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장기간 부어야 빛 본다

[변액보험의 허와 실 ③] 이래야 '굿'

등록 2005.02.24 10:39수정 2005.02.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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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25일 오후 6시]

올해 들어서도 변액보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외환위기 이후 불었던 종신보험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당시 종신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금 손실에도 불구하고 '요즘 뜬다는' 변액보험으로 갈아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과열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는 법. 최근 들어 변액보험이 지닌 허점에 대해 심심찮게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이라도 꼼꼼히 살핀 후 변액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변액보험의 허와 실을 세차례(①변액보험이 뭐길래 ②수익률 맹신은 금물 ③이래야 '굿')에 걸쳐 소개한다. 이 기사는 그 마지막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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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액유니버셜 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가입 초기에 해약을 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등 변액보험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변액유니버셜 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가입 초기에 해약을 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등 변액보험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 23일 오전 9시20분 종각역 부근에 있는 한 빌딩 3층 복도는 때 아닌 사람들로 북적였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린 변액보험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이들이다. 이곳을 포함해 이날 하루 수도권에서만 모두 24곳의 시험장에서 변액보험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생명보험(생보)협회에 따르면 이날 시험을 치른 인원은 총 3만2000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존 보험설계사들이란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생보업계에서 활동중인 보험설계사가 13만9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수가 이번 시험에 참여한 셈이다.

2003년 7만1000명이었던 변액보험자격시험 응시자수는 지난해 그 두 배인 13만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도 열기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변액보험이 4년 뒤인 이제야 설계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생보사의 상품 판매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생보 상품의 경우 1년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자동차보험처럼 매년 갱신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새 상품이 계속해서 나와야만 이에 따른 신계약도 체결 할 수 있다.


변액보험자격은 설계사의 '밥줄'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장은 "생명보험 신상품의 경우 연고 위주로 2~3년 사이 팔고 나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며 "이러다보니 보험사마다 자연스럽게 기존 상품이 나온 뒤 3~4년 후엔 새 상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4년 전 바람을 몰고온 종신보험이 10년 이상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들어 변액보험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설계사들 입장에선 변액보험자격이 '밥줄'과도 같은 셈이다.


신계약 모집수당이 계약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급된다는 점도 설계사들로 하여금 변액보험자격시험에 몰리게 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설계사들은 보험계약 1건당 월보험료의 500~600%의 모집수당을 받는다. 모집수당은 보험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계약 후 2년 이내 설계사에게 지급된다. 설계사들은 신상품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당은 모두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나온다. 계약 초기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당이 많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고객이 내는 보험료에서 사업비 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 초기에 해약할 경우 원금의 대부분을 까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비 줄여라" vs "원가공개 안된다"

보험소비자단체에서는 먼저 보험사에서 사업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각 보험상품별로 사업비 구성 내역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비 내역을 밝힌다는 것은 곧 원가공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보험사의 입장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사업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근들어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사업비를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 보험료의 800~900%에 해당하는 변액보험 사업비를 600~70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인식 바뀌어야

변액보험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투자성격이 가미되고 수시입출금이 가능(변액유니버셜의 경우)하다 하더라도 변액보험 역시 엄연한 보험상품이다. 가입 초기에 해약을 할 경우 다른 보험상품처럼 큰 손실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증시가 활황세를 보여 공시수익률이 높다 하더라도 이는 당장 고객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에서 공시수익률을 지나치게 강조해 이를 마치 예정이율인 것처럼 포장해 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도 해약시에도 원금을 보장받고 운용수익까지 덤으로 얻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꾸준하게 보험료를 내야 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 후 7년 안에 사업비를 모두 공제한다"며 "중도 해약시 원금 외에 추가로 운용 수익까지 기대한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꾸준하게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매월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의 경우 입출금 때마다 추가 수수료를 내야하고 이는 곧 원금을 깎아먹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가입 후 2년 동안은 반드시 보험료를 내야 한다.

또 2년 후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못 낼 경우에도 대체보험료란 명목으로 계약자가 낸 적립금에서 보험료가 빠져나간다.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사에서는 보험료 납입유예를 변액보험이 지닌 장점이라고 설명하지만 대체보험료에서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이 공제되기 때문에 계약자 입장에선 같은 돈으로 두 번 사업비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이 그동안에 나온 모든 보험상품의 장점들을 모아 놓은 '종합선물세트'라고 추켜세우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보험사들은 이제 다시 종신보험보다 '업그레이드 된' 변액보험으로 갈아타라고 소비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김미숙 회장은 "기본적으로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며 "변액보험 역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출시됐다기보다는 보험사의 근시안적인 영업수단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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