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우리 딸 민주입니다. 아빠가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하니,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저 눈망울을 볼 때면, 그리고 쫑알쫑알 말 짓하는 딸아이를 볼 때면 모든 피곤과 시름은 한순간에 떠나간답니다.권성권
평소에 민주는 혀 꼬부라지는 중국말을 쫑알쫑알 해댑니다.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지만 제 딴에는 무척이나 열심히 해 대는 말 짓입니다. 그럴 때면 왜 그럴까, 나는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른 집 아이들도 저 나이 때에 다 저런 말을 할까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혹시 옛날 살던 집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또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살던 곳이 인천에 있는 중구청 화교 동네였습니다. 집집마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곳이 다 화교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곳곳에 들어 서 있는 자장면 집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화교 상점들, 그리고 내가 살던 곳 역시 화교들이 머물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들은 평상시에는 한국 사람들처럼 한국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합니다. 누가 봐도 한국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아침이나 점심 인사를 건네도 오로지 한국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끼리끼리 같은 화교들만 모이면 그들은 곧장 중국말로 말을 바꾸어 버립니다. 도무지 한국 사람이 낄 틈도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유창한 중국말만 해댑니다.
더군다나 자기네들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면 그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오직 중국말뿐입니다. 심지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속에서 들려오는 방송도 다 중국말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한국말은 머나먼 다른 나라말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오로지 중국말로 이야기하고, 중국말로 웃고, 또 중국말로 떠들어댑니다.
그래서 그랬다면 너무 지나친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때 옆집에 살던 화교들이 밤마다 중국말로 떠들어댔기 때문에 우리 딸 민주가 그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밤마다 대여섯 명씩 한 방에 모여서 중국말로 떠들어대고 웃던 그들 소리에 딸아이가 깼던 적이 많습니다. 물론 벽이 허술하여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막아 주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이 질러대는 중국말이 더 컸기 때문이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내 딴엔 그들 소리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딸 민주는 지금 중국 방언을 열심히 해 대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번지르르한 말은 아니고, 누가 들어 봐도 초짜들이 하는 그런 '쫑알쫑알 중국 방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딸 민주만이 해 대는 참 재미있는 말짓입니다.
<2>'나 사랑 안 해'를 멋지게 해 대는 딸아이
그런데 얼마 전에는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회 유아실에서 있던 일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예배하는 곳과는 달리 어린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곳이 그 유아실인데, 그곳에서 재미난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평소 우리 딸 민주는 그곳에서 다른 집 아이들과 함께 잘 어울려 노는 편입니다. 그리고 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집 엄마나 아빠한테도 잘 안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집 어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