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 등 일간지 시민방송 참여 논란

6일 '조선 갈아만든 이슈' 신설..."퍼블릭액세스 취지 훼손" 반발도

등록 2005.04.04 18:34수정 2005.04.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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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는 6일 RTV를 통해 방영될 <'조선 갈아만든 이슈>의 한 장면. 이 프로그램은 조선일보 콘텐츠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오는 6일 RTV를 통해 방영될 <'조선 갈아만든 이슈>의 한 장면. 이 프로그램은 조선일보 콘텐츠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 RTV 제공


'퍼블릭액세스'를 표방하며 지난 2002년 9월 개국한 RTV(재단법인 시민방송·이사장 백낙청)에 종합 일간지들의 우회진출이 잇따르자 시청자참여 채널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RTV는 <조선일보> 기사를 콘텐츠로 한 시청자제작 뉴스프로그램 '조선 갈아만든 이슈'를 신설, 오는 6일 첫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신설된 '한겨레 인사이드 탐방'(한겨레 뉴스브리핑 후신)에 이은 종합일간지의 두 번째 퍼블릭액세스 진출이다.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잇따라 '퍼블릭액세스' 진출

이어 중앙일보도 산하 중앙경제연구소와 경제정의실천연합이 공동으로 주 1회 '경제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RTV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TV는 5월 중 중앙일보 프로그램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0시30분 고정 편성될 '조선 갈아만든 이슈'는 조선일보 남녀기자 4명이 앵커로 출연해 그날 핫이슈를 대담형식으로 풀어가는 등 다양한 코너로 진행된다. 30분간 방영되며 방송 직후 RTV 홈페이지와 조선닷컴을 통해서도 서비스된다.

'메인뉴스'에서는 하루 두 가지 이슈의 분석과 전망을 전하며 '기자수첩'은 스튜디오로 기자를 초대해 해설을 듣는 코너. 이밖에 조선닷컴 홈페이지 댓글을 추려 소개하는 '리플투데이', 건강·교육·재테크·영화 등 분야별 기자를 초대하는 '테마토크' 등도 마련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조선일보 미디어랩에서 녹화, 완성된 프로그램을 RTV에 제공하는 형식이다. 방송제작 경험자나 전공자 등 10여명의 조선일보 독자들로 구성된 광화문영상제작단이 제공 주체라는 게 조선일보측 설명이다. 조선일보는 광화문영상제작단에 자체 스튜디오 시설과 방송기자재, 필요한 경비 등을 제공한다.


"조선, 중앙은 사회적 약자 아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퍼블릭액세스 정신과 시민방송 채널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안티조선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온 단체 중심으로 방영중단 요구도 제기돼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4일 오후 논평을 통해 "시민방송 취지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0만부를 발행하는 시장점유율 1위, 홈페이지 접속 1위의 거대신문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목소리와 똑같이 취급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조선일보는 단순히 '보수성향 뉴스'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사실왜곡, 편파성으로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왜곡보도로 물의를 일으켜왔다"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RTV 운영위원인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도 '조선일보 수용불가론'을 외쳤다. 최 총장은 "사회적 약자의 접근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퍼블릭액세스가 기존 신문사 영향력을 넓히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특히 극우 상업주의 집단의 뿌리가 되는 조선일보 제작물은 참다운 액세스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RTV가 '개혁-보수진영 뉴스가 동시에 전파를 타는 초유 사건'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표현한 것에 대해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끌어들여 낮은 시청률을 높이려는 정치적 선정주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언론계 중소기업인 한겨레와 대기업 조선일보의 참여는 또다른 문제"라고 차별성을 뒀다.

"정서적 거부 앞세워 <조선>의 액세스 거부하면 안된다"

그러나 조선일보 수용 불가피론도 만만치 않다. 한겨레처럼 이미 언론사 액세스를 인정한 전례에 비춰 조선일보든, 중앙일보든 참여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 논란을 계기로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사회관심을 높이면서 RTV 존재도 부각시키는 기회로 삼자는 실용론도 나오고 있다.

RTV 운영위원인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퍼블릭액세스 본질로 봤을 때 미디어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그러나 조선일보에 대한 정서적 거부를 앞세워 액세스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도 나치주의자들이 참여를 요구, 논쟁이 격렬해지면서 액세스채널이 대중채널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며 "일단 조선일보와 한겨레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해보고 이들 미디어의 선전공간으로 변질된다면 모두 내리는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김영철 RTV 이사는 "조선일보측 제안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편성이 확정되기까지 뜨겁고 긴 논란을 거쳤다"면서 "제작주체 성격이나 이념에 따라 액세스물 수용여부를 판단한다면 시민참여라는 큰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 속에 문호를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 조선일보 프로그램은 외곽시간대에 배치하는 등 기술적 편성을 했다"며 "앞으로는 민주적 논의가 아예 안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주체의 참여는 보장한다는 등 액세스 원칙을 세워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방송은 특정신문 논조 전파하는 매체인가”
지난해 국감에서도 논란...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제기

미디어의 퍼블릭액세스 참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12일 방송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RTV의 편파성을 문제삼아 방송발전기금 지원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심 의원은 '한겨레 인사이드 탐방' 전신인 '한겨레 뉴스브리핑' 등을 문제삼고 "시민방송이 특정 신문이나 단체의 논조를 전파하는 자매 매체인가”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시민방송은 많은 신문 중 한겨레 뉴스브리핑을 신설해 진행하다가 9월 들어 (제가) 국감 관련 자료를 요구하니 9월말로 방송을 끝냈다”며 “왜 그만뒀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 뉴스브리핑은 이후 RTV 직접제작에서 시민뉴스제작단 기획·제작으로 바뀌었다.

심 의원은 또 "이에 앞서 중단된 ‘손석춘의 여론읽기’도 한겨레 논설위원이 직접 진행하는 게 부적절해서 중단된 것 아니냐”며 "시민방송이 방송위원회에서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는 곳이니 만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시정해달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가 당시 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RTV는 2002년 10억7900만원, 2003년 20억원, 2004년 18억원 등 최근 3년간 총 48억7900만원의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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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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