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가 평당 710만원대? 왜이럴까

톱 탤런트 내세우며 고가화 전략...건교부 "분양가 내려라" 압박

등록 2005.03.18 16:03수정 2005.03.1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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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성 동탄 신도시 전체 조감도

화성 동탄 신도시 전체 조감도 ⓒ 한국토지공사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순식간에 폭리 의혹에 휩싸인 화성 동탄 민간임대아파트 건설업체들. 이들은 결국 세무조사, 공공택지 입찰배제 검토라는 최악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국내 톱탤런트와 모델 계약까지 체결하며 도약을 꿈꿨던 중견 건설업체들은 이제 국민과 정부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 부지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중견 건설업체는 광명주택, 모아건설, 신일하우징, 모아주택산업 등 네군데. 이 가운데 모아건설은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아주택산업의 자회사로 뿌리가 같다.

이들 세 업체는 화성 동탄에 5년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몇가지 동일한 전략을 취했다. 첫째로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로 덧칠하는 방식의 확정분양가제도를 도입했다. 확정분양가제도란 2년6개월 뒤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확정된 분양대금을 받고 계약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없애고 임대보증금을 분양가와 동일하게 책정해 판매하는 것으로 시민단체들로부터 편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탄 신도시 3차 임대아파트 평균가격

업체명

평균가격

(천원/평)

주택규모별 가격

60㎡이하

60∼85㎡

광명주택

7,178

-

7,178

모아건설

7,156

7,120

7,171

신일하우징

7,167

7,099

7,289

모아주택산업

7,075

7,030

7,172

 

ⓒ 건설교통부 제공
대형 톱탤런트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광명주택은 영화배우 손예진씨를, 모아건설은 탤런트 하지원씨, 신일하우징은 탤런트 최지우씨와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중견 건설업체와 임대아파트가 지닌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회사의 이미지와 아파트를 고급화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이같은 판매전략을 바탕으로 임대아파트를 평당 710만원대에 분양(임대)하는 과감한 정면 돌파 전략을 구사했다. 광명주택은 평당 평균 717만원, 모아건설은 715만원, 신일하우징은 716만원, 모아주택산업은 707만원 등으로 확정분양가를 책정했다.

택지는 저가로 공급받았지만 분양가(보증금)은 낮추지 않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는 주변 일반분양아파트 평당 분양가와 비교할 때 불과 2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고가화를 통한 임대아파트 '탈색' 전략인 셈이다.


탈색 전략을 쓰게된 배경에 대해 신일하우징의 한 관계자는 "집 갖고 있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재테크 차원에서 임대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를 노렸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관계자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접수에서 계약이 많이 안될 것이라고 봤다"며 주 타깃 계층이 무주택자나 서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모아건설의 한 관계자도 "동탄 4차로 가면 평당 분양값이 100만원 이상 뛴다고 하는데 그걸 감안한 것"이라며 재테크 수요를 염두에 두었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하지만 이같은 중견업체의 '탈색 전략'은 오히려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이는 단적으로 지난 17일 마감된 3순위까지의 접수결과 나타난 미분양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전용면적 60㎡이하 임대아파트 미분양율은 모아건설 58.4%, 신일하우징 80%, 모아주택산업 92.2%에 달했다.

a 화성 동탄 신도시에 공급을 준비 중인 신일하우징의 신일해피트리(왼쪽) 임대아파트와 (주)모아주택산업의 모아미래도 임대아파트 조감도.

화성 동탄 신도시에 공급을 준비 중인 신일하우징의 신일해피트리(왼쪽) 임대아파트와 (주)모아주택산업의 모아미래도 임대아파트 조감도.

특히 더 큰 후폭풍은 건설교통부로부터 불어왔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18일 이들 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양가 자율인하를 유도하되, 만약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의뢰나 공공택지 공급배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특히 서 국장은 '600만원 내외'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용적률을 감안한 평당 공급가가 200만원에 미치지 않고, 표준건축비 330만원에 금융비용과 업체 이익금까지 가산해도 600만원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 서 국장의 설명이다. 서 국장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업체들이 계속 폭리를 취하면서 잘했다고 억지 부리면 안된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요지부동이다. 지금와서 분양가(보증금)을 깎으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신일하우징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사업주체 쪽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지 안남기려고 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아건설쪽은 오히려 미분양 등을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모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비싸다고 보도를 하는데 미달이 안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보증금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방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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