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배반한 <동아>에 자유언론 정통성 없다"

[동아투위 결성 30주년] '복직' 권고받은 57명 원직복직 외면 당해

등록 2005.03.17 16:46수정 2005.03.17 20:20
0
원고료로 응원
a 한국 현대언론사의 산증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17일로 결성 30주년을 맞았다.

한국 현대언론사의 산증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17일로 결성 30주년을 맞았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30년 전 우리는, 언론자유의 회복과 언론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언론계 밖의 외침에 가슴 속 깊이 솟구쳐 오르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유언론실천에 신명을 바칠 것을 온 국민과 세계 앞에 선언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지난 75년 3월 17일 새벽,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서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벌이던 동아일보 기자와 동아방송 PD, 아나운서 등 150여명은 술 취한 폭력배 등에 의해 광화문 거리로 내몰렸다.

이들은 곧바로 다시 모여 "폭력을 서슴지 않는 언론이 어찌 민족의 소리를 대변할 것인가"라며 "민주시민을 배반한 동아일보에 더 이상 자유언론의 정통성은 있지 않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유언론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동아투위 결성 30주년...발자취 담은 <자유언론> 발간

동아투위가 17일로 결성 30주년을 맞았다. 30년이라면 한 세대를 넘는 세월. 동아투위의 투쟁사는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지난 75년부터 지금까지 '자유언론'을 실천하는 일에 총력을 쏟았던 동아투위가 30년 발자취를 기록한 <자유언론>을 펴냈다. 이번 책은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발간됐다.

a 동아투위 30년사 <자유언론>

동아투위 30년사 <자유언론>

여기에는 70년대가 시작되면서 박정희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이 가중되자 당시 동아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주축이 돼 권력에 저항했던 세 차례의 '언론자유수호선언' 채택 경위, '전국출판노조 동아일보지부' 결성의 전말, 동아일보에서 강제해직 당해 '동아투위'를 결성할 때까지의 험난하고 숨가빴던 투쟁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밖에도 강제해직 이후 장외투쟁, 법정투쟁을 비롯 80년대 민주화운동 참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 월간 <말>과 한겨레신문 창간, 원상회복운동,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촉구 등 동아투위가 동아일보 밖에서 펼쳐온 언론민주화운동과 언론개혁운동에 관한 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유언론>은 동아투위 활동사 차원을 넘어 한국 현대언론사의 자유언론투쟁 '텍스트'에 가깝다. 따라서 <자유언론>은 30년 전 통한의 한 사건을 회상하는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자유언론실천운동이 30년 전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운동이어야 함을 후배 언론인들에게 선포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는 끝났지만 아직도 '그 시대를 향수처럼 품고 사는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유신 족속들의 만행을 고발하는데' 더 무게를 뒀다. 그들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동아일보가 '유신치하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동아일보 업적으로 왜곡 또는 조작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어서이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걸핏하면 "유신체제와 싸웠다"거나 "그들은 해사행위를 했던 난동분자" 아니면 "견해 차이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불행한 일" 등으로 동아투위 투쟁을 폄하하거나 동정하는 척 했다.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을 통해 "더 이상 거짓과 오욕의 구각 속에 갇혀 있지 말고 진실의 광장으로 나와 역사와 화해할 것"을 동아일보에 충고했다.

자료마저 군부에 빼앗겨..."사실 밝히기 어려웠다"

a 제임스 시노트 신부가 지난해 10월 11일 인혁당 사건을 증언한 책 <1975년 4월 9일> 출판기념식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제임스 시노트 신부가 지난해 10월 11일 인혁당 사건을 증언한 책 <1975년 4월 9일> 출판기념식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 남소연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은 <자유언론> 발간사에서 "우리는 이 책을 펴내면서 새삼스럽게 '80년 신군부'의 만행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투위 위원들이 강제연행의 화를 피하고자 자리를 비운 사이 보관 자료를 몽땅 훔쳐가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동지들이 개인적으로 가진 자료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기록을 중시하는 동지들도 후일이 두려워 소각하거나 파기해 버린 탓에 사실을 밝히는 일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자유언론>에는 동아투위와 동고동락하며 격려하고, 지원했던 수많은 민주인사와 '명예 동아투위 위원'들의 회고도 실려 있다.

강만길 상지대학교 총장, 이해동(덕성여대 이사장) 목사, 함세웅(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박태순 소설가,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제임스 시노트 신부, 이돈명 변호사, 김수환 추기경 등이 '자유언론의 모태'로써 동아투위 30년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74∼75년 당시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와 동아투위 활약상을 세상 밖으로 타전, 동아투위 명예위원이 된 홍건표 전 AP통신 기자, 후루노 요시마사 전 마이니치 특파원, 에자와 고지 전 교도통신 서울특파원 등 외신기자들의 눈물겨운 '취재기'도 눈길을 끈다. 지금은 장성하여 교수, 연구원, 평론가 등으로 뛰고 있는 동아투위 2세들의 애잔한 가족사도 들어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4. 4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5. 5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