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독일이 UN 안보리 첫 관문 통과하면 돕겠다"

슈뢰더 총리 "어두운 역사에서 자신의 길 찾아야"

등록 2005.04.14 05:45수정 2005.04.14 09:43
0
원고료로 응원
화기한 두 정상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베를린 시내 총리 공관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화기한 두 정상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베를린 시내 총리 공관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를 맞게 고치는 첫 관문이 있고, 독일이 상임이사국으로 선택되는 두 번째 관문이 있다"면서 "한국은 첫 관문에 대해서는 독일과 이해관계를 달리 하지만, 독일이 첫 관문을 통과하면 두번째 관문에서는 도와드리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후(현지시각) 베를린의 연방총리실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유엔(UN) 안보리 상임이사국 개편문제와 관련,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아주 친한 친구간에, 형제간에도 때때로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언급은 일본, 독일,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G4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제도개선을 전제로 독일의 티오(T.O)가 생기면 진출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 안보리 리그전' 독일의 예선 진입은 반대, 본선에선 찬성?

노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특히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두 정상이 화제에 올린 축구에 비유하면 한국은 독일 등 G4가 '유엔 안보리 리그전'의 '예선'을 통과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반대하지만, 독일팀이 자력으로 '본선'에 오르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노 대통령은 일본의 상임위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일본 지도자를 만나거나 일본에 갈 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말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즉답을 피해 대조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전후 60년이 되는 해에 주변국과의 화해와 공조문제에 대해 말해달라'는 독일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는 "친구나 동업자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관계를 위해서는 문제를 덮지 말고 해결해 나가야 장기적으로 진정한 친구, 협력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 한·중·일간에 여러가지 갈등들은 문제 해결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특히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상임위 진출이 난관에 봉착했는데 같이 추진해온 독일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국가든 자신의 밝거나 어두운 역사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독일의 경험에 비춰보면, 자기의 예민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비판하다보면 친구를 잃는 것보다 얻는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슈뢰더 총리가 그렇게 말해 뜻밖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슈뢰더 총리가 내년 1월에 한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 말미에 "깜빡했다"며 "(정상회담의) 제일 큰 성과는 각하께서 내년 초 한국을 방문하시는 것"이라고 밝히자, 슈뢰더 총리는 즉석에서 "내년 1월에 갈 것이다"고 화답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어 "각하랑 축구 대표팀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축구 화제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정상회담에서도 축구를 화제에 올려 환담했다.

정우성 보좌관에 따르면, 슈뢰더 총리가 먼저 "한국 축구대표팀이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노 대통령은 "2002년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걱정이 된다"면서 "그런데 2006년에 독일(독일 월드컵)로 우리 팀이 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 축구는 선수들이 잘하지만 우리 붉은 악마들 응원을 잘한다"면서 "우리가 독일에서 잘하면 많은 한국 응원단들이 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지난 월드컵 때 홈 그라운드에서 4강을 했는데, 독일도 (우리의) 홈 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우리한테 우호적이니 우리 선수들한테 독일에 오면 8강까지는 꼭 올라가라고 이야기하겠다"며 즉석에서 제안을 했다.

그러자 슈뢰더 총리는 "2006년 독일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하지만 (한국이) 독일과는 다시 싸우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월드컵 4강에서 한국을 1-0으로 누른 독일이 은근히 한 수 위임을 강조한 뒤 "내년 1월 한국에 가면 한국 대표팀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축구는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화제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우리팀이 16강, 8강, 4강에 올라가면 응원단도 10만, 50만, 100만명 오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총리가 매우 걱정할 줄 알았는데 다 먹여주고 재워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에 슈뢰더 총리는 '껄껄' 하고 웃으면서 "각하께서 한 말씀 중에서 한가지는 우호적 의미에서 반박해야겠다"고 전제하고 "독일에서 악마는 빨갛지 않고 까맣다"고 말해 다시 한번 좌중을 웃겼다.

한편 정우성 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독일에서 일본을 거론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묻자 "노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와서 일본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빈으로 초청을 받아 와서 다른 나라(일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