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만나는 자연 학습장

[탐방기] 따뜻한 봄을 대구 수목원에서

등록 2005.04.08 13:26수정 2005.04.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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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대구의 낮 기온은 27도였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집 밖을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멀리 가자니 차도 밀릴 테고 점심이 훌쩍 지난 시간에 출발해서 어디 갈만한 곳도 없어 자포자기 상태로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대구 수목원. 바로 옆 동네에 있는데도 한 번도 못 갔던 터라 카메라만 챙겨 들고 늦은 출발을 했습니다.

지하철 대곡역에서 내려 아파트 사이로 20여분 걸어가다 보면 대구 수목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수목원 앞 큰 길에 들어서니 양 옆으로 차들도 많고 사람도 많았고 주차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만 맨 발로 온 저 같은 사람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 곳은 대구시가 운영을 해서 입장료도 무료니 더더욱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a 입구에 세워진 안내도

입구에 세워진 안내도 ⓒ 김동희

기다릴 것도 없이 수목원 앞에 서서 안내도를 살핍니다. 도심 속에 있는 수목원이라 그냥 작은 공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안내도에서 보듯이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같은 침엽수원, 산수리 나무, 떡갈나무 같은 활엽수원, 나무 가운데 꽃이 아름답게 피는 것만 모아놓은 화목원, 물가에서 잘 자라거나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습지원, 어여쁜 야생초 화원, 약초원 등 21개의 주제를 가진 군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 키큰 목련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키큰 목련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 김동희

입구에서 쭉 올라가다 보면 요즘 한창 주가를 발휘하는 목련 꽃들이 입장객들을 반깁니다. 큰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목련이 눈앞을 하얗게 만듭니다.

잔디광장 옆 꽃밭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모두 사진 찍기에 바쁩니다. 역시 화려한 색이 가득한 꽃이 더 인기 있는 것 같습니다. 화목원에는 매화, 벚꽃, 산수유 꽃들이 이 봄이 이곳 대구 한 복판에 왔음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예쁜 나무는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아마 4월 말이나 5월이 되면 철쭉원이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일 것 같습니다.

a 꽃밭은 아이들 사진찍기 가장 좋은 장소이다.

꽃밭은 아이들 사진찍기 가장 좋은 장소이다. ⓒ 김동희


a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찬 꽃밭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찬 꽃밭 ⓒ 김동희

27도를 웃도는 날씨 덕에 습지원은 만원입니다. 습지원에는 물길을 만들어 놓고 그 주변에 식물들을 조성해놓았습니다. 물길 옆 하늘하늘 버드나무는 다른 곳 보다 시원한 느낌을 주고 물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놓은 돌다리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모두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a 습지원 돌다리

습지원 돌다리 ⓒ 김동희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 전시된 것도 있습니다. 찜통 같은 선인장 온실 속에는 대구 시민이 기증한 200여종의 다양한 선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옆 분재원에서는 소나무 분재, 모과나무 분재, 개나리 분재까지 다양한 분재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a 선인장 온실

선인장 온실 ⓒ 김동희

여기저기서 수첩을 들고 꽃, 나무들에 대해 적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어릴 적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어른이 돼서도 외우기 힘든 식물 이름들을 어찌나 열심히 적고 있는지요. 저 아이들은 제 나이가 되면 저 꽃 이름을 기억할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어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좋은 자리에 앉아 하얀 종이 하나씩 나눠 갖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그림이 그려져 가는 과정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녀가 보기 좋았습니다. 따뜻한 봄날 아이들과 함께 스케치북 들고 가서 함께 그리는 것,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예쁜지 못생겼는지 부모님들과 이야기 하는 것, 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것. 종이에 외워도, 외워도 기억나지 않을 꽃 이름을 적는 것보다 더 좋은 자연학습법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http://forestry.daegu.go.kr/ 대구 수목원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http://forestry.daegu.go.kr/ 대구 수목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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