끝부분에서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핵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면서 고립 압살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이상 6자회담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국가의 고유의 자위권을 발동하여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이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의 행사라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될 경우, 미국 등 핵보유국들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겠다고 나설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중국이나 러시아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들은 다 같이 핵무기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의 핵무장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을 받쳐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공식화하면,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화되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생존이 더욱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 한국의 저명한 평화운동가인 김승국 박사 등 일부가 우려하는 사항들이다(www.peacemaking.co.kr 참고).

그러나 북한이 이런 점을 뻔히 알면서도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한 것은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 끝에 내린 결단일 것이다. 이해득실을 충분히 따졌는가를 캐묻는 것은 한마디로 부질없는 질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이해득실 계산에 있어,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과 이를 빌미로 한 급속한 중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한반도가 정말로 비핵화 되었을 때, 일본이 중대한 위협요인이 된다면, 안보상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 일본이 저지른 수없이 많은 잔학행위는 까맣게 덮어둔 채 몇 사람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대북 적개심에 매몰되어,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군국주의화의 길을 닦으려고 하는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지도 않고 섣불리 핵무기 포기를 약속했다가 또다시 천추의 후한을 남기게 될 것임을 북한정권이 심각하게 우려했을 것이다.

일본의 패권국가로서의 야망을 막아낼 수 있는 확실한 국제적 보장책이 북핵문제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논자들 가운데 이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북핵문제가 너무나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겠지만 한심할 따름이다.

일 평화국가 회귀 없이 북 핵무장 포기 없을 것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북한정권과 한반도의 확실한 안전보장,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남북한 연방제/연합제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일 것이다. 이 경우 사람들의 시야에 일본의 위협문제가 잘 떠오르지 않고 있으나, 이 문제를 제외해 놓고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논할 수는 없다.

일본이 끝내 미국의 후견 아래 헌법개정을 통한 군국주의 부활과 중무장의 길로 나아간다면, 북한은 이를 상쇄할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남북한이 일본의 중무장에 버금가는 중무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도저히 실현성이 없는 일이다.

만약 현재의 상황이 방치된다면, 한반도는 막강한 일본의 중무장한 군사력 앞에 꼼짝 못하고 움츠러들게 될 지도 모른다. 이것은 또 다시 한반도가 해양세력인 미국·일본과 대륙세력인 중국·러시아의 패권다툼의 틈바구니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영세중립화에 대한 국제적 보장과 이를 통한 평화정착이 우리의 최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다만 이런 우리 민족의 꿈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스위스처럼 자력으로 나라를 지킬 힘과 확고한 국제적 안전보장 약속이 있어야 한다. 안전보장에 관한 약속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이 경우 일본의 막강한 군사력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를 상쇄할만한 군사력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전은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

핵무장은 가장 값싼 상쇄적 방위력이 될 수 있다. 핵무기는 방위용으로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무기는 아니다. 히로시마, 나가사끼에 핵무기가 투하된 이후 한번도 핵무기가 사용된 일이 없다는 것만 보아도 핵무기가 공격용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벙커 바스터' 등 소형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상대편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경우 이것도 쓸모 있는 무기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값싼 방법은 북한·남한·일본이 모두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반도 주변의 핵보유 강대국들이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한사코 북한의 핵무장을 막으려 하고 있다.

북한은 조건만 맞는다면 핵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몇번이고 다짐해왔다. 북에 대한 체제보장책의 하나는 물론 미국의 북한에 대한 확고한 체제보장과 주한미군 철수 일정의 확정, 그리고 영세중립국의 보장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것만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자주국방·중립·평화통일·민족대단결만이 우리의 살 길

일본의 중무장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한반도의 중립화와 평화보장은 한낱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평화국가로의 회귀와 중무장 포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중무장과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포함하여 한반도 안전보장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일괄타결하지 않는 한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북핵문제로 불거진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 아래서 한국 민족이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그것은 7·4남북공동성명과 6·15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 정상이 약속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을 전제로 한 연방제/연합제 아래서, 미군철수를 전제로 한 영세중립국가 건설을 꾸준히 추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한반도 자주국방 태세의 확립, 또는 한반도 안보문제에 관한 현안들의 일괄타결을 요구해야 한다.

을사 국치조약 100년, 한국분단 60년, 6·15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뜻깊은 금년은 이래저래 우리 만족에게 중대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1948년의 남북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위한 초석을 닦아야 할 중대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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