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락! 빨갛게 익은 봄을 씹어요

<음식사냥 맛사냥 7>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뛰어난 딸기

등록 2005.03.17 15:36수정 2005.03.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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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어가는 봄 ⓒ 이종찬

비타민C가 귤의 2배, 사과의 10배나 많이 들어있다는 딸기.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같은 각종 유기산이 많아 봄철 잃어버린 입맛까지 순식간에 되살려준다는 봄맛의 대명사 딸기. 식이섬유소인 팩틴까지 많아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춰 고혈압 환자의 간식으로도 그만이며, 세포와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노화까지 막아준다는 건강의 대명사 딸기.

어디 그뿐이랴. 딸기는 따가운 봄볕에 그을린 피부를 지켜주는데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하루에 딸기 4~5개씩만 먹어도 기미나 주근깨 걱정은 끝. 또한 담배를 도저히 끊기 어려운 사람들은 딸기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니코틴 때문에 사라지는 비타민C를 먹는 것과 같으므로.

<본초강목>에 따르면 딸기는 "맛이 달고, 신장의 정을 보익하고, 여성의 수태 기능을 돕고, 머리를 검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딸기에 설탕을 뿌려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설탕이 딸기에 들어 있는 비타민B를 모조리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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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피어난 예쁜 딸기꽃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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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파랗게 자라나는 경남 창원시 북면 명촌리 들판, 들판 너머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 이종찬

지금 남녘의 들판에서는 봄향기 물씬 풍기는 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얼마 전 남녘에도 때 아닌 폭설이 내려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던 수많은 비닐하우스가 폭삭 가라앉기도 했다. 지난 겨우 내내 딸기를 자식처럼 키우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던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땅을 치며 통곡하기도 했다.

하지만 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폭삭 가라앉은 비닐하우스를 애써 일으켜 세운 농민들이 미처 한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저쪽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빠알간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떠나는 겨울이 제 아무리 꼬리를 치며 딸기들의 집을 희롱해도 농민들과 딸기들에게 다가오는 봄은 막을 수가 없다.

보리가 파랗게 자라나는 남녘의 고요한 들판. 언뜻 보기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것만 같지만 들판 곳곳에 물결처럼 출렁이는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가 보면 탐스럽게 익어가는 딸기를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몹시 바쁘기만 하다. 파아란 잎사귀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딸기들도 연지곤지를 찍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새 비닐하우스 밖으로 줄줄이 나오는 딸기에 뒤질새라 쑥과 냉이, 씀바귀도 논둑 곳곳에 숨어 연초록 눈빛을 뾰족이 내밀고 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변 곳곳에도 탐스럽게 익은 딸기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봄 사이소, 딸기 사이소'라고 외치는 아낙네들의 목소리에서도 봄내음이 물씬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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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연지곤지를 찍으며 봄마중을 기다리고 있는 딸기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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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오는 싱싱한 딸기 한 상자가 1만1000원 ⓒ 이종찬

하얀 씨가 빠알간 속살 속에 촘촘촘 박힌 탐스런 딸기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입에 절로 침이 고인다. 저만치 쌩쌩 달려오던 자가용도 빨갛게 익어가는 봄, 딸기의 유혹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고 도로변으로 슬며시 비켜선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아이의 휘둥그레진 눈동자 속에도 어느새 빠알간 딸기가 가득 담긴다.

벌써 딸기가 나오는 철인가. 아니다. 밭에서 자란 자연산 딸기가 나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요즈음 나오는 딸기는 모두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딸기다. 부지런한 농민들이 지난 늦겨울 딸기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에 딸기그루를 파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초가을에 심었던 그 모종에서 열리는 딸기다.

그렇다고 지금 나오는 딸기가 자연산 딸기에 비해 향도 약하고 새콤달콤한 딸기 특유의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예전처럼 농약을 치거나 비료를 듬뿍 주어 키워내는 그런 딸기가 아니다. 유기농법에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벌들이 꽃가루를 수정시켜 매달리는 그 딸기다. 오뉴월에 나오는 자연산 딸기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일까. 탐스런 딸기를 한 입 물자 이내 입 안에 향긋한 봄내음과 함께 새콤달콤한 딸기맛이 혀끝을 마구 농락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봄을 사그락사그락 씹고 있는 것만 같다. 큼직큼직한 딸기 서너 송이를 먹고 나자 이내 허기진 배가 불러오면서 온몸에서 봄내음이 풀풀 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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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흐르는 물에 3번쯤 씻은 뒤 꼭지를 따고 다시 한번 더 씻는 것이 좋다 ⓒ 이종찬

