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든 갈릴레오든 대접받으며 기다리자"

[집중기획 ③] 위성항법시스템, NSC가 통합관리해야

등록 2005.04.18 16:03수정 2005.04.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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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지난 3월 25일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위성항법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위성항법시스템이 미치는 경제-산업,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중대한 영향을 감안해 세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싣는다. 아래 기사는 그 세번째로 한국의 대응전략을 어떻게 마련해갈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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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①] 일본 위성항법시스템, 한반도 직접 위협


a 미국의 GPS에 맞설 EU의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 전문가들은 두 시스템의 격렬한 싸움은 2006년 말 대략 가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GPS에 맞설 EU의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 전문가들은 두 시스템의 격렬한 싸움은 2006년 말 대략 가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ESA


미국은 GPS를 통해 유일 패권국가의 야망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잠자는 GLONASS를 깨워 사그라진 세계 양대 축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갈릴레오를 쏴올려 유럽제국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일본의 QZSS와 중국의 Beidou(북두)는 현재 미국의 GPS나 EU의 갈릴레오 우산 아래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적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GNSS)의 막대한 군사안보적·경제산업적 영향력 때문이다.

그래서다. 한국이 위성항법시스템에 대한 전략적 대응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역시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고도의 셈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략적 셈법에는 한국정부의 통합대응체제와 세련된 안보외교, 관련 인적·기술적 인프라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① 국무총리실 산하에 통합대응체제 구축하고 NSC가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3월 25일 과학기술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갈릴레오 참여하겠다."
4월 10일 국방부 "미 GPS 유도받는 JDAM(정밀유도통합직격탄) 도입 하겠다."



위성항법시스템과 관련한 한국정부 부처에서 나온 말들이다. 한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과기부는 갈릴레오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국방부는 기존의 GPS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상반된 발표를 한 것이다.

이 사례는 정부의 위성항법시스템과 관련한 대응전략이 얼마나 허술하며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정부 내 위성항법시스템과 관련해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조정하는 전담조직, 즉 힘있는 통합관리대응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위성항법시스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 팀엔 관련부처에서 파견나온 공무원과 학계 인사 등 약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분야 전문가인 P씨는 "이 팀으로는 국가적 차원의 통합대응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위성항법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국가안보를 우선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그렇다면 마땅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주도적으로 통합관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상 NSC는 조직구성 등을 할 수 없으므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칭 국가위성항법대책단'을 구성해서 NSC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책단에 부처 간 조정과 산·학·연 합동 자문 기능을 부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② GPS든 갈릴레오든 대접받으며 기다려도 늦지 않다

미국과 EU의 위성항법시스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을 자신들의 서비스 체제로 흡입하기 위한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치경쟁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활용되고 있다.

관련분야 전문가인 K씨는 미국-EU 간 막후조정회의 석상에서 벌어진 일을 소개했다. 2004년 10월에 열린 이 회의에서 미군 관리 한 명이 "만약 중국이 갈릴레오를 군사적으로 이용 시 우리는 갈릴레오 위성을 격추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 충격적 사건은 AFP가 2004년 10월 24일 런던 발로 보도한 바 있다.)

K씨는 "한마디로 두마리 고래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결국 이 싸움은 2006년 말에야 GPS와 갈릴레오 중 누가 맏형인지가 결정날 것"이라며 "그런데도 한국이 일찌감치 갈릴레오 참여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중국이 지분참여까지 했지만 EU회원국이 사용하는 PRS(Public Regulated Service) 코드 사용권한은 주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군사용 코드 사용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한국이 갈릴레오 참여를 통해 뭘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한국이 갈릴레오 참여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단말기를 제작 판매하는 것"이라며 "2006년 말까지 대접받으며 기다리면서 그때 가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고로 주는 쪽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a 일본 QZSS의 예상되는 위성궤도. 중국은 이에 맞서 Beidou라는 독자위성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게 위협이 되기는 둘다 마찬가지다.

일본 QZSS의 예상되는 위성궤도. 중국은 이에 맞서 Beidou라는 독자위성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게 위협이 되기는 둘다 마찬가지다. ⓒ 한국천문연구원


③ 국가전략사업으로 공론화시키고 전문인력 양성해야

한국에서는 위성항법시스템에 대응전략 마련을 위해 정부·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적이 없다. 관련분야 전문가인 A씨는 "한국의 위성항법시스템 전략과 비전의 부재는 공론화의 결핍이 주는 필연적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공론화를 주도하고, 일본은 민간을 위장해 공론화를 거쳐 왔고 현재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관련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면 할수록 전략은 풍부해지고 비전은 치밀해진다"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GPS의 현대화와 갈릴레오의 서비스가 개시될 2008년이나 2010년엔 전 세계 위성항법수신기가 병합수신기로 교체될 전망"이라면서 "한국도 그땐 세계시장에 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관련기술을 소화하는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시적으로 국내 위성항법관련 인력을 한 곳에 모아 선진기술 습득과 소요기술 개발을 위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기술기반이 성숙해야 위성항법시스템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④ 일본 QZSS와 중국 Beidou 경계태세 늦추지 말아야

일본의 QZSS는 방송·통신·측위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3기의 QZS로 방송·통신·GPS 보완 및 보정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독자위성항법시스템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군사용 무기사용의 정확성과 군사력 파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Beidou(북두)다. 2003년 5월 현재 중국은 이미 1A·1B·2A 등 항법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를 서비스권역으로 하는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했을 경우 안보위협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두 나라 모두 비군사적 분야 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성항법시스템의 첫 출발이 그렇듯 이는 언제든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것이다.

A씨는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일본의 QZSS가 전파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의제기 등을 통해 전파분쟁화 하는 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4년 4월 국제통신연맹(ITU)에 특정주파수 등록을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K씨는 "일본의 독자위성을 향한 중국의 사전포석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이 주파수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한국의 역할을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균형자의 역할은 선언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그만큼 세계질서는 냉정하고 주변 강국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어떤 전략과 정책으로 다해 갈 것인지 주목된다. 그 첫번째 관문이 위성항법시스템구축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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