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바다와 산이 빚어내는 풍경도 훌륭하다김정봉
일 년에 몇 번이라도 가는 강화도이지만 10년이 넘게 전등사를 가지 않은 이유는 전등사는 찾는 이가 많아 호젓한 분위기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바로 옆에 있는 정수사가 내 맘을 빼앗았기 때문인데 갑자기 전등사가 보고 싶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답사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과 달리 처음엔 대찰을 가기보다는 조그만 절에 매력을 느껴 호젓하고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조그만 절을 찾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고 듣는 클래식 음악이 지겹게 느껴지듯 아는 것 없이 대찰을 찾게 되면 그게 그것 같고 이해하지 못하여 쉽게 싫증을 느끼게 된다. 웬만한 절은 다 다녀 본 끝에 이제는 다른 절과 비교도 해보고, 한 가지 문화재에서 다른 곳에서 보았던 문화재를 떠올리게 될 줄 알면서 거꾸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절을 찾게 된다.
10여 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가긴 했는데 양지바른 담 밑 흙 길에서 첫째하고 놀다 온 기억뿐. 처마를 살짝 들어 올린 대웅보전의 상쾌함과 추녀를 떠받치고 있는 나녀상과 나녀상에 얽힌 이야기, 대웅보전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아담한 약사전, 멀리 바다를 마주보고 서 있는 멋진 대조루, 이색적으로 생긴 범종, 풍수설에 따라 고려 때 지어진 가궁궐의 흔적 등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게다가 전등사가 성내에 있다는 사실과 전등사의 역사가 고구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은 더 더욱 모르고 다녀왔으니 전등사를 하나의 공원 정도로 여기고 다녀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