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말아톤> 실제 주인공과 자장면 오찬

영화 보고 감동한 노 대통령에 배씨 모친이 e-메일 보내 성사

등록 2005.04.01 15:02수정 2005.04.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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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오찬 전에 상춘재 앞마당에서 배형진씨로부터 어머니 박미경씨가 쓴 수기 <형진아>라는 제목의 책을 전달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오찬 전에 상춘재 앞마당에서 배형진씨로부터 어머니 박미경씨가 쓴 수기 <형진아>라는 제목의 책을 전달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영화 <말아톤>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21)씨와 어머니 박미경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자장면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과 권 여사는 1일 두 사람을 청와대 녹지원의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상춘재 건물과 배씨가 최연소 출전한 철인경기 그리고 어머니 박씨가 배씨를 키우면서 겪은 어려움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은 중식이었는데 일반적인 코스 요리와 달리 이날 중식 오찬에서는 자장면이 주메뉴로 나왔다. 배씨가 마라톤을 뛴 뒤에는 꼭 자장면을 먹는 버릇이 있어서 이날 메뉴에도 자장면 특식이 준비되었다.

노 대통령 "선진사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

배형진씨와 어머니 박미경씨는 이날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박경미씨, 배씨가 취업한 회사인 (주)진호의 최병채 사장 그리고 마라톤 코치(페이스메이커)인 박병대씨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40분 동안 청와대 경내를 관람한 뒤에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서 박씨는 "어떤 가정에서는 자폐아 하나 키우는 데 월 500만원이 든다고 한다"면서 장애인 가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에 노 대통령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2만불 시대의 선진사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사회가 함께 부담하고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라면서 "이 부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이지만 장애인 정책도 현장과 실정에 맞는 정책을 검증 개발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프로그램이 형진이에게 도움이 되었느냐"고 어머니 박씨에게 직접 묻기도 했다.

어머니 박씨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서도 "육체 장애인들과 달리 정신 장애인에게는 도움의 정도가 약하다"고 답하기도. 이에 노 대통령은 "장애인 정책이 쉽지 않은 분야라서 진척이 잘 안된다"며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부터 장애인들이 작업하는 곳을 한번 가봐야 하는데 못 갔다"면서 "올해는 꼭 시간을 내서 장애인 직업훈련장이나 장애인 작업장을 꼭 한번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틀 전에 이뤄진 배형진씨의 '작은 소망'

노 대통령이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씨와 어머니 박미경씨를 만나기로 한 데는 노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본 뒤에 박씨로부터 e-메일 편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덕 사회정책수석은 "지난 2월 노 대통령 내외와 일부 수석-보좌관들이 주말에 연무관에서 '말아톤' 영화를 관람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희망 만들기'를 확산시키는 취지에서 노 대통령과 박씨 모자의 면담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지난 3월 7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열린마당 게시판에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직접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씨는 이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서민적인 대통령으로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많이 보듬어 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디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족이 희망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정책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씨는 이 글에서 "마지막으로 작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아들 형진이가 뉴스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졸라서 나중에 만나자며 다독였다"면서 "형진이의 작은 바람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자(母子)의 애드립 "형진이 다리는?" "100만불짜리", "몸매는?" "끝내줘요"

그리고 이 '작은 소망'은 이틀 전에 이뤄졌다.

이날 오찬에 앞서 청와대를 관람하고 상춘재 정원에서 노 대통령을 기다리던 어머니 박미경씨는 흥분된 표정으로 "청와대 초청 오찬을 이틀 전에 통보받았다"며 "형진이 덕분에 청와대 구경을 하고 대통령님도 만나뵙게 되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곧 이어 노 대통령과 권 여사가 상춘재 앞마당으로 들어오자 배형진씨는 큰 소리로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한 뒤에 어머니 박씨가 쓴 <달려라 형진아>(월간조선사 발행)라는 책의 속표지에 자신이 직접 "행복하세요. 말아톤 배형진. 2005년 4월 1일"이라고 쓴 책을 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책을 선물받은 노 대통령은 형진군을 보며 "착하게 생겼구나, 100만불짜리 다리를 좀 보자"며 형진군 다리를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그러자 즉석에서 어머니 박씨가 "형진이 다리는?" 하고 묻자 배씨는 즉각 "100만불짜리"라고 대답하고, 곧이어 다시 어머니가 "형진이 몸매는?" 하고 묻자 배씨는 다시 "끝내줘요"라고 대답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크게 웃기도.

이어 노 대통령이 "형진이 말투가 영화와 똑같다"고 말하자, 형진씨 어머니는 "배우(조승우씨)가 연기를 잘했다"며 "배우가 대단한 배우죠"라고 말해 영화에서 배형진 역을 열연한 조승우씨를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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