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봄 꽃 시위를 누가 막으랴

벚꽃터널 이룬 쌍계사 십 리 길

등록 2005.04.11 20:54수정 2005.04.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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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며 오백 리 길을 달려와 하동 평사리 백사장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섬진강. 어느새 갯버들 가지에 연둣빛 새 순이 돋아 강물을 더욱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a 섬진강 봄

섬진강 봄 ⓒ 김도수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봄꽃 시위를 누가 막으랴. 전라도 광양 땅에서 하얀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 소식에 사람들이 한동안 꽃 잔치를 벌이더니 이젠 강 건너 경상도 하동 쪽에서 강줄기를 따라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들이 사람들을 부르며 하동읍에서부터 화개장터까지 벚꽃터널을 이뤄 환장하게 멋진 봄 연출하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 눈부시게 터진 벚꽃 길, 강물도 꽃 대궐 속을 뚫고 가느라 힘겨운지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다.


a 하동과 쌍계사 가는 19번 국도에 핀 벚꽃

하동과 쌍계사 가는 19번 국도에 핀 벚꽃 ⓒ 김도수

천년 고찰 쌍계사로 가는 ‘십 리 벚꽃 터널 길’은 화사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목, 수십 년 된 고목에서 힘겹게 피워 올린 벚꽃터널 길을 지날 때면 자연의 섭리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a 쌍계사 벚꽃

쌍계사 벚꽃 ⓒ 김도수


a 쌍계사 벚꽃터널

쌍계사 벚꽃터널 ⓒ 김도수

오백 리 머나먼 길을 쉼 없이 달려와 지리산을 감싸 안으며 도니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제서야 숨을 고르며 드러눕는 섬진강. 깊은 잠에 빠지는 섬진강을 향해 강가에 핀 벚꽃들이 ‘수고했다’고 환하게 웃어주고 있다.

a 섬진강 백사장과 벚꽃

섬진강 백사장과 벚꽃 ⓒ 김도수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꽃 잔치에 나도 좀 끼어달라고 소리치는 유채꽃. 하얀 모래밭 위에 펼쳐진 유채꽃이 숨막히는 봄 꽃 잔치에 뛰어들어 지나가는 상춘객들 발목을 붙잡고 있다.

a 섬진강변에 핀 유채꽃

섬진강변에 핀 유채꽃 ⓒ 김도수

봄 나들이 나온 학생들. 화개천 맑은 시냇물 위에 펼쳐진 벚꽃터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봄은 꽃이 피어서 참 좋아. 네 어깨 위에도, 내 머리 위에도 꽃들이 피고 지니 말이야.’


a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 ⓒ 김도수

섬진강을 따라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 길에 보리와 밀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봄맞이 나온 나그네가 하동 땅, 악양골의 넓은 들판을 지나갔더니 발바닥에도 푸른 봄빛이 짙게 배어 있더라.

a 하동 악양골 들녘

하동 악양골 들녘 ⓒ 김도수

야외에 나왔다가 보리밭 언덕에 앉아 한가롭게 쑥을 캐는 여인. 오늘 저녁, 저 집 식탁 위엔 봄 향기 가득한 쑥국이 올라가겠지. 쑥을 캐는지 봄을 캐는지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a 쑥을 캐는 아낙네

쑥을 캐는 아낙네 ⓒ 김도수

쌍계사 계곡을 따라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가봤다. 지리산 골짜기에도 봄, 봄이 왔다고 진달래가 붉게 피어나고 봄비에 불어난 계곡물이 재잘거리며 완연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터지기 시작한 봄 꽃들, 하루쯤 시간 내서 봄 마중 가 볼일이다. 봄은 봄, 봄 하다가 후닥닥 가버리니 말이다.

a 지리산 골짜기와 진달래

지리산 골짜기와 진달래 ⓒ 김도수

덧붙이는 글 | 김도수 기자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짓고 있고 전라도닷컴(http://www.jeonlado.com/v2/)에서 고향 이야기를 모은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란 산문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전라도닷컴(http://www.jeonlado.com)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도수 기자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짓고 있고 전라도닷컴(http://www.jeonlado.com/v2/)에서 고향 이야기를 모은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란 산문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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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고 즐거워 가입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염증나는 정치 소식부터 시골에 염소새끼 몇 마리 낳았다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뤄줘 어떤 매체보다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살아가는 제 주변 사람들 이야기 쓰려고 가입하게 되었고 앞으로 가슴 적시는 따스한 기사 띄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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