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동아일보..."강제해고 사태 사과하라"

[현장] 민주화운동 자유언론 해직자 원상회복 촉구대회

등록 2005.03.17 20:01수정 2005.03.18 09:34
0
원고료로 응원
a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17일 오후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17일 오후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결성 30주년을 맞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문영희)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화운동계승국민연대(상임대표 강민조 외)와 공동으로 '민주화운동 자유언론 해직자 원상회복' 촉구대회를 열었다.

동아투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사람들에 대해 원직복직 등 실질적 명예회복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조속한 원상회복을 거듭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50여명의 동아투위 위원이 참여했다.

벌써 결성 30주년... 희끗희끗한 머리들

a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17일 오후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동아일보 화형식'을 치르고 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17일 오후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동아일보 화형식'을 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해 12월 30일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는 유신정부와 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된 언론인 중 복직 희망자 94명에 대해 해당 언론사 복직을 권고했다. 이중 동아일보 해직자는 57명에 달한다.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30여년 전 오늘, 바로 이 건물에서 술취한 폭도들에 의해 쫓겨난 이후 언론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반민주, 반통일, 친미적인 동아일보를 비판하고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위원장은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독재권력과 야합, 큰 돈을 벌어 큰 건물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면서 "김성수로부터 시작해 김상만, 김병관에 이르기까지 우리 동아투위를 철저히 짓밟아왔다"고 주장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권오헌 계승연대(양심수후원회 대표) 상임대표는 "동아투위 여러분들은 자유언론을 지키려고 싸우다 유신독재와 부화뇌동한 사주에 의해 쫓겨났다"고 회고한 뒤 "그때 언론이 살아 있었다면 유신정권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동아일보 석달이 되도록 미동도 않아"

정동익(4월혁명회 공동대표) 동아투위 위원의 경과보고에 이어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강민조 유가협 이사장,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동일방직 해고자인 정명자 70민노회장 등이 규탄발언대에 섰다.


이명순(민언련 이사장) 동아투위 위원은 결의문을 통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2004년 12월 29일 법률에 따라 해직언론인 등에 대한 복직권고 및 불이익 해소조치를 기관에 통보했으나 동아일보는 석달이 돼가도록 미동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동아일보는 113명이라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해직언론인을 두고도 30년째 외면하고 있다"면서 "75년 자유언론운동 해직언론인에게 사죄하고 즉각 원상복직 시켜라"고 거듭 촉구했다.

동아투위와 계승연대는 오후 5시45분경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문구에 덮인 동아일보 신문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사람 키 높이의 동아일보 신문은 불을 붙이자마자 삽시간에 불타 강한 바람에 흔적도 없이 광화문 일대로 흩날렸다.

후배 언론인에게 띄운 당부 "경영주에 기꺾이는 사슬 끊자"
[30주년 기념식 현장] <자유언론> 출판기념회

이날 오후 6시부터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동아투위 결성 30주년 및 동아투위 30년사 <자유언론> 출판기념회'에는 동아투위 위원들과 민주 인사, 현직 언론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30년간 동아투위에 도움을 줬던 강원용 목사, 함세웅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제임스 시노트 신부, 이돈명 변호사,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참석해 동아투위와의 끈끈하고도 두터운 30년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동아투위는 특별성명에서 동아일보를 향해 "더이상 거짓과 오욕의 구각 속에 갇혀있지 말고 진실의 광장으로 나와 역사와 화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모든 죄를 민족과 역사 앞에 낱낱이 고백하고 새 삶을 얻으라"고 충고했다.

동아투위는 정부에 대해서도 "진정 우리의 명예회복을 도울 생각이라면 30년 전에 있었던 동아일보와 유신독재의 야합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며 "그것을 언론개혁의 단초로 삼으라"고 지적했다.

젊은 후배 언론인들에게도 "정도가 아닌 줄 알면서도 상사의 눈흘김 한번에 깜짝 놀라고 경영주의 말 한마디에 기가 꺾이는 굴종의 사슬은 모두 끊어버리자"고 당부했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행사장에 차려진 식사를 들며 안부를 묻고 옛일을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4. 4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5. 5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