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은 김영일 재판관... 이헌재 폭풍에 투기의혹 비켜가

김 재판관 부인 사고 판 판교·용인 땅에 의혹

등록 2005.03.09 13:33수정 2005.03.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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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영일 헌법재판관

김영일 헌법재판관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헌재발 부동산 투기의혹 폭풍에 가려 운좋게 언론의 집중포화를 피해나간 고위공직자 한 명이 있다. 오는 13일 정년퇴임하는 김영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그 주인공.

김 재판관에 대한 부동산 투기의혹은 지난달 28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사법부 1급 이상 법원 공무원들의 재산변동 내역을 공개하면서 제기됐다. 대법원 관보에 따르면, 김영일 재판관은 지난 2000년 2월에 부인의 이름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하산운동에 있는 논 420여평(1389㎡)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매입 당시 이 땅의 공시지가는 2억835만원이었고, 시가는 3억3000만∼4억2000만원이었다. 이 논은 2000년 2월 김 재판관 부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해당지역 일대는 1년여 뒤인 2001년 12월 건설교통부에 의해 '로또땅'라고도 불리는 판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땅은 판교 택지개발로 지난해 1월 6억2412만원에 수용됐다. 시가 최고액으로 매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4년만에 약 2억원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이미 2000년 1월부터 판교가 개발될 것이라는 여러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었던 이곳을 김 재판관 부인이 매입한 시기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사이에는 1년 10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 2000년 1월, 당시 김윤기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용인 일대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고 수도권의 계획적인 개발을 위해선 판교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발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건교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같은달 20일에도 그는 "판교개발은 교통.인구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이나 아파트, 연립·단독주택등을 조화시킨 저밀도 개발이 바람직하다"며 개발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김 장관은 판교 신도시 개발을 불허한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같은 건교부의 입장은 김 재판관의 부인이 이 땅의 매매를 한 2월까지도 변화가 없었지만, 결국 2001년 1월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재판관의 부인이 몇 달 후에만 샀어도 차익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었다.

김 재판관은 이 논을 판 돈 등으로 다시 경기 용인시 고기동의 부지(밭) 347.87평(1150㎡)을 7억6560만원에 역시 배우자 명의로 매입했다. 용인시 고기동은 전원주택 단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문제는 김 재판관이 보유했던 땅이 '답'으로 당시에는 외지인의 매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소유할 수 없게 돼 있다. 왜냐하면 96년 1월 1일 이후 농지법 시행으로 농지는 자경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등은 매년 1회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해 자경하지 않으면 곧바로 농지처분 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조항에 의해 김 재판관의 부인이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불법행위가 된다. 통상 투기꾼들은 주말농장이나 농사체험용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현지 이장이나 영농회장에게 관리를 맡겨 취득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도 드러났듯 이 땅에서 김영일 재판관의 부인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물론 김영일 재판관쪽은 "그 땅을 매입한 뒤 복토작업을 벌여 얼마 후 논을 밭(전·田)으로 형질 변경했다"며 "주말농장용으로 사서 직접 농사를 지었는데 개발이 이뤄지는 바람에 차익을 얻은 것일뿐"이라고 투기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영일 재판관은 운이 좋게도 언론의 집중적인'감시망'을 피해갔다.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의 투기의혹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언론은 재산변동 내역이 공개된 지난 2월 28일부터 앞다퉈 김 재판관의 투기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3월 2일부터 김 재판관의 투기의혹에 대한 보도가 '쏙' 들어갔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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