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 사전선거운동?

조승수, 의원직 상실 위기... 2심에서 150만원 구형

등록 2005.03.13 12:16수정 2005.03.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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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 이종호

조승수(울산 북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구형받았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해 총선 당시 선거운동 기간 전인 4월 1일 울산 북구 증산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총선 후 구청에서 주민 동의없이 음식물자원화시설 공사를 강행하려고 할 경우 민주노동당에서 책임지고 막아주겠다"며 "(민주노동당 소속인) 구청장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정 안되면 당이 소환해 막아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고 지난해 9월 조 의원을 기소했다.

조 의원은 구청장 시절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시설이 들어서기로 한 증산동 주민들의 반대여론에 부딪혔고 선거가 다가오자 증산동 주민들은 조 의원을 비롯한 선거 예비후보들을 불러 시설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조 의원은 이에 앞서 대책위원장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나 대책위 쪽에서 공개적인 형식을 요구하자 이에 응했다.

당시 주민대책위와 조 의원은 각자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간담회를 해도 되는지 질의해 승낙을 받았고 주민 간담회 자리에는 선관위 관계자들은 물론 경찰도 참석했다. 선관위는 이후에도 이날 간담회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검찰이 직접 조 의원을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검사 "입장 발표로 선거 분위기 반전시켜... 당선하려는 목적"

이번 재판에서 검사 측은 "증산동의 주요 현안인 음식물자원화시설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당면한 선거에서 당선을 도모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 의원 측은 "정당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지 않는 형태로 지역 현안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통상적 정당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1심 판결에서 검사측 주장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증산동 주민들 사이에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며 "(조 의원의 입장 발표 이후)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구청장과 같은 당 출신인 피고인 조승수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주노동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2명 중 한 사람으로서 그 상징성이 크다"면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구민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같은 이례적 유형의 선거운동을 엄히 단속하지 않으면 이후 같은 유형의 선거범죄가 재발될 소지가 있다"며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조승수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선관위 허가... 예비후보 모두 입장 밝혀"


이에 대해 조 의원 측은 "입장 발표가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이 사안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 의원 측은 "당시 시설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주민들의 반대집회나 시위, 공사방해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당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목적이어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대법원이 선거운동으로 인정한 경우는 후보자가 별도의 개인사무실을 만들거나 주민들에게 입당원서를 배포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경우들"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 측이 제시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판사회의 결과보고서'에서도 "선거운동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에 있어서는 정당활동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조 의원 측에서는 "사안 자체가 선거는 물론, 당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당시 다른 예비후보들도 모두 주민들을 만나 시설에 대해 반대 혹은 신중론 펴는 등 입장차이가 크게 없었던 데다가 문제가 된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 사안은 울산 북구 전체의 현안이라기보다 증산동 주민들의 주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46.9%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의 윤두환 후보(34.4%)를 가볍게 제쳤다.

조승수 의원 당선무효시 민주노동당 단독 법안발의 어려워

시설 둘러싼 갈등, '배심원제'로 극복
울산 북구, '님비 극복' 사례로 꼽혀

울산 북구는 지난해 12월 시민 배심원단제를 도입해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를 최종 결정하고 시설 설치를 둘러싼 2년여간의 갈등을 해결했다. 주민들은 지난 2002년부터 반대집회 및 시위, 공사방해, 자녀 등교거부 등으로 시설 설치에 맞섰으나 북구청이 제안한 시민 배심원단제를 받아들이고 결국 배심원단의 '설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상범 구청장은 시설 설치를 합의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설계와 시공과정, 예산 편성 등 전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켜 투명하게 추진하고, 만약 운영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면 주민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운영 중단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구청장은 "20억원 특별예산을 편성해 주민이 결정한 사업에 투자하고 인접지역에 50억원 가량을 들여 문화복지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며 위탁비 일부를 적립해 주민 편의시설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당시 각 언론들은 "시민배심원제라는 이례적 제도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합의로 님비현상을 극복했다"며 음식물자원화시설 도입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조 의원은 이미 지난 12월 말 1심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 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23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 의원은 "16대 국회에서 개정한 선거법은 금품살포나 유언비어, 흑색선전을 엄단하고 일상 활동이나 발언은 풀자는 취지인데 나는 돈이나 흑색선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상적인 정당 활동을 문제 삼으니 어이가 없지만 상식이 살아있는 재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심에서 조 의원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조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 경우 민주노동당 의석은 9석으로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뿐더러 민주노동당이 단독 법안 발의를 할 수 없게 된다.

국회법상 법안 발의의 요건은 10명인데,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법안 중에는 '서희·제마부대 철군 결의안' 같이 10명의 의원들만 동참하거나 몇몇 여야 의원들을 동참시켜 15명 내외의 동의로 발의한 법안들도 다수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난해말 1심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민주노동당이 차지한 10석은 개혁과 진보정치의 장을 마련해 준 국민 총의의 반영"이라며 "이번 (1심) 판결은 민주노동당을 정치의 장으로부터 밀어내는 반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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