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핀다는 벚꽃 자리에서 충주댐을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저 댐이 어떻게 닫히고 또 열리는지 때가 되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크나큰 댐이 들어서는 까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자연이 아픔을 겪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디 이 곳에 한 번 들르시는 분이 있다면 그런 생각쯤은 한 번 하고 가셨으면 하네요....권성권
충주댐을 무쇠로 만들 때만 해도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밀려드는 큰 물 난리를 막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좋은 물을 때에 따라 적당하게 받아 마실 수 있었으니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댐 하나로 엄청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그도 무척 기뻐할 일이었습니다.
허나 물 쓰는 것 때문에 한참 동안 옥신각신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앙과 지역 사이에 물 값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다니 참 우스운 꼴이었습니다. 자연이 내 주는 물을 어디 인간들끼리 다툴 수 있단 말입니까.
그저 그것뿐이겠습니까. 댐 하나 때문에 제천과 단양 지역도 살 길이 트였다고 하지만 그것도 말뿐인 듯 싶습니다. 괜히 유람선을 끌어 들여 사람들 마음을 혹하게 했지만, 지금 유람선은 뜸하게 운행할 뿐이니 그 속임수가 참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댐 하나 때문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하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 일입니다.
그 모습들을 댐 아래에 앉아 있는 백로와 물오리 떼들은 다 지켜봤을 것입니다. 물 쓰는 것과 그 쓰는 값을 치르는 것 때문에 서로들 다투었던 모습들을 지켜봤을 것입니다. 댐이 들어오는 날 이삿짐을 싸 들고 정든 고향집을 울면서 떠나가던 고향 사람들도 다 바라봤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떠들썩하게 놀고 춤을 추더라도 백로와 물오리 떼들은 춤출 수가 없을 것입니다. 피리를 불며 숨가쁜 몸짓을 하더라도 그네들은 장단을 맞출 수가 없을 것입니다. 웃음꽃 뒤에 얼마나 무서운 독버섯이 사람들 틈에 피어나 있는지 그네들은 알기 때문입니다.
봄이 되면 개나리와 벚꽃이 이 댐 둘레에 활짝 필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벌떼처럼 몰려들어 댐 위아래에서 한참 동안이나 즐길 것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다가 아님을 알았으면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연히 자연이 받았을 아픔도 생각해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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