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는 데려가지 마세요"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맥닐 도쿄 현지 리포트

등록 2005.03.30 15:52수정 2005.03.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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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독도 분쟁과 관련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맥닐이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전해와 번역 소개한다. 데이비드 맥닐은 지난 3월10일, 도쿄 대공습 60주년 관련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보내 온 바 있다.

한국와 일본이 각각 독도와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섬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일본의 TV방송에서는 분노한 한국인들이 단지(斷指) 시위를 벌이는 화면을 배경으로 스튜디오의 진행자가 이번 분쟁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개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일본 방송의 이런 보도에는 "역사 강박증 걸린 한국인들 또 흥분하다" 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인 일반의 정서는 일본은 역사를 충분히 알지 못하며 알고서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사는 나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대양 한 가운데 덩그러니 솟아있는 바위섬들을 두고 일본과 벌이고 있는 분노의 깊이를 헤아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질 때면 이웃의 일본인을 만나 여론을 알아보고는 한다.

"다케 뭐라고요?" 옆 집에 사는 시모다 부인이 내 질문에 보인 첫 반응이다. "오 다케시마! 그 어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섬 말이죠? 별로 아는 것은 없지만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데 아닌가요?"

내 집 왼편에 사는 쿠노 부인은 어떨까? TV 앞에서 흥분해 일장기를 흔들며 한국인을 욕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답이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한국이 드라마 수출을 중단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저는 욘사마 열성 팬이거든요."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살면서 지난 5년간 이런 류의 취재를 많이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TV에서 보이는 화면과 평범한 일본인의 여론이 얼마나 동떨어져있는지 실감하고는 한다. 솔직히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이번 분쟁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설사 의견이 있다 해도 소위 그들의 정치적 대표자들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론조사를 보면 약 70%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 소위 "인도적" 활동으로 포장된 파병은 사실은 일본 군사력의 국제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인 대다수는 역사교과서 개정 또한 반대하고 있다. 2001년 수 천명의 교사와 노조지도자, 여타 시민운동가들이 개정역사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운동을 벌여 결국 일본 중.고등학교의 채택률이 0.01%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민당 내 우익들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지만 헌법 제정 후 60년이 지나도록 원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나는 아시아인 다수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본인은 온순하고 평화적인 사람들이며 논쟁하는 것을 그닥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일본이 본 모습과는 달리 이토록 전투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답은 바로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나는 역사교과서 개정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조직을 4개월 간 취재해 본 바 있다. 이들은 왜곡 교과서를 통해 아시아인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 중 그 누구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환영했다"고 배운 적이 없지만 이 교과서가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데이비드 맥닐
데이비드 맥닐
역사교과서 개정모임은 자민당 내 100여명이 넘는 의원과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들은 도쿄 교육위원회를 자신들의 지지자로 채우는데 성공했고 이는 곧 일본 최대의 교육위원회가 다음 달 왜곡교과서를 승인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 민주적 요소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다. 정치권의 고위그룹이 평범한 일본인들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바로 일본을 재앙으로 몰아가는 장본인들이다. (번역 민경진)

덧붙이는 글 | *데이비드 맥닐은 도쿄에서 활동 중인 언론인이다. 현재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월 2회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데이비드 맥닐은 도쿄에서 활동 중인 언론인이다. 현재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월 2회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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