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어린이도서관, 어때요?

주민들이 만든 대전 중구 석교동 '알짬어린이도서관'

등록 2005.03.18 19:19수정 2005.03.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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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운영하는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이 대전 중구 석교동에 개관했다. 이 곳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가 없고, 소파와 쿠션이 마련되어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운영하는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이 대전 중구 석교동에 개관했다. 이 곳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가 없고, 소파와 쿠션이 마련되어 있다. ⓒ 장재완


a 알짬 어린이도서관 내부, 이 곳에는 5개의 방이 있다.

알짬 어린이도서관 내부, 이 곳에는 5개의 방이 있다. ⓒ 장재완


주민들 스스로 만들고 직접 운영하는 대전지역 첫 마을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18일 오후 4시 대전 중구 석교동 중구자활후견기관 2층에서 개관식을 갖은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는 공부방으로 놀이터로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어른들에게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활용장소와 사랑방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2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곳에는 다섯 개의 방이 있다. 이야기가 있는 방, 그림이 있는 방, 영화가 있는 방 등 세 곳은 주제별로 모아놓은 책을 읽는 공간이다. 또한 모꼬지라고 표시되어 있는 가장 큰 방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사무실로 쓰인다.

이곳에는 의자가 없다. 누구나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 내 집처럼 뛰어도 되고 누워도 되고 마음껏 뒹굴어도 된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 이곳에 오는 어린이들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또 이를 지켜나가게 된다.

이곳은 아이들만 오는 곳이 아니다. 엄마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을 책 읽게 나두고 엄마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이를 이곳에 맡기고(?), 볼 일을 보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a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개관식이 18일 오후 4시에 열렸다.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개관식이 18일 오후 4시에 열렸다. ⓒ 장재완

이날 개관식을 가진 이 도서관은 지난 1월부터 시범운영을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동네에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이들 입소문이 학교에서부터 동네로 퍼지면서 따로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개관식이 열린 이날도 각 방마다 아이들과 엄마들로 가득 찼다. 2500여권이나 되는 책과 편하게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 쿠션, 베개도 마련되어 있어 한번 맛본(?) 아이들이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것.


이곳은 회원제로 운영되지만 모든 것은 무료로 제공된다. 가입은 누구나 가능하며, 운영비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처럼 근사한 어린이도서관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관장인 강영희씨를 비롯한 여섯명의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공간은 중구자활후견기관으로부터 무료로 대여했고, 최소비용은 각자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책 역시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기증을 받았고, 페이트 칠에서부터 도배 및 환경정리까지 모두 엄마들이 손수 마련한 곳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앞으로 이 곳에서는 '엄마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그림책 슬라이드 상영', '옛 놀이 교실', '문화기행' 등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한소영(석교초등학교 6) 어린이는 "여기 와서 책도 보고 카드게임도 하고 놀기도 할 수 있어 매일 온다"며 "이곳은 떠들어도 되고 놀아도 되고 책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다른 도서관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강영희 관장은 "어린이 도서관은 우리 사회의 희망인 어린이에게 어린시절부터 도서관 이용을 생활화 시켜주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대전지역에 더 많은 어린이도서관이 설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꿈과 희망을 주는 마을어린이도서관으로 발전시킬 것"
강영희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관장 인터뷰

▲ 강영희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관장
ⓒ오마이뉴스 장재완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앞장섰던 강영희 관장을 만나 도서관의 운영에 대해서 들어봤다.

-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둘째 아이가 100일 됐을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줬더니 시끄럽다고 나가라고 했다. 그때 아이들이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타 지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찾아가서 보게 됐고, 용기를 갖고 우리지역에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나.
"주로 동네 주민들이다. 제 아이 친구 엄마들이 대부분인데,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민하다가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뜻을 모으게 됐다."

- 처음 몇 명이 시작했나.
"처음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 시작했다. 현재는 자원봉사자가 10명 정도 늘어났다."

- 자원봉사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아이들을 통제하나.
"여기서는 통제는 없다. 모든 것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자기들끼리 조용히 시키기도 하고, 또 정리도 잘한다. 여기에는 전문사서가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사서가 하는 일과 동시에 환경미화 등 모든 일을 자원봉사자들이 한다."

- 운영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나.
"처음 시작할 때는 십시일반으로 약 350만원 정도를 모았다. 이 돈을 가지고 페인트나 도배, 장판 등의 경비로 사용했다. 현재 공간은 중구자활후견기관에서 무료로 빌렸기 때문에 인건비를 제외한 한달 경비가 약 85만원 정도 소요된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은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에서 지원받기로 했고, 그 뒤부터는 후원금을 받아서 운영할 계획이다. 모든 것이 자원봉사라 인건비는 책정되어 있지 않다."

- 책이 상당히 많던데 어떻게 마련했나.
"모두 2500권정도 되는데 모두 개인이 기증한 책이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이 필요한데, 가능하다면 중구청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생각이다."

-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1월부터 시범운영을 해 왔는데, 아이들은 너무 너무 좋아한다. 책도 읽을 수 있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또 학교나 집에서 걸어서 올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반응이 좋다. 다만 어른들은 약간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혹시 돈을 받지 않는지…. 왜 무료로 운영하는지에 약간 의아해 하지만 한두번 오신 분들은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굉장히 좋아한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여기에다가 맡기다시피 하고 개인 일을 보러 가시는 분도 있다."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지금은 시작이니까 좀 더 알차고 짜임새 있게 운영해서 정말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마을어린이도서관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이곳 뿐만 아니라 타 지역으로 이러한 마을어린이도서관 건립이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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