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없지만 뭉텅이 돈보다 좋다"

의원들의 '개미 후원군단' 조직 비결은?

등록 2005.03.23 21:05수정 2005.03.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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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왼쪽으로부터 황우여, 유시민, 단병호 의원.

왼쪽으로부터 황우여, 유시민, 단병호 의원. ⓒ 오마이뉴스


지난 22일 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치자금 회계내역을 공개한 뒤 그 결과에 가장 뿌듯해 하는 의원들은 '개미군단'을 활성화한 '후원자수 10걸'. 이들은 대부분 10만원 세액공제를 활용하고 CMS 소액 자동이체를 이용해 후원자들을 끌어모아 모범사례로 꼽힌다.

후원자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2년 전부터 지역구민을 중심으로 '1인 1000원 1구좌 운동'을 벌였고,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나비효과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아이디어가 있는 후원회 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후원자수 10위권에는 유난히 초선 의원들이 많다.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 배일도·서상기·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10만원 세액공제 후원자를 모아 1년 한도액인 1억 5000만원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1000원 받아 비용 빼면 320원, 2000원 후원을 청탁합니다"

황 의원은 3선으로 지역내 인지도가 높지만 여당 프리미엄 없는 상황에서 6519명의 후원자를 모았다.

지난 2003년 황우여 의원은 진성당원제, 지구당 폐지 등 선거법 개정 논의가 나오자 일찌감치 '1000원 1구좌' 운동을 시작하며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1000원 1구좌'운동은 한 달에 1000원씩 짧게는 1년부터 자유롭게 자동이체를 통해 후원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운동에는 주로 지구당 소속 당원 3000여명이 중심이 되었고 황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지하는 일반국민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황 의원실의 계민석 보좌관은 "6500여명 후원자 중 85%가 '1000원 후원'이고 한번에 100만원이나 200만원씩 일시불로 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황 의원이 모은 후원액은 9206만원.


담당 보좌관은 "금융결제원을 통하다보니 결제비용 빼야하고, 후원회 영수증 발송비, 감사의 편지 발송비 빼고나면 320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때로는 통장 잔고가 없어 후원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후원회비로 후원회 사무실 운영을 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그는 "배보다 배꼽이 크지만 후원해 주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어 효과가 크다"면서 "그래도 요즘엔 '2000원씩 후원해달라'고 말하곤 하는데, 몇억씩 주고받을 때는 조용히 만나야하지만 2000원 후원청탁은 부담없이 웃으며 말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돈 제법 필요하다, 날개짓으로 정당개혁 태풍 일으켜달라"

1718명의 후원자(2억 8452만원)를 모아 9위를 차지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인터넷 후원을 많이 받았다. '나비효과 후원회'로 효과를 톡톡히 본 것.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유 의원은 홈페이지(www.usimin.net)의 후원회 페이지에서 "돈이 제법 필요할 것 같다"며 후원의 목적과 시한을 명시해 동기를 유발했다.

유 의원은 이 글에서 "당의장 경선에 출마했는데 5천만원이란 기탁금도 부담스럽고, 전국을 돌아야 하다보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호소하고 "당의장 경선후보들은 지금 현 시간부터 4월 1일까지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며 참여를 당부했다.

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후원자들은 막연히 "좋은 의원을 돕는다"가 아니라 "당의장 선거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돈을 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나비효과 후원회'는 유 의원이 3번째로 만든 온라인후원회인데, 그전의 후원회는 한도액이 차서 도중에 후원계좌를 막기도 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나비효과'는 "우아한 날개짓으로 정당개혁·정치개혁이라는 태풍을 일으켜달라"는 의미다.

"없는 형편에 낸 노동자들 쌈짓돈, 정책개발비에 쓴다"

높은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노동운동가 출신의 의원들도 개미군단들의 쌈짓돈이 전체 후원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치자금법상 노동조합이 단체 명의로 후원을 하지는 못하지만 노조원들은 개인 자격으로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에게 노조원들의 후원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격려와 지지를 뜻한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후원자 중 약 80%가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부분의 후원자들이 CMS로 만원씩 후원금을 내고 있으며 10만원 세액공제 한도를 넘어서 돈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 의원실의 신언직 보좌관은 "돈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후원하겠냐"며 "그래도 뭉텅이 돈을 받는 것보다 1만원 후원금이 훨씬 좋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지난해 말에는 청소, 화장실 위생관리, 가로수 정비 등을 하는 상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로 가입서를 들고 의원실을 찾았는데 가입원서를 받아든 단 의원은 마음이 아파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단 의원은 "후원금은 정책개발비로 사용한다"고 지침을 내렸고 단 의원실은 이를 원칙으로 삼아 2005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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