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역사를 새로 쓰는 자세로 임해야

등록 2005.03.21 13:59수정 2005.03.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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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양국 간 문화교류의 장벽이 사라지며 우리가 가졌던 ‘일본문화의 범람’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욘사마’로 상징되는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양국간 문화적 친밀감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올해는 한일 국교 수립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 우정의 해’다. 그러나 일본의 우파 세력들이 터뜨리고 있는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련의 사건들은 양국관계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영토분쟁, 역사문제 등은 민족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한일 간에는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관계를 악화시키는 불씨로 남아있다.

우리나라가 대응을 자제하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사이, 일본의 우파 세력들은 치밀하고 끈질기게 독도문제, 과거사 문제 등을 다뤄왔다. 일례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미 중앙정보국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독도가 다케시마로 써 있고, 많은 웹사이트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독도를 자기의 영토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치밀하게 전개해 왔다는 증거다.

이러한 준비의 바탕에는 물론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뒷받침되어 있다. 잊힐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정치인 및 관료들의 망언의 배경에는 이러한 일본 우익들의 치밀함이 담겨있다. 일부 개인의 우발적이거나 사적인 견해가 아닌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그동안, ‘과거사에 대한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다룰 일이 아니다’라는 기조가 바탕이었다. 예컨대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적 배경이나 실질적 영유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가 맞대응을 할 경우 사안을 이슈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서는 과거사를 덮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과거사를 정치, 외교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우익 세력이 진행하고 있는 치밀한 ‘역사 만들기’작업을 간과한, 너무나 소극적인 대응이었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독도를 한일 영해의 공동 어업 수역 안으로 넣는 결과를 낳은 것이며, 급기야는 며칠 전 ‘다케시마의 날 지정’이 일본 한 지역 조례로 통과되는 사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간과한 것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의 역사는 과거사를 포함하여, 현재 진행형으로 써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케시마의 날 지정’ 이라는 웃지 못 할 사건을 접하는 우리의 다급함은 어쩌면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손가락을 자르고 닭의 목을 따는 비장함을 보이고 있고, 정치인들의 입에서는 ‘독도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새우자’는 발상이 나오고 있다. 마치 전쟁을 앞두고 있는 듯한 비장함과 다급함이다. 그동안 우리가 일본의 치밀한 준비에 걸맞은 대응의 노력을 했던들, 이런 다급함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독도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일본 측에서 제기하는 역사, 영토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준비를 정치, 외교, 민간 차원에서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 ‘역사는 강자의 이야기’라는 말은 한일 과거사, 독도 문제에 있어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그 힘을 바탕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시작한 이 싸움에 이제는 두발 벗고 들어서야 할 때다. 이 문제를 풀지 않는 이상,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정립은 불가능함을 깨우칠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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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기쁨을 느끼고자 합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시각을 형성해 왔다고 믿는데 이제는 저의 작은 의견을 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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