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갈등 감정적...바닥 쳤으니 올라갈 것"

단병호 의원, 최초의 기자간담회 열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 호소

등록 2005.03.17 10:45수정 2005.03.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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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잇따른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무산과 관련 "(사회적교섭 찬반 양쪽이) 지금까지 서로의 퇴로를 차단해왔고 상당히 감정적"이라며 "시간을 들여서 통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16일 오후 6시 30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갈등 해결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바닥을 칠만큼 쳤으니 이제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의원은 "민주노총에서 나타난 현상을 '폭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문제 풀어나가는 데에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용어사용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민주노총에게 '극소수 극좌 맹동주의와의 결별'을 주문한 것에 대해서 "정치인이 대중조직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단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간 언론 노출을 꺼려온 터라 기자간담회 개최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단 의원은 "내가 나서는 게 당에 도움이 되겠나 싶어서 의도적으로 언론을 멀리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는 자주 만나자"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단 의원이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워낙 왜곡보도를 많이 당해 언론을 꺼린다"며 "기자들과 저렇게 친하게 얘기할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 의원의 이같은 '언론 플레이'는 오는 4월 임시국회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앞둔 노동자 의원의 절박한 심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단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정부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정리한 자료집을 나누어주며 연신 "4월달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이후 술자리에서 "비정규직 법안 철회하면 양복 입겠다고 해볼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대안은 합리적 사유에 한해서만 비정규직을 허용하되 1년으로 계약기간을 제한하고 파견제는 폐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 50%로 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단병호 의원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시간을 들여서 민주노총 통합해야... 당과 대중조직은 별개"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무산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바람직하진 않다. 그러나 민주노총에서 나타난 현상을 폭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 충돌'이라고 해도 되는 일이다. (폭력을) 덮어두자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는 말이 규정하는 데에는 좋을지 몰라도 문제 풀어나가는 데에 좋지 않을 수 있다.

(민주노총 내 갈등)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상당히 감정적이다.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내부 통합력이나 기계적 정리냐 하는 판단이 중요한데 시간을 들여서 통합을 만들어야 한다."

- 이번 대의원대회에 사회적 교섭안을 상정하는 게 적절했다고 보나?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 아닌가.
"(잠시 생각하면서)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전노협 결성 직후 징역살다 (91년에) 나와보니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운동 전체가 NL, PD로 갈라져있었다. 그 때도 주먹질하고 의자, 책상 날아가고 그랬다. 상근자 40명이 밥도 같이 안 먹으려고 했다. 회의 때 의장석에 앉아서 기다리면 양쪽에서 이빨 맞춰서 들어오고 끝나면 각자 또 갈라져서 저희들끼리 평가하고 나만 남아있고. 양쪽을 어떻게든 한 자리에 묶어두려고 반년동안 대성리 수련회를 11번 갔다. 어차피 결론 안 나는 거 그냥 놀자고 내가 먼저 그랬다. 그렇게 조금씩 관계를 트기 시작했다."

- 양쪽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서로 퇴로를 차단하면서 온 과정이라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오늘(16일) 민주노총 지도부 논의 결과 지금과 똑같은 대의원대회를 열어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선 신중히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4월달 비정규직 입법을 앞두고 있는데 노동계가 (분열하지 말고) 성과를 축적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쳤으니 올라갈 것이다."

- 이목희 의원은 민주노총에게 '극소수 극좌 맹동주의와 결별하라'고 하더라.
"웃기는 소리다. 자기가 정당에 있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정치인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

- 노조의 취업장사가 일부라고 보나? 당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게 낫지 않나?
"채용과정에 노조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론에서 보편적 현상인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건들이 우연히 이 시기에 터졌다고 보지 않는다. 2003년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청와대에서 행자부를 통해 '민주노총 비리조사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04년도에 터지지 않겠나 했는데 이번에 터졌다.

