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 "잘했어", 노대통령 "고맙습니다"

[국정연설 이모저모] 김용갑은 끝내 안 일어서고 박계동은 불참

등록 2005.02.25 13:14수정 2005.02.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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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25일 오전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국정운영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국정과제 및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 연설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25일 오전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국정운영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국정과제 및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 연설을 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사고뭉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싸늘했던 본회의장 분위기를 녹였다.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작년 국회개원 기념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박수를 치지 않는 등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날은 주 의원이 노 대통령의 연설 중간 "잘했어"라는 격려성 추임새를 넣자 한나라당 의원석에서 웃음이 터졌고, 여당 의원들에게서도 박수가 터져 모처럼 정부여당과 야당이 '해빙' 무드를 찾는 듯 보였다.

주 의원이 노 대통령의 연설내용 중 "잘했어"라고 칭찬한 대목은 다음의 내용이다.

"정부의 경쟁력도 높이겠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비교적 잘 한다 하는 우리 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적어도 참여정부 내에 20위권 안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이 이 같이 말하자 주 의원은 예의 그 큰 목청으로 "잘했어"라고 소리쳤고, 노 대통령은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여당 의원석에서도 "잘했어"라고 응수하며 박수를 보냈다.

a `잘했어`하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추임새에 노무현 대통령이 "감사합니다"라며 화답하자, 한나라당 의원석 일부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잘했어`하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추임새에 노무현 대통령이 "감사합니다"라며 화답하자, 한나라당 의원석 일부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주성영 "잘했어" - 노무현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날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한나라당이 보인 '예우'는 그리 깍듯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노 대통령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여야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지만 한나라당은 박진, 이병석, 서병수, 허천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치는둥 마는둥 어정쩡한 태도였다. 영남보수를 대표하는 김용갑 의원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는 정형근, 안택수, 박계동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김용갑 의원이 유일했다.

안택수 의원은 이번엔 일어섰다. 하지만 박계동 의원은 아예 출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을 마치고 퇴장한 뒤 박계동 의원은 부랴부랴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왜 노 대통령 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노무현 퇴장, 박계동 입장"이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등을 보였다. 노 대통령 연설 후 예정된 양승태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박 의원은 작년 노 대통령의 국회개원 축하연설 당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몰상식한 대통령에게 무슨 예의냐"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출석'으로 앙금을 드러낸 셈.

열린우리당 "박수 많이 쳐달라" - 한나라당 "일어서기는 하지만"

a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가운데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뒷줄가운데)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가운데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뒷줄가운데)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40여분간 진행된 노 대통령의 연설 도중 박수는 모두 20여 차례 나왔다. 지난 국회개원 축하연설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횟수다. 열린우리당의 임채정 의장은 앞서 가진 오전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뜻에서 직접 본회의장에 와서 국정연설을 하는만큼 박수를 많이 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주도한 박수세례에 한나라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날 대통령 본회의장 입장시 일어설 것인가, 말인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어서냐 마냐'를 놓고 가벼운 언쟁을 벌였으나 김덕룡 원내대표가 "헌법기관의 장이 오는 것에 대해 국회가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의원 역시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대통령 개인이 아닌 대통령직에 대한 박수였다"며 "그것이 야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고민'이 쉽게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 입장 직전 이윤성 의원은 "일어서야 돼? 박수칠 거야?"라고 동료의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럼 이럴까?"라고 말하며 앉은 것도, 선 것도 아닌 무릎을 약간 굽힌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결정적으로 야당 의원들의 마음을 녹인 것은 대통령의 '유머'였다. 노 대통령은 연설을 모두 마친 뒤 한나라당 의원석으로 향해 연설문에도 없는 즉석 유머를 구사했다.

"'선진한국'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께서 표절을 했다고 하는데 제가 과문해선지 미처 몰랐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일치해서 함께 사용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절)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를 제출하면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웃음)"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립서비스'에 박진, 김문수, 원희룡, 김충환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로 환영을 표했고, 여기저기서 웃음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표·김덕룡 원내대표도 이 때는 박수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여야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는 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노 대통령의 유머가 통했는지 한나라당 의원들도 퇴장 때에는 좀더 많은 의원들이 박수로 대통령을 환송했다. 하지만 김용갑 의원만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본회의장에서의 유머는 앞서 가진 5당 대표와의 환담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선진한국을 한나라당이 독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적재산권만은 인정해 달라(웃음)"는 유머에 대한 화답인 셈이었다.

끝까지 일어서지 않은 김용갑, 불출석한 박계동

a 노무현 대통령이 `선진한국`에 대해 한나라당에 `로얄티를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진한국`에 대해 한나라당에 `로얄티를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그다지 인색하지 않았다. 박희태 부의장(한나라당 의원)은 "무난하더라, 하지만 핵심이 없었다"라고 말했고, 박진 의원은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고 위기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도 "자기변명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북핵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에게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대체로 무난하다, 대통령의 변화된 자세가 보인다"면서 "국정현안에 대한 문제를 짚었지만 국민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자기반성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어려움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며 "하지만 긍정적 전망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지 괴리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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