마금산 온천이 있는 경남 창원시 북면 들머리. 은어 떼가 거슬러 오르는 낙동강을 낀 명촌리 반듯한 들판에서 올해 10년째 딸기농사를 지으며 직접 팔기까지 한다는 김씨 아줌마. "나이와 이름은 와 자꾸 물어쌓소"라며 사진 찍기를 끝까지 마다한 김씨 아줌마는 딸기는 같은 그루에서 해마다 수확을 할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같은 딸기그루와 같은 밭을 계속 쓰모 딸기 열매가 자꾸 작아진다 아입니꺼. 그래서 애써 가꾼 딸기그루라도 한번 열매를 맺고 나모 새 딸기 묘종을 잘라낼 어미그루만 남기고 모두 파뒤비뿌지예(파뒤집어요). 그때는 꼭 키우던 딸자식을 멀리 시집보내는 그런 맴(마음)이 들지예."

하루하루 직접 수확한 딸기를 파는 김씨 아줌마에게 요즈음 딸기 한 상자에 얼마씩 하느냐고 묻자 1만1000원이란다. 이어 우스갯소리로 '아재(아저씨)는 마음씨도 좋게 보이고 내 사위 같으니까 고마 두 상자 드리께예. 그 대신 지금 우리 밭에 가서 마음에 드는 놈으로 직접 한번 따보실랍니꺼?'하며 씨익 웃는다.

슬며시 디카를 다시 꺼내자 '낼로(나를) 자꾸 찍을라 하지 말고 우리 조카딸처럼 예쁜 저 딸기나 많이 찍어주소'한다. 김씨 아줌마의 넉넉한 미소에도 빠알간 딸기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다. 빠알간 딸기가 주인을 기다리며 수북이 쌓여 있는 길목에 파랗게 돋아나고 있는 쑥에도 빠알간 딸기빛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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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지 않습니까?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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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비타민C의 보고다. ⓒ 이종찬

"우리 마을에서 나오는 딸기는 유기농법으로 짓기 때문에 물에 씻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이 훨씬 더 향도 좋고 맛도 좋지예. 자! 이거 하나 드셔보이소. 울매나(얼마나) 달콤하고 향긋한지."

"어떤 사람들은 딸기를 소금물에 씻어 먹기도 하던데. 제가 알기로는 소금물에 딸기를 씻으면 소금물의 삼투압 작용 때문에 농약이 딸기 속에 그대로 스며든다던데요?"

"그라다가는 정말 큰일 나지예. 정 걱정이 되면 수돗물에 깨끗이 헹구고 난 뒤 꼭지를 따고 한번 더 헹구는 기 좋지예."

춘곤증으로 모든 것이 귀찮게 여겨지기만 하는 나른한 봄날. 가까운 시장에 나가 요즈음 나온 싱싱한 딸기 한 상자를 사보자. 그리고 입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 빨갛게 잘 익은 탐스러운 딸기 한입 깨물어보자. 금세 입 속 가득 들어차는 딸기 향과 함께 잿빛 마음까지도 빠알간 딸기 빛으로 곱게 물들리라.

봄내음 가득한 딸기잼, 이렇게 만드세요
으깬 딸기에 설탕, 레몬즙 넣고 전자레인지에 20분 가열

▲ 딸기잼은 싱싱한 딸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종찬
준비물: 딸기, 레몬, 설탕, 물

1. 흐르는 물에 딸기를 깨끗이 씻은 뒤 꼭지를 딴다.
2. 물기가 모두 빠진 딸기를 으깬 뒤 레몬즙과 설탕을 적당량 뿌린다.
3. 냄비에 딸기를 담고 물을 조금 부은 뒤 뚜껑을 닫지 말고 15분쯤 끓인다. 이때 생기는 거품은 계속해서 걷어낸다.
4. 잘 끓은 딸기를 체에 담아 딸기즙을 받아내고 체에 걸러진 건지는 따로 둔다.
5. 딸기즙을 냄비에 넣고 중간불에서 20분쯤 끓이며 계속 젓다가 따로 둔 건지를 넣고 5분쯤 더 끓인다.
6. 뜨거운 딸기잼을 소독이 잘 된 유리병에 담아 마개를 꼭 닫고 냉장고에 보관한다.

※포인트: 레몬즙과 설탕을 넣고 으깬 딸기를 뚜껑을 덮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20분 정도 가열해도 된다. 특히 전자레인지로 딸기잼을 만들면 딸기의 빛깔과 향이 좋다. /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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