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농사일에 서툽니다. 밭에 나가면 그래도 즐거워합니다. 해강이 솔강이와 함께 고구마밭에서 고추를 따서 나오는 모습.김규환
여러 해 전부터 귀향을 결심하고 아내 동의를 구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결혼한 지 5년 됐지만 아파트 옆을 지날 때마다 “우리도 청약통장을 꺼내 써야 되는 것 아니냐?”며 욕심을 버리지 않던 아내에게 드디어 내려갈 날을 못 박자 아파트 장만에 대한 미련은 포기했다.
어찌 보면 짧은 기간인 1년 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최근 아내는 무척 궁금한 것이 더 많아졌다. “우리는 어디 사느냐? 자신도 거기서 일을 해야 하는가? 음식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다니던 직장은 어디로 하는 게 좋은가? 너무 멀지 않은가” 등 부지런을 떤다.
거리 문제는 산채원이 정식 개장할 2~3년 후에 호남고속철도가 뚫리면 광주까지 2시간대로 주파가 가능하고 호남고속도로 장성-담양 간 우회로가 개통되니까 최소 20~30분 절약되어 2시간 30분 내에 서울에서 도착할 수 있고, 주 5일제 근무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포장 문제만 개선이 된다면 날로 혁신되고 있는 물류와 유통으로도 물건이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니던 직장은 공무원이라는 특혜를 활용하여 다닐 수 있을 때, 다니고 싶을 때까지는 계속 다니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얼마 전 희망근무지역을 신청하라고 했을 때 나는 광주와 순천쯤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내 고향인 화순 북면 백아산에서 공히 25분이면 광주나 순천까지 어김없이 도착을 하니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호남고속도로 옥과 톨게이트에서 불과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이 또한 혜택이다.
결국 산채원을 만들면 외지 사람들이 와서 먹고 자고 할 것인데 먹는 문제는 현지 아주머니들을 직원으로 써서 해결하면 된다. 직장에 더 적성이 맞는 아내는 주말에나 집안일을 거들면 되고 정식 개원을 하더라도 집과 산채원을 엄밀히 구분하여 사업적 마인드로 접근을 하는 것이니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그렇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서울에서 이삿짐을 싸게 되면 당장 어디서 살 것인가가 걸리게 된다. 나도 오랫동안 그 숙제를 풀지를 못했다. 정말이지 20년 가까이 아내는 장수와 전주, 나는 화순과 담양을 떠나 서울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지방물정 잘 모르고 몸마저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근육도 쓰지 않은 부분이 많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시골에서 밥 한 끼나 제대로 해먹을 수 있을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