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조이는 이명박, 위기의 박근혜

거센 행정중심도시안 원점재검토 압박... 각 계파 리더급 망라

등록 2005.02.24 15:21수정 2005.02.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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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연기 공주지역에 정부 부처중 12부4처2청을 이전키로 한 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 여야합의안을 놓고 의총을 열어 찬반투표를 해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표가 여야합의안 찬성표결뒤 부산으로 가기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연기 공주지역에 정부 부처중 12부4처2청을 이전키로 한 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 여야합의안을 놓고 의총을 열어 찬반투표를 해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표가 여야합의안 찬성표결뒤 부산으로 가기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과거사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다시 신행정수도 문제로 리더십에 도전을 받고 있다. 여야 합의로 지난 23일 국회 건설교통위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당시 긴급의원총회를 두차례 열고 찬반 격론을 벌였으나 근소한 차이로 수도이전대책특위 합의안에 추인을 했다. 전체 120명 의원 중 83명이 참여해 46 대 37표로 찬성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재오·김문수·홍준표 등 국가발전전략위원회(국발연) 소속 의원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를 성토한 뒤, 장외투쟁과 헌법소원 등 반대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현재 김덕룡 원내대표실을 점거해 농성중이다.

거세지는 반발 움직임

a 이재오·김문수·배일도 등 국가발전전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반대하며 원내대표실을 점거 농성하고 있다. 지지방문을 온 박진 의원이 이재오·김문수·배일도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오·김문수·배일도 등 국가발전전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반대하며 원내대표실을 점거 농성하고 있다. 지지방문을 온 박진 의원이 이재오·김문수·배일도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움직임은 수도권 출신 의원들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진, 임태희, 맹형규, 정병국 등 수도권 출신 핵심 의원들은 장외투쟁에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원점재검토를 주장하며 "본회의 표결 반대"를 이끌어갈 움직임이다.

또한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성범 의원은 24일 '서울 출신 국회의원'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특별법 철회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12부4처2청을 수도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중추기능을 옮겨가는 것으로 변형된 수도이전"이라며 지난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은 아예 당직을 내놓았다. 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23일) 당이 내린 결정은 국가와 미래를 생각지 않고 얄팍한 표 계산에만 집착한 중대한 오류"이자 "정략적 야합"이라고 맹성토했다. 이어 심 의원은 "당의 중대한 오류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중간당직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의 표시로 당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내 반발에 대해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어제 의원총회 표결은 그간 두차례의 연찬회와 세차례 의원총회를 통해 충분한 토론 기회를 가졌고 당론을 결정한 것"이라며 "의원 개인이 각자의 의사 표시하는 것은 좋으나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반면 반대 의원들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찬성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근혜 대표는 당시 표결에 들어가기 전 "최선을 위해 노력했고 차선을 얻었다"며 "합의가 안되면 충청도민이 엄청나게 상처를 받는다"고 추인을 당부했다.


"무조건 반대" 이명박, "여야 합의" 박근혜 바짝 추격

a 박진, 맹형규, 임태희, 공성진등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기형적인 수도분할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진, 맹형규, 임태희, 공성진등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기형적인 수도분할 반대`의사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4일 부산을 방문중인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121명 의원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며 "처음 생각과 다른 접근을 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수도 하나만은 지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이전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 합의 기구를 제안한 박 대표로서는 대책특위 차원의 합의안을 부정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위헌판결을 받은 신행정수도특별법안의 경우처럼 이번 합의안도 박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 대표는 16대말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졸속 통과에 대해 대국민 사과성명을 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당내 이명박 지지세력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a 이명박 서울시장 (자료사진)

이명박 서울시장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안에 대한 반대세력은 "당내 이명박 파워가 얼마나 센지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반발은 차기 대권주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는 얘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는 23일 '한나라당 대선 주자 중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낫나'라는 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32.1%)→박근혜 한나라당 대표(31.1%)→손학규 경기지사(12.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상승세에 대해서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입장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원외'에 있는 이 시장의 경우 박 대표에 비해 자유로운 입장. 따라서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고정지지층와 수도권 지지세력을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원내'의 박 대표는 여당을 상대로한 '책임정치'의 틀에 갖혀 있는 데다가 과거사 공세로 상처를 받았다.

이 시장은 이번 행정중심도시 합의안에 한나라당이 추인, 동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안타깝다"는 말로 심정을 피력했다.

과거사 털고 리더십 회복하려던차 다시 '수도이전' 복병 터져

특히 이번 '행정도시 합의안' 후폭풍은 지난 제천 연찬회 이후 잠복해 있던 '반박·친박'의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를 자처해 왔던 국발연은 물론 실용중도파로 꼽히는 푸른모임·국민생각, 소장파를 대표하는 새정치수요모임을 이끌고 있는 리더격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반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3·24일 이틀간 부산을 방문해 '공동체자유주의'로 명명되는 제3의 통합이념을 내세워 상처난 리더십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영남보수를 대표하는 자유포럼(회장 이방호 의원) 역시 반대투쟁에 가세해 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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