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즐기기에 빠져보실랍니까?

동화책 이야기를 다룬 책

등록 2005.03.01 01:36수정 2005.03.01 16:55
0
원고료로 응원
어린이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추천도서를 맹신하는 것이다. 도서관에 오는 엄마들은 흔히 하나라도 좋은 책을 읽히고 싶어 권장도서목록을 따로 적어 붙여달라, 따로 책을 비치해달라고 하는데 이런 요구는 필자를 난감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은 아이들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 좋은 동화책이라 함은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거나 책의 세계로 물씬 빠져들어 새로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책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교훈적인 동화나 심하게 구조조정당한 소량 분량의 명작 동화는 불필요하다. 엄마가 "이거 읽으면 나가서 놀게 해줄게"라는 대가성 책읽기를 권한다든가, "이 책은 꼭 읽어야 하는거야"라는 말로 독서교육을 시키려 한다면 아무리 도서관에 와서 책을 많이 보더라도 아이들은 이를 마치 학원 수업과 같은 '과외 활동'으로 생각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 도서관에 오면 만화책이라든가 로봇이 그려진 책에서 눈을 못 떼는데 그런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 다른 그림책에 눈을 돌리다보면 자기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 난독을 하다가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고 공감하는 책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그림책은 여러 번 빌려가서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게 된다.

동화책 신간 소식이나 여러 종류의 책을 알고 접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필자는 어린이 책과 관련한 책을 한달에 두 어 권 보는 편이다. 그러나 '어린이 책 100선'과 같은 책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여러 책을 소개해주고 그 책에 대해 적절한 비평과 함께 갖가지 정보를 전해주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번 달에 본 책은 바로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와 <동화책을 먹는 치과 의사>였다.

a 겉그림

겉그림 ⓒ 현암사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는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정독서지도 수업을 이끌고 계시는 김은하씨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독서교육에 대한 필자의 철학이 담긴 책이다. '책과 어린이', '어린이를 둘러싼 독서환경', '어린이 책과 어른들' 등 꼭지를 나누어 필자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독서교육철학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

그 중 '어린이 책과 어른들' 꼭지에서 '나는 바담 風 해도 너는 바람 風해라'라는 제목의 글은 아이에게 일기 써라, TV보지 마라, 책 읽어라 하면서 정작 자신은 가계부가 밀리고 밤늦게까지 TV보고, 마루에 안 읽은 신문을 소복이 쌓아두는 그런 게으른 부모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파조처럼 처량하고 우울한 스토리의 동화책 일색을 지적하고, 권장도서를 모아 놓은 책 모음집, 아이들의 조기교육에 신경 쓰면서 한글을 가르치는 데만 급급한 모습들을 비판한다.


마치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 주는 기분이 들었던 이 책은 비판에 멈추지 않고 독서의 첫걸음인 그림책 보기와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 고르기에 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독서교육에 대안이 될 기준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가정에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그 동안 부모들이 생각하던 스테레오 타입의 독서교육 철학을 깨줄 것이다.


a 겉그림

겉그림 ⓒ 푸른책들

<동화책을 먹는 치과 의사>는 월간 '동화읽는 가족' 발행인으로 있는 신형건씨가 지은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책 읽는 가족이 되자'라는 꼭지로 독서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출판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단순히 책을 매개로 한 독서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동화책 출판 지형을 잠시나마 맛보기로 알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뒷부분은 책을 읽고 필자가 느낀 책에 대한 비평, 아이들의 상황에 맞는 책 읽기, 구체적으로 돈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동화, 재미있는 과학동시,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시 등 여러 종류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필자가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솔직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꼭지 '작가와의 대화'는 그동안 필자가 동화책 작가와 인터뷰를 했던 글들을 모아서 정리를 해놓았는데, 동화책을 쓴 작가들의 소회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책 겉표지를 보면 '책을 실컷 먹고, 꿈을 맘껏 꾼 치과의사의 300가지 어린이책 이야기'라고 써있는데, 단순히 책의 줄거리를 열거한 방식이 아닌 진정 책을 읽고 즐거워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비평을 넣고, 간간히 유명작가들의 처녀작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읽어본 동화책의 추가정보를 알게 되거나, 놓치고 있던 책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두 책 모두 '동화책 읽고 즐기기'를 위한 책으로 동화책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알게 모르게 자녀에게 했던 독서교육 경험을 곱씹게 하고, 책을 선정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제대로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 김은하 지음/현암사. 12000원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 신형건 지음/ 푸른책들. 15000원

덧붙이는 글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 김은하 지음/현암사. 12000원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 신형건 지음/ 푸른책들. 15000원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 주자

김은하 지음,
살림, 201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