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

노 대통령,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제한 시사... 미 반응 주목

등록 2005.03.08 15:28수정 2005.03.08 19:21
0
원고료로 응원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3기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에게 경례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3기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에게 경례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한·미 간 안보 현안으로 잠재돼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배경설명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독트린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노 대통령의 국정목표에 비추어 타의에 의한 동북아에서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불개입 선언'이라는 의미다.

또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외교안보 대미 협상팀에 '전략적 유연성'을 제한하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당장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의 군사외교 협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 "노 대통령의 발언은 독트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측이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은 대만과 중국간의 분쟁 등 동북아 유사시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온 우리 정부는 이에 난색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적용해 주한미군 2사단을 미래형 사단으로 편제하고 작전계획(작계 5026 및 5027)을 수정하는 등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 해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관련,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 등 미측의 '퇴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추가 감축' 카드를 빼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양안(兩岸) 사태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정해온 중국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내심 '적극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라는 일은 없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신임 소위로 임관하는 제53기 졸업생들을 격려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원칙 말고도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우리 군의 역할, 자주국방역량 강화, 국방개혁 법제화 방침 등을 천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