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일제 만행 비판한 교포 학생에게 "감사"

19일, 링컨박물관 개관 행사 축하연설

등록 2005.04.20 21:49수정 2005.04.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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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일(현지시각) 미국 링컨박물관 개관 행사에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고 있는 이미한 양.

19일(현지시각) 미국 링컨박물관 개관 행사에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고 있는 이미한 양. ⓒ 주미한국대사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일제의 만행을 비판한 글을 쓴 동포 학생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새로 건립된 링컨박물관 개관 행사 축하연설에서 일본의 한글 말살정책을 비판한 동포 학생의 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현표 주미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하고 "최근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침탈 문제 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널리 알려야 할 것 같아 연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고교 2학년생인 이미한양은 이날 자신이 직접 작성한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자유'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해 부시 대통령 등 개관행사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양은 미국 케이블 방송 C-SPAN이 링컨 박물관 개관 기념사업의 하나로 실시한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는 개관식 행사에 참석하여 당선작을 직접 발표하도록 약속돼 있었다.

이양의 증조할아버지는 일제 때 조선어 사전 편찬사업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뤘다고 한다. 이양은 이같은 증조부의 사례를 들어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을 생생하게 비판했다.

이양이 글을 낭송한 뒤 부시 대통령은 "자유사회에서의 삶에 관해 우리 앞에서 유창하게 그녀의 뜻을 표현해준 이미한양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물관 개관기념 축하행사는 C-SPAN에 의해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C-SPAN은 부시 대통령이 "어머니께서 C-SPAN을 즐겨 본다"고 말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케이블방송이다.

이 방송은 지난 1월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총 5400여명이 응모했으며 대상 1명, 1등 9명, 장려상 20명 등 30명의 학생이 상을 받았다. 이 원장은 "이번 행사의 1등 9명 중 한 명이 일본인이어서 이양의 수상의미가 더 컸다"고 밝혔다.


워싱턴 인근도시인 포토맥 '죠지타운 데이 스쿨'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이양은 이날 행사에 초대받았을 뿐 아니라 1500달러의 상금도 받았다. 참고로 1등을 수상한 9명은 750달러의 상금을 받았고, 이날 행사에 초대받았다.

"언어말살, 생각 구속받고 사상자유 잃는 것"
[전문] 이미한양 에세이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자유'


이한미양은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자유'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자신이 느끼는 '자유의 정의'를 짧은 글 속에서도 잘 표현하고 있다. C-SPAN의 링컨 기념관 개관 기념 '에세이 콘테스트'는 링컨이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사용한 272개 단어 안팎으로 작성돼야 했다.

이양은 이 글에서 일제식민지 탄압 속에서도 한글사전을 만들려 했던 증조부를 소개하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양은 이어 이민2세인 증조부가 물려준 "자유의 정의를 고유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양은 "내가 항상 조리 있게 말하거나, 항상 옳은 말만 하지 않을 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자신의 고유언어로 말하고 있다"고 일제시대 표현의 자유를 지켜냈던 증조부의 뜻을 되새겼다.

다음은 이양의 글 전문과 번역문이다.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자유'

내가 이해하는 자유란 나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뗄래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 증조부께서는 1940년대에 한국 최초로 한글사전을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한글 말살정책을 취했던 일본당국에 체포되셨다. 증조부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런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매체인 언어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계셨다.

그런데 우리를 압박하는 자들에 의해 언어가 말살된다면, 우리의 생각이 구속을 받고 사상의 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고 믿으셨다. 이러한 신념 아래 증조부께서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 고유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국민들을 위해 투쟁하셨고, 결국 그러한 투쟁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었다.

어른이 되면 누리게 되는 자유와 책임에 대해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증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자유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이국에서 태어난 첫 세대로서 또한 새 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미국 청소년으로서 이러한 자유의 정의를 고유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휴식시간에 교실밖 복도에 앉아 친구들과 학교행정의 문제점 및 동성연애자들이 결혼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토론하고, 또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권리를 가지며, 우리 주변의 일들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고 느끼고 있다.

나는 21세기의 자유란 나이, 인종, 성별, 신분을 막론하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자기 자신의 고유언어로 표현하고, 그 고유언어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개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자유를 축복하며, 여전히 그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또한 나는 젊고 자유롭다. 내가 항상 조리있게 말하거나, 항상 옳은 말만 하지 않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자신의 고유언어로 말하고 있다. 나는 말하고, 그리고 듣는다.

"A New Country, A New Century, A New Freedom"

My understanding of freedom is inextricably tied up with my understanding of language. My great-grandfather, in 1940s Korea, was arrested for putting together the first Korean dictionary, when the language had been banned by the Japanese government.

My great-grandfather believed that words, the medium by which we formulate and share ideas, can bind and break the very ideas they express if the language is that of an oppressor. He fought for the freedom of his people to express ideas in their own words; in so doing, he defended their very right to have ideas.

As I prepare for all the freedoms and responsibilities of adulthood, I remember these definitions of freedom I have inherited, and strive to make ones of my own not only as the first generation of my family born in a new country, but also as an American youth at the birth of a new century.

Sitting in the hall between classes, my friends and I discuss the faults of our school's administration, the right to same-sex marriage, the justification for the Iraq War. We feel it is our right to know and evaluate our surroundings, to speak and have our ideas responded to.

I believe that freedom in the 21st century means the liberty of individuals, regardless of age, race, gender, or class, to express themselves in their own words, and to use those words to shape history.

We celebrate it, and yet we never stop fighting for it. I am Korean-American, I am young, and I am free. I speaknot always articulate, not often right, but always in my own words. I speak, and I 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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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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