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부모님과 함께 한 데이트

등록 2005.04.01 17:04수정 2005.04.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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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음력 2월 22일, 나의 생일입니다. 얼마 전 남편이 생일선물을 무엇으로 해줄까라고 하기에 그날 하루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친정 부모님을 위해 하루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신 두 분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하였더니 남편이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기꺼이 응해주었습니다.


a 장미꽃

장미꽃 ⓒ 이은화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퇴계원인지라 두 분께 전화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조개구이를 드시고 싶다고 하신 것을 들은 적인 있어서 섬 구경도 하고 조개구이도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인천공항. 공항버스에서 내리신 친정아버지와 엄마를 뵙는데 아버지께서 지난번보다 더 연로해지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지병인 당뇨병으로 늘 집에만 계시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으시는데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힘이 없으십니다.

계획대로라면 삼목 선착장에 즐비하게 있던 조개구이집에서 조개구이를 먹고난 뒤 배를 타고 장봉도라는 섬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선착장에 가보니 조개구이집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환경문제 때문에 무허가 조개구이집들이 다 없어진 것입니다.

a 장봉도와 신도를 오가는 세종 3호

장봉도와 신도를 오가는 세종 3호 ⓒ 이은화

장봉도 행 배를 탔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배의 3층으로 올라가 넓은 서해바다와 배를 쫓아오는 갈매기를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맘껏 쐬었습니다. 날씨는 따사로운 봄날이었는데 배에서 맞는 바람은 추울 정도였습니다. 추위를 피해 객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장봉도에 도착했습니다.

a 서해바다

서해바다 ⓒ 이은화

그런데 섬이 작아서 그런지 구경할 만한 게 없더군요. 아직 봄꽃도 없다보니 그냥 조그만 시골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차로 섬 한바퀴를 도는데 안개 때문에 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섬 구석구석을 다 뒤지고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흙냄새 나는 시골길도 달렸습니다.


a 섬안내도

섬안내도 ⓒ 이은화

이제 밥집을 찾았습니다.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음식점이 있기에 들어가 보니 고풍스럽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벽에 붙여놓은 글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늙은이가 되면’. 누구나 이 다음에 늙은이가 될 테니 기억해둘만 합니다. 글을 읽고 계시던 친정엄마께서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라 하시면 아버지께도 읽어보시라고 권하시더군요.

a 늙은이가 되면..

늙은이가 되면.. ⓒ 이은화

음식점은 깔끔하고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했습니다. 물론 음식도 정갈하고 맛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나오는데 음식점 할아버지께서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끌고 바람을 쐬러 나가시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친정 부모님도 가만히 그분들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두 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a 굴까는 할머니

굴까는 할머니 ⓒ 이은화

영종도로 나와 을왕리 해수욕장을 거쳐서 무의도행 선착장 부근으로 갔습니다. 선착장 부근에 할머니 두 분이 직접 캐온 굴을 까서 팔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 드리려고 굴을 샀는데 할머니들이 굴을 까는 모습을 직접 보니 값을 깎는다는 게 말이 안 되더군요. 오히려 보태드렸습니다.

a 조개구이 1

조개구이 1 ⓒ 이은화

a 조개구이 2

조개구이 2 ⓒ 이은화

저녁으로는 결국 조개구이를 먹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을 보니 앞으로는 더 자주 부모님을 모시고 바람을 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a 친정아버지와 어머니

친정아버지와 어머니 ⓒ 이은화

며칠동안 장사하면서 모아두었던 30만원은 이번 여행경비와 부모님 용돈으로 그렇게 쓰여졌습니다. 지갑은 비었지만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언제까지나 부모님은 우리의 곁에 계셔주시지 않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또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부모님들께 효도하세요! 자주 안부전화도 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언제까지나 부모님은 우리의 곁에 계셔주시지 않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또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부모님들께 효도하세요! 자주 안부전화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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