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대장 되려면 문무는 기본이죠"

논산 양지서당 유영두군의 문무겸전 익히기

등록 2005.03.15 16:17수정 2005.03.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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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상봉에서부터 시작한 산맥이 시원하게 남으로 쭉 뻗어 내려오다가 황산벌을 이루는 초입인 충남 논산 연산면 범골. 이곳에 있는 한문서당인 양지서당에서 한학과 검도를 익히고 있는 9살짜리 유영두군의 ‘문무겸전’의 현장을 글과 함께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글을 읽고 있는 유영두군
글을 읽고 있는 유영두군윤형권
"제 이름은 유영두입니다. 저는 연산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원래 집은 대구시 대명동인데요, 한학을 공부하려고 2003년 추석에 저 혼자 이곳 논산시 연산면 범골 양지서당에 왔습니다. 물론 부모님과 누나는 대구에 계십니다. 가끔은 부모님과 누님이 보고 싶지만 그래도 공부하느라 꾹 참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는 3학년 때 갈 겁니다.

저는 커서 육군대장이 되고 싶습니다. 모자에 별을 단 그런 대장 말입니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육군대장이 되려고 공부도 하고 검도도 합니다. 공부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훈장선생님께서는 한쪽에 치우치지 말라고 항상 문무겸전(文武兼全)을 말씀하십니다.

이곳에서 처음 배운 것은 사자소학입니다. 그 다음에 추구, 동몽선습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명심보감을 열심히 익히고 있어요. 처음 사자소학을 익힐 때는 어려웠어요. 모르는 한자가 너무 많아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문 읽는 게 재미있습니다.

검도수련을 마치고 나서. 가운데가 해암 유정욱 훈장. 대한검도회 공인 검도 4단이다.
검도수련을 마치고 나서. 가운데가 해암 유정욱 훈장. 대한검도회 공인 검도 4단이다.윤형권
여기서는 검도도 배웁니다. 문무겸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검도도 처음 배울 때는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팔다리에 알통이 생겨서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장군이 되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도를 하고 나서는 학교에서 달리기를 해도 일등 합니다. 전에는 운동이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사슴벌레를 키우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에 뒷산에서 잡았는데, 이 녀석은 설탕물을 좋아합니다. 하루하루 커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도 함께 커 가는 것 같습니다. 올 여름에 잡았던 곳에 도로 놔줄 생각입니다.


훈장님에게 한학을 배우고 있는 학동
훈장님에게 한학을 배우고 있는 학동윤형권
저는 글을 읽고 쓰는 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고 형과 동생들도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서당에 들어오기 전에는 큰 소리로 책 읽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훈장님 따라서 큰 소리로 읽고 쓰다보니 어느새 책 읽는 게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사자소학을 처음 배울 때는 목도 쉬고 오래 앉아 있는 게 힘들었는데, 차츰 괜찮아졌습니다. 읽은 것을 또 읽고 해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사자소학을 읽으며 부모님께 잘못한 것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면 부모님께 효도를 다할 것입니다. 또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몸도 튼튼히 해서 육군대장이 될 겁니다."


계룡산 범골 양지서당 전경
계룡산 범골 양지서당 전경양지서당
이곳 양지서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6~20살까지의 학동들이 무려 22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부모 곁을 떠나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가까운 연산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학교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동들은 여느 학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지만 공통적으로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한결같이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고들 말합니다. 이곳에는 컴퓨터도 없고, 햄버거가 없어도 마냥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벌레가 친구요, 바위와 산이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계룡산 범골 문필봉 자락의 양지서당에서는 해가 지고 달이 떠도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치 서당 옆으로 흐르는 맑은 개울물이 가뭄에도 그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영두군의 하루 생활계획

▲ 양지서당 훈장님들
ⓒ양지서당
유영두군처럼 부모님 곁을 떠나 이곳에서 숙식하면서 한학과 검도를 익히고 있는 학동들은 초등학교 학동들 17명,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동들도 5명이다.

이곳 양지서당을 이끌고 있는 분들은 의정 유복엽 큰 훈장님 부부가 계시고, 첫째 아들인 대산 유정인 훈장님, 섯째 아들인 봉암 유정우 훈장님, 막내 아들인 해암 유정욱 훈장 부부가 있다. 검도 지도를 하고 있는 해암 유정욱 훈장은 대한검도회 공인 4단이다.

양지서당에서는 학성인지본(學成人之本) - ‘배움은 인간을 이루는 근본’이라는 교육이념으로 아이들이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루 시간표>

06 : 00 기상과 세면, 훈장님께 문안인사
06 : 20 - 07 : 20 검도수련
07 : 20 - 30 하루생활 준비
07 : 30 - 08 : 00 식사와 등교
08 : 00 - 09 : 00 아침청소 및 산책 * 휴일에 해당
09 : 10 - 10 : 00 한학공부, 고사성어, 사설
10 : 00 - 11 : 00 한자, 한글 쓰기
11 : 00 - 12 : 00 서예, 자기학습
12 : 00 - 13 : 00 점심
13 : 00 - 14 : 00 휴식과 서예준비
14 : 00 - 16 : 30 서예, 밑글 읽기
16 : 30 - 18 : 00 자기학습, 초중고 학교 준비물 챙기기
18 : 00 - 19 : 00 저녁식사
19 : 00 - 19 : 30 자기학습
19 : 30 - 20 : 20 밑글 읽기
20 : 20 - 21 : 00 한문공부
21 : 30 취침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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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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