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왔는데, 인사차..."

이사온 이웃 사칭, 신문구독 권유에 '분통'

등록 2005.03.24 11:48수정 2005.06.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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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퇴근을 해 집에서 쉬고 있는데 '띵동'하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세상이 세상인지라 일단 상대방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새로 이사 온 사람인데 인사차 왔단다.


그런데 그 말하는 느낌이 어딘가 좀 수상쩍었다. 빨리 문 좀 열어보라고 채근하는 품새가 새로운 이웃에게 인사차 왔다는 사람치곤 지나치게 서두르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어디서 오셨다구요?"하는 내 되물음에 "앞 동에서…" 어쩌구 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모습이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새로 이사 와 인사를 하러 왔다는 데야 문을 안 열어줄 도리가 없었다. 뭔가 좀 미심쩍은 느낌은 들었지만 일단 문을 열어줬다. 그랬더니 역시나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던 내 느낌이 맞았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 웬 봉투 하나를 디밀었던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묻자 상품권이란다. 왜 내게 상품권을 주느냐고 묻자 그냥 부담 갖지 말고 받으시란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일보를 구독하시면 이것 말고도 3개월 무료구독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주겠다고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이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내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 있었다. 두 번씩이나 내가 누구냐고 확인을 했는데도 새로 이사 온 이웃을 사칭해 문을 열게 만든 그가 대단히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필요없어요"란 한마디로 ○○일보를 구독하면 이러저러한 혜택이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그의 말허리를 댕강 잘라 버렸다. 찬 바람이 씽씽 도는 내 얼굴 표정 때문이었는지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그도 순순히 말문을 닫았다. 그나마 보라느니 안 본다느니 하는 지겨운 실랑이를 벌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앞 집 쪽에서 다시 "새로 이사왔는데 인사차…"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우리 앞집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아파트 문 열기가 어려워진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나를 비롯해 예의 신문구독 권유 영업사원에게 속아 아파트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은 어쩌면 앞으로는 새로운 이웃의 출현에 대해 일단 색안경부터 끼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 이사 오면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부터 나누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악용한 신문구독 영업이 가뜩이나 삭막한 아파트 이웃 간의 정을 더 상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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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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