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문화예술 뒤에는 이들이 있다

지역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포항예술문화연구소'

등록 2005.03.08 11:03수정 2005.03.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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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항의 정체성을 찾아내 그것을 예술과 문화로 승화시키는 것이 포항예술문화연구소의 주요 활동이다. 사진은 지난 해 열렸던  '포항아트페스티발'에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갑수 소장.

포항의 정체성을 찾아내 그것을 예술과 문화로 승화시키는 것이 포항예술문화연구소의 주요 활동이다. 사진은 지난 해 열렸던 '포항아트페스티발'에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갑수 소장. ⓒ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포항이 우리나라 발전을 이끌어 낸 철강산업의 요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부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어릴 적 수학여행의 기억 속에 포항, 아니 바로 말하면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반드시 들어있을 것이다. 검푸른 밤바다에 비쳐지는 포항제철의 그 환한 빛들, 그리고 우뚝 솟은 굴뚝으로 뿜어내던 하얀 연기들.

그것들은 간혹 70년대 근대화의 기수니 하며 ‘대한 뉘우스’를 통해 봤던 용광로에서 흐르는 붉은 쇳물처럼 아주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포항을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일번지로만 국한시켜 기억한다는 것은 뭔가 허전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호미곶을 비롯해 태양신화인 ‘연오랑 세오녀’에서도 포항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포항에서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 속에서 ‘빛’이라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포항이 가지는 문화의 정체성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그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현재 포항문화의 정점을 지켜내고 있는 곳이 ‘포항예술문화연구소’(소장 김갑수)다.

a 포항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도 연구소의 몫.

포항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도 연구소의 몫. ⓒ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예술과 문화 뒤에 붙는 연구소라는 도식성에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해온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화와 예술의 연구는 어쩌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연구가 가지는 실제에서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장치일 수도 있겠고 문화예술의 주체들이 서로간의 예술행위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안을 제시한다는 발전성을 지닐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각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30명 회원으로 이루어진 ‘포항예술문화연구소’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하고 매번 다른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을 벌인다.

이는 당연히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포항의 문화예술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그것은 곧 다양한 지역문화행사에 양질의 거름이 된다.


이 자양분들은 ‘포항아트페스티벌’과 ‘영일만고교생문학잔치’, ‘바다사랑 모래축제’, ‘시민과 함께 하는 예술기행’ 등으로 실질적인 열매를 맺었다.

a 회화와 조각, 사진, 문학, 음악, 연극, 문화 등 각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총 집합체인 포항예술문화연구소는 포항시민들이 문화의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 문학, 음악, 연극, 문화 등 각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총 집합체인 포항예술문화연구소는 포항시민들이 문화의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이것들은 포항의 문화를 숙성시키는 또 다른 자양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숙성의 기간이 올해로 9년째를 맞았으니 그 맛도 상당히 깊어졌으리라.


또 회화와 조각, 사진, 문학, 서양음악, 국악, 연극, 문화 등 8개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였으니 포항시민들은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다방면의 수준 있는 문화예술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97년 7월 12명의 회원과 함께 ‘포항의 잠재적인 빛을 찾아 문화의 생명을 불어넣고 포항인들의 정서적 삶의 현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안고 ‘포항예술문화연구소’를 설립한 김갑수(49) 소장은 굳이 연구소라고 명칭을 단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a 포항아트페스티발 기간 중에 전시된 작품

포항아트페스티발 기간 중에 전시된 작품 ⓒ 포항예술문화연구소

“문화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중앙집권적 상황에서, 내가 사는 그 자리, 바로 이 터가 삶의 중심이자 예술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 하고 지역문화의 올바른 모습 찾기와 함께 문화 인자 발굴로 지역문화의 힘을 기르고자 했다”고.

이것이 바로 열악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의 지방분권화운동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들은 실제로 벌인 판을 통해 증명해내고 있다.

200인의 가족을 선정해 바다에서 모래놀이를 통해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발견하게 했던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행사는 바다와 모래로 자연스러운 포항이야기를 풀어냈다.

이것은 또한 가족의 벽이 무너져 내리는 현대적 사회문제를 문화적 소통으로 풀어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바다연극제‘나 4회째 열고 있는 포항아트페스티벌도 포항만의 독특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번째로 발간하게 되는 <아트포럼>은 깊이 있게 연구해온 회원들의 작품과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책자를 통해 보여준다.

a 울릉도 순례에 나선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회원들. 포항과 연관된 국토순례도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활동 영역이다.

울릉도 순례에 나선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회원들. 포항과 연관된 국토순례도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활동 영역이다. ⓒ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이것은 곧 포항문화의 현재진행형의 집약이자 포항의 정체성의 빛이기도 하리라. 장르가 서로 다른 회원 간의 1차적인 결합에서 문화예술적 소산인 장르와 장르간의 결합으로 사람과 예술의 소통을 함께 해내고 있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

그저 ‘우리 것, 우리 지역의 맹목적인 예찬이 아니라 속살을 드러내고 함께 고민하며 실질적인 지역문화예술의 진정성’을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문화예술의 심연에서 끌어올리는 삶의 빛이 이미 포항이라는 도시 전반에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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