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워라, 아일랜드의 힘 '사회협약'

노 대통령 '산업평화 넘어선 국가발전모델'로 벤치마킹 지시

등록 2005.03.23 09:30수정 2005.03.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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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멕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의 방한(21일 제주 방문)을 계기로 지난 87년 체결한 '아일랜드 사회협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아일랜드는 1980년대 경제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사·정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사회협약(Social Pact)을 체결해 경제회복, 노사협력, 고용안정, 외자유치를 달성했다.

아일랜드는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유지하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비견되는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단순한 산업평화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발전모델인 아일랜드 사회협약 내용의 의미와 전개과정, 그리고 성과 등을 '아일랜드의 사회적 협약 검토' 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21일 낮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제주를 찾았다. 매컬리스 대통령은 이날 치과의사인 남편 마틴  매컬리스(뒤쪽) 및 기업인 등 수행인사 40여명과 함께 제주에 도착했다.
21일 낮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제주를 찾았다. 매컬리스 대통령은 이날 치과의사인 남편 마틴 매컬리스(뒤쪽) 및 기업인 등 수행인사 40여명과 함께 제주에 도착했다.연합뉴스
권재철 청와대 노동비서관은 일요일인 지난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른바 '아일랜드 사회협약'에 관해 브리핑했다. 사전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보도협조를 당부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한·아일랜드 정상회담(23일)을 앞두고 노동비서관실에서 만든 '아일랜드의 사회적 협약 검토' 보고서를 읽고 국민에게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에 앞서 지난 13일경에 아일랜드 사회협약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지시(13일) 이후 노동비서관의 '대통령 보고서' 작성 및 보고(18일)→노 대통령의 보고서 숙독→노 대통령의 보고서 공개 지시→노동비서관의 보고서 내용 언론 브리핑(20일)까지 1주일만에 신속한 의사결정 및 업무처리가 이뤄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하루만에 보고서를 숙독하고 '대통령 보고서'(청와대와 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의 통칭)를 공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이 보고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정책자료실' 방의 '대통령보고서' 메뉴에 공개되었다.

대통령이 공개 지시한 '아일랜드 보고서'


'아일랜드의 사회적 협약 검토' 보고서의 골자는 아일랜드가 80년대 정치적 불안, 경기침체, IMF 관리체제로 국가 위기상황을 맞았으나 노·사·정·농업조직으로 '국가경제사회위원회'(NESC)를 구성해 87년 '국가재건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제회생의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그 뒤 3년마다 총 6차례의 후속협약을 체결하며 노사안정과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룩했다. 이로 인한 각종 변화의 지표는 놀라울 정도이다.


우선 경제부분 성장지표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은 88년 1만 달러에서 96년 2만 달러를 돌파해 2002년에 3만3천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유럽 주요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 2만4천 달러 ▲프랑스 2만4천 달러 ▲독일 2만5천 달러 수준이다.

실업률은 87년 16.8%에서 2002년에는 4.2%로 줄었다. EU(유럽연합) 평균 실업률은 8.0% 정도이다. 이에 반해 고용증가율은 0.3%(86∼88년)에서 2.3%(99∼01년)으로 늘었다. EU 평균은 1.3%이다.

아일랜드 경제의 으뜸 성공비결로 꼽히는 외국인 투자는 90∼95년 11억 달러에서 241억 달러(2000년)로 무려 20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드 경제성장 요인으로 '공격적 인센티브를 동원한 외자유치' 성공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나 사회협약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측면이 외자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왔다.

집권정당 수차례 바뀌었지만 사회적 협약 체결은 20년 넘게 전개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는 아일랜드도 뼈아픈 시련기를 겪어야 했다.

아일랜드는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사·정 3자로 구성된 국가산업경제위원회(NIEC) 권고로 국가임금합의를 도출하는 등 협력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80년대 정치적 불안과 경기침체로 인해 높은 임금인상, 고인플레, 노사갈등이 악순환되어 IMF 관리체제 등 국가위기상황을 초래했다.

그러자 80년대 후반부터 노동계에서 먼저 경제회생을 위한 사회적 협약(Social Pact)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당시 노·사·정·농(농업조직)으로 구성된 국가경제사회위원회(NESC)를 중심으로 연대협약 체결을 시도했다. 이렇게 해서 87년 2월 출범한 공화당은 노사정 합의로 ▲임금인상 완화(2.5% 이내) ▲저소득근로자 보호 ▲고용 창출과 장기실업 해소 등을 포함한 국가재건프로그램(PNR)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에도 아일랜드는 3년 단위로 총 6차례의 후속협약을 체결했는데, 3차협약까지는 경제위기 극복·성장·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국민 소득이 2만 달러에 도달한 97년 이후 4차협약부터는 분배와 사회적 형평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97년 당시 4차협약을 주관한 공화당-진보민주 연립정부는 노·사·정·농 4자 대표 외에 공동체·시민단체(종교 지도자, 여성, 청년단체 등)를 포함해 사회통합을 강조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틀 안에서 집권정당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사회적 협약 체결은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회세력들이 20년 가까이 '사회적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일랜드 전체 국민의 65%가 시민사회단체에 참가해 국정운영 지지대 역할

이처럼 20년 가까이 지속된 사회협약 체결의 성공요건으로는 하나로 일원화된 노사단체 조직의 리더십과 이행력이 손꼽힌다. 아일랜드는 노동조합(ICTU)뿐만 아니라 사용자단체(IBEC)도 전국 단일조직을 유지하면서 집중 토론 및 협상을 하기 때문에 상호간의 이해 및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

또한 아일랜드는 전체 국민의 65%가 시민사회단체에 참가하고 있어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제·사회정책 추진 여건을 조성하고 국정운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우리는 노사단체들의 대화 경험이 부족하고 산하조직에 대한 영향력이 낮아 합의사항 이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아일랜드 사회적 협약 검토의 시사점으로 지난 3월 9일 체결된 '반부패투명사회협약' 사례의 확산처럼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민생과 관련되고 국민이 체감하는 작은 영역에서부터 참여주체간 합의(이른바 small deal)를 확산시키면서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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