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봄을 질투하는 바람의 신 '영등할망' 신들의 고향에서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에게 영등할망의 전설은 마치 현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녀가 머물었던 자리는 눈과 비와 바람의 소용돌이였다. 큰사진보기 ▲명자꽃이 기지개를 켭니다.김강임 비록 전설이긴 하지만 제주사람들은 아직도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를 영등할망이 신들의 고향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영등할망이 머물렀던 3월은 내내 눈과 비, 바람의 계절이었다. 특히 영등할망이 떠나간다는 음력 2월 보름(3월 24일)은 영등할망이 봄을 시샘하는 질투가 장난이 아니었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전설을 확인이라도 하듯 비와 바람은 물론 진눈깨비까지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영등할망이 딸과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딸의 의상을 과시하고 며느리의 옷을 더럽혔나 보다. 그런데 영등할망이 지나간 오늘은 완연한 봄이다. 이른 아침 한라수목원. 아침 산책을 즐기는 제주한라수목원은 봄꽃들이 기지개를 켜느라 아우성이었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한라 수목원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매실나무. 가까이 보면 매화처럼 생긴 것이, 멀리서 보면 벚꽃처럼 생긴 것이 가지 끝에 꽃잎을 주렁주렁 달았다. 아직 이파리를 틔우지 못한 나무 가지사이로 봄바람이 살랑댄다. 명자나무 가지에도 봄이 내려앉았다. 명자나무 꽃은 부지런하여 아침 일찍 기지개를 켠 듯 벌써 꽃잎이 아침 해를 흠뻑 머금고 있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표정없는 고목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꽃망울들이 마치 열매처럼 발갛게 익어간다. 그리곤 얼어붙은 땅속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진통이 계속된다. 아무래도 고목에서 피어나는 꽃은 기지개는커녕 하품조차 하려면 아직 멀었다. 이른 아침 산책로에서 만나는 나무들은 유난히도 가지를 흔들어 댄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가운가 보다. 조금이라도 봄빛을 더 받고자 하늘높이 고개를 쳐든 목련. 아침에 뿜어대는 목련의 자태는 우아하기보다는 허물을 벗고 있다고나 할까? 겹겹이 쌓인 자신의 허물이 비로소 다 벗겨지는 날 꽃잎이 피어나겠지. 큰사진보기 ▲김강임 피어나는 목련을 보고 있으려니 날마다 자신의 허물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실상을 보는 듯 하다. 철부지처럼 계절도 모르고 겨우내 피어 있던 털진달래도 진분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얀 눈으로 흰목도리를 했던 진달래가 오늘은 목도리를 풀고 알몸을 드러낸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활짝 핀 진달래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짓궂게도 봄바람이 불어와 가지를 흔들어 댄다. 내 손끝마저 떨린다. 아직은 차가운 아침공기가 손끝을 시리게 만든다. 겨울나무는 모두 칙칙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영등할망이 지나간 봄 동산은 옷 벗는 소리, 옷 입는 소리와 함께 기지개 켜는 소리까지 마치 '봄의 왈츠'를 연주하는 것 같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봄의 색깔이라면 아무래도 노란색이다. 봄에는 역시 상큼한 색이 어울리는 것 같다. 양지바른 곳에 초대된 개나리 옆에 서성대는데 발 아래 피어나는 보라색의 제비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키가 큰 나무 아래 기지개 한 번 켜지 못하는 봄꽃을 보니 강자의 허세에 억눌려 사는 약자의 비참함을 보는 듯했다. 벚꽃 아래 햇빛 한 번 받아보지 못한 키 작은 수선화와 노란 복수초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들. 큰사진보기 ▲김강임 날씨가 해동하니 이른 아침 한라수목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불 속이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삼월. 이제 영등할망도 지나갔으니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 봐야 하겠다. 큰사진보기 ▲김강임 큰사진보기 ▲김강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강임 (kki0421)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삶이 무기력해지거든, 이곳으로 오세요 구독하기 연재 김강임의 <제주테마여행> 다음글109화"제주도에 때 묻지 않은 곳이 어디 있어?" 현재글108화영등할망 지나갔으니 기지개를 켜야지 이전글107화축제는 다가오는데 왕벚꽃은 더디 피고... 추천 연재 김은아의 낭만도시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꽃보다 소년 5분 지각에 '대외비' 견학 버스는 떠났고 아이는 울었다 최병성 리포트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난생처음, 달리기 러닝화 계급도,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SNS 인기콘텐츠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단독] '완경' 썼다고 보이콧? 보드게임에 쏟아진 황당 비난 [주장]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8년 전 "박근혜 퇴진" 외쳤던 서울대 교수 "윤석열 훨씬 심각"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영등할망 지나갔으니 기지개를 켜야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10화유채꽃 넘실대는 제주에 초대합니다 109화"제주도에 때 묻지 않은 곳이 어디 있어?" 108화영등할망 지나갔으니 기지개를 켜야지 107화축제는 다가오는데 왕벚꽃은 더디 피고... 106화아흔 아홉 골짜기에 봄은 언제 오려나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