국민의식과 상관없이 당과 대중조직은 별개 조직이고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당이 직접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민주노총 쪽에 '다시는 이런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조사하고 소양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고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민노당 의원, 생각보다 점잖다고? 비정규직 문제는 수수방관 못해"

-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어떻게 전망하나?
"정부는 4월에 강행하려고 할 것 같다. 민주노총은 어떻게든 논의틀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 같은데 정부가 받을지는 모르겠다. 이미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목희 의원이 교섭과는 별개로 법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우리당, 한나라당, 재계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처리를 막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이에 대응해)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요구안(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 같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은 현재 법안을 부분적으로 뜯어고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리의 대안은 합리적 사유에 한해 비정규직을 허용하되 1년으로 계약기간을 제한하고 파견제는 폐지하자는 것이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 50%로 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보장하려고 한다."

- 법안처리를 놓고 물리적 행동을 하는 것도 비민주적 아닌가?
"현상만 놓고 얘기하면 이율배반일 수 있지만 좀 다르지 않나.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법안인데, 아전인수라 할 수 있겠지만…."

- 민주노동당 진출로 국회 농성문화 생겼다는데….
"다른 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생각보다 점잖고 신중하다'고 말하던데…. 좋은 말 같아도 한편으론 '(우리를) 어떻게 보고' 그랬다. 이게 칭찬인가? (웃음)

어쨌든 비정규직 문제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 이 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틈만 나면 경직된 노동시장,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를 말했던 내용이 반영됐다. 법안이 통과하면 3년 짜리 계약을 무한정 반복할 수 있고 사용자 편의대로 자유자재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다."

-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정부가 차별기구 만든다는데 별 실효성이 없을 거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중소기업-대기업 하청,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 하청업체는 지불능력이 없고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체제 벗어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순이익을 10조 내는데 삼성의 하청노동자들은 월 480∼520시간 일하고 170∼180만원을 받는다. 상상이 잘 안 될 것이다. 개별기업에 맡기거나 시정기구만 가지고는 절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나오면 재벌이 투자 안 한다고 협박할 것이다."

"'노동자 의원 1명만 있었으면' 했지만, 기대는 크고 토대는 부족"

- 당에서도 임용하기로 해놓고 취소한다던지 일반기업체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 벌어지지 않나.
"본인은 직장을 그만두고 왔는데 황당할 테고 당으로서 쉽게 그렇게 할 일은 아니었다. 우리 의원실도 인턴을 쓰는데 다른 보좌관들과 같은 호봉체계에서 임금 받고 있다. 또 (국회가 임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10개월인데 2개월 더 추가해서 연속 고용한다. 4년 이후는 책임 못 지더라도 그렇게 한다. 민주노동당이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 당직자들에게 활동가와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다.
"다른 당 보좌관들이 직장으로 다니는 것과는 다르다. 의지와 목적을 갖고 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러나 활동가만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운동에 헌신하라고 하면 개인이 감당도 안 되고 운동에도 좋지 않다. 민주노총 있을 때에도 상근자 노조 만들라고 경영권, 인사권 다 넘겨주겠다고 했었다. 반은 만들자고 하고 반은 우리가 사무직원이냐고 논쟁하다가 흐지부지 됐다."

- 당의 지지율 하락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국민들의 기대가 많았다. 특히 현장의 기대가 컸다. 흔히 '노동자 의원 1명만 있었으면' 하지 않았나. 근데 10명이나 있는데도 별 달라지는 게 없고. 과도한 기대에서 오는 실망감이다. 두 번째는 당도, 의원도 처음인데서 오는 물적 토대의 빈약성이 있다. 객관적 조건에 대한 이해없이 뛰어든 데서 오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기아차나 화물노조 사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 듯 하다. 당과 대중조직은 별개인데, 국민들은 그렇게 안 본다."

- 국회 들어와보니 생각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
"국회의원들 일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일 많이 하더라. 제 입장에서 보면 특혜도 별로 없다. 열차표 싸게 사는 정도다. 이러저러한 일정으로 예전처럼 사람들 많이 못 만나는 게 좀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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