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푼 전재희 "죽을 각오... 역사가 심판할 것"

[현장] 시청 앞 광장 '수도분할저지 궐기대회' 5천여명 참석

등록 2005.03.15 18:31수정 2005.03.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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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서울시의원들이 '수도서울'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서울시의원들이 '수도서울'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나라에 두 개의 수도는 있을 수 없다."

서울시의회와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은 15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5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여야 합의로 처리된 행정도시특별법을 '수도분할법'으로 규정하며 "특정지역 표를 위한 정치적 야합을 벌인 17대 국회는 해산하고 정부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는 13일만에 단식을 푼 전재희 의원과 8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김종문 서울시의회 의원이 단상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또 김문수·이재오·박계동·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의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 1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13일만에 단식 푼 전재희 의원에게 박수

a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과천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과천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13일만에 단식을 푼 전재희 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다.

13일만에 단식을 푼 전재희 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 의원은 "행정도시법은 나라의 기둥이자 주춧돌인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받았다, 하지만 (이법을) 모양만 바꾸고 질은 더 나쁘게 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며 "역사는 두고두고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의원은 "13일간 단식을 해오면서 들었던 단 한가지는 이제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된 일꾼들(국회의원)을 여러분이 직접 나서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호소했다.

전 의원은 "솔직히 죽어서 막을 수 있다면 죽을 각오도 돼 있다"며 "하지만 너무 많은 국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한데, 오늘부터 건강을 회복해 전국을 돌면서 여러분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김종문 시의원은 "이번 특별법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여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도 사퇴하라"며 "오늘 시의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요구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노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상에 오른 인사들의 규탄 발언들은 계속됐다. 대회사를 맡은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번 특별법을 밀어붙인 목적은 단 한가지다, 특정지역의 표를 위한 것을 뿐"이라며 "국민들은 수도권 인구 과밀화와 집중화를 막는다는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계속 이어지는 규탄 발언 "특별법은 특정지역 표를 위한 것"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최상철 공동대표는 "수도는 반쪽을 내서 나눠먹는 과일이 아니다"라면서 "어떤 물건도 반쪽을 내면 어느 쪽도 쓸모 없게 된다, 수도가 분할되면 서울과 충청도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죽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또 "대통령 이외에 부총리 2명과 18개 정부부처 중 12개가 충청도로 내려간다면 이것이 수도분할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이번 특별법의 허구성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서울시민 안종환씨(자영업자)는 "내 고향이 충남이고 처가 역시 충북이지만 수도분할에 찬성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왔다"며 "수도분할은 국가발전을 위한 것도 아니며 국론을 분열시켜 경제를 일으키는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과천 시민 이지향씨는 "수도분할이 옳지 않고 과천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점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헌법을 무시한 정치권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시의원들, 상복 입은 채 서울 상징하는 영정 들고 도보 행진

궐기대회에서는 각계 인사들의 발언과 함께 박명숙(무용과) 경희대 교수의 안무로 수도서울 추모 살풀이춤판이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또 수도서울을 상징하는 영정을 멘 시의원들이 상복을 입고 시청앞을 도보로 행진하는 '수도분할반대' 퍼포먼스도 펼쳤다.

a 서울시의회와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이 주최한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가 1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시의회와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이 주최한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가 1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 '수투위' 장외투쟁 본격화
부천·안양·과천서 연쇄집회... 심재철 의원 단식농성 돌입

▲ '수도분할 저지 범국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재오·김문수·배일도·박계동 등 한나라당 내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수투위, 상임대표 이재오 의원) 소속 의원들의 '장외투쟁'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 집회에 이어 오는 19일, 21일, 26일에는 각각 경기도 부천, 안양, 과천 등지에서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마친 뒤 서울시청 정무부시장실에서 간담회를 통해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의 운영비를 '자발적 모금'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하는 등 국민운동본부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투쟁기금'으로 1천만원을 쾌척한 것으로 알려진 배일도 의원은 "향후 한나라당 및 서울시의회 등 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자발적 모금' 방식으로 국민운동본부의 운영비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일단 김문수·이재오·박성범·이혜훈·박계동 의원 등이 100~200만원씩 갹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서울 평동 '4·19 혁명 기념도서관'에 자리한 '6·3동지회(회장 이재오 의원)' 사무실에 국민운동본부 임시 사무처를 마련하고 조만간 국민운동본부를 공식 발족키로 했다.

박계동 의원은 "임시사무처에 각 국회의원실에서 보좌진을 1명씩 보내 오늘부터 가동하고 있다"며 "향후 190여개 공공기관 노조도 가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박 의원은 "현재 장기표 '나라구하기국민운동본부' 대표와 김진홍 '뉴라이트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며 "두 인사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도 조만간 내부 의결을 거쳐 합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희 의원에 이어 '단식농성'도 계속된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상황의 엄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 의원의 뒤를 이어 단식에 돌입한다"며 릴레이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시청 앞 광장에서 궐기대회가 열리는 동안 이명박 시장은 일상 업무를 보며 시장실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만이 집회 현장에 20여분 정도 머무르다 자리를 떴다. 이 부시장은 집회 후 집무실에서 수투위 소속 의원 6~7명과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재희·이재오·김문수·배일도·박계동·이혜훈·공성진·유정복·김애실·홍준표·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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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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