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 어린이를 위한 10년 약속

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 방문기-2

등록 2005.03.10 11:34수정 2005.03.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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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화와 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 난민촌 어린이 교육지원을 위한 부천시민모임' 방문단장 김범용 외 15명은 버마(미얀마)의 정치탄압과 가난 때문에 버마를 탈출하여 버마와 태국 국경지대 '메솟'에 살고 있는 난민촌 어린이 교육과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2월 23일부터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메솟' 난민촌을 방문하고 3월1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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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메솟 버마 이주노동자 마을

메솟 버마 이주노동자 마을 ⓒ 양주승


2월 24일 멜라 난민촌 캠프 안에 있는 '야뭉나' 유치원 방문에 이어 메솟시 외각에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영치우(Yaung ChiOo) 초등학교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방문단 일행이 이주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 흔치 않은 외부의 낯선 방문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못 먹어 깡마른 얼굴에 까맣게 탄 얼굴들에서 그들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멜라 난민촌 캠프에 있는 야뭉나 유치원과 메솟시에 있는 영치우 초등학교는 버마를 탈출한 난민들의 자녀가 다니지만 처한 환경은 조금 다르다.

a 1, 2, 3학년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영치우 초등학교

1, 2, 3학년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영치우 초등학교 ⓒ 양주승

야뭉나 유치원 학생들은 그들의 부모가 경제적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활동영역이 난민촌에 갇혀 있는 데 반하여 영치우 초등학교 학생들의 부모들은 메솟 인근 5개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근로조건에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전혀 아니다. 공장 경영주는 이주노동자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현지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혹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역시 이러한 경영주의 횡포를 알면서도 공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공장에서 해고되면 불법체류자로 버마 본국으로 추방되거나 멜라 난민촌 캠프에 수용되기 때문이다.

영치우 초등학교 우민아웅 교장은 "1999년 23명의 학생으로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154명의 아이들이 7명의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민아웅 교장은 "영치우 초등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하여 고아들이 많이 있다"고 밝히고 "이 아이들은 신디마웅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메타오 병원의 고아원에서 별도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치우 초등학교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수업을 하는데 버마어를 비롯하여 영어, 수학, 과학, 미술, 음악, 재봉 등을 가르치고 있다.


우민아웅 교장은 "영치우 초등학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교실이 부족하여 한 교실에 1, 2, 3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돈이 없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영치우 초등학생들이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으로 보낸 그림을 다시 엽서로 제작하여 선물

영치우 초등학생들이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으로 보낸 그림을 다시 엽서로 제작하여 선물 ⓒ 양주승

김범용 단장은 "코리아 부천에서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왔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아시아 미래의 지도자가 되라'고 격려했다.

지난해 영치우 초등학생들이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을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으로 보내왔는데 이 그림들을 엽서로 제작하여 이날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엽서로 예쁘게 인쇄되어 나온 것을 본 학생들은 신기한 듯 밝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이날 방문단은 영치우 초등학교에 이어 세타나 초등학교와 NLD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a 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에 있는 세나타 초등학교 학생

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에 있는 세나타 초등학교 학생 ⓒ 양주승

세타나 초등학교는 35명의 아동들을 우포초 교장을 비롯한 2명의 교사가 지도하고 있는 미니초등학교인데 학생들 모두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우포초 교장은 교복을 입는 이유에 대하여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 한하여 불법체류자로 분류하거나 체포, 추방하지 않는다는 태국 정부와 잠정적 합의에 의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포초 교장은 "교복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버마인들과 현지 NGO가 보내 준 것"이라고 밝혔다.

a 세타나 초등학교 학생들

세타나 초등학교 학생들 ⓒ 양주승

세타나 초등학교 방문을 마치고 NLD(버마민족민주동맹)가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교를 찾았는데 학생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는 부모가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일본 등 현지에서 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메솟 현지의 NLD가 돌봐주고 있다.

이날 밤 방문단은 영치우, 세타나 초등학생과 메타오 병원 신디아 마웅 박사, 2004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영치우 노동자연합 사무국장 모쉐우, 끌레네(난민촌 하이스쿨 건립 8인위원) 교장 등 200여명을 초청하여 신디아스쿨 잔디밭에서 저녁 만찬을 열었다.

a 난민촌 어린이 초청 만찬

난민촌 어린이 초청 만찬 ⓒ 양주승

버마 고유의 민속의상을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남녀 학생들은 낮에 난민촌 학교에서 보았던 어두운 모습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커다란 눈에 예쁜 미소를 머금은 학생들은 자신들을 도우려고 코리아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버마의 민속춤과 노래로 감사를 표했다.

버마 어린이들의 민속공연에 대한 답례로 방문단 일행은 '아리랑'과 '바위처럼'을 부르고 어린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a 2004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영치우 노동자연합 > 모셔우 사무국장(좌). 메타오병원 신디아 아웅 박사(우)

2004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영치우 노동자연합 > 모셔우 사무국장(좌). 메타오병원 신디아 아웅 박사(우) ⓒ 양주승

메타오 병원 신디아 마웅 박사는 "정치 탄압으로 조국에서 쫓겨나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메솟을 찾아오신 부천시민에게 감사드린다. 이들이 성장하면 코리아 부천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범용 단장은 "여러분들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직접 와서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10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만찬이 끝난 후 김범용 단장은 부천시민 및 지역단체가 후원한 후원금과 의약품, 학용품, 생활용품 등을 전달했다.

a 만찬에 참석한 학생,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만찬에 참석한 학생,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 양주승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 기자이며 정치개혁 및 바른 언론과 환경보호를 위한 홈페이지(www.interko.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 기자이며 정치개혁 및 바른 언론과 환경보호를 위한 홈페이지(www.interko.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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