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에서 열린 보따리학교

등록 2005.04.21 15:04수정 2005.04.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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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포스터
행사 포스터전희식
바쁘게 살면서도 가끔씩 자기 삶의 밑바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라면 더 좋다. 이번 행사가 그랬다. 이현주 목사님을 뵐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현주 목사님 강의를 여러 번 들었지만 이번 강의에서도 잔잔한 미소와 의미 깊은 말씀 내용이 오래 갈 듯싶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충북 보은에서 있었던 길동무 보따리학교와 보은취회 추진위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행사장 특별강연에서다.

강연을 한 이 목사님은 아주 재미있는 예화를 여럿 소개했다.

단소를 오래 불어왔지만 사람 많이 모인 곳에서는 왠지 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직 그럴 만한 솜씨는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좌중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을 하는데 하나님이 그러더란다. “네가 단소를 꼭 잘 불어야 되느냐?”고. 서투르게 부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잘 불려고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공개석상에서도 단소를 불게 되었노라고 하면서 회심곡을 연주하였다.

동학 농민군들의 영령앞에 동몽접장 어린이가 술잔을 따르기도 했다.
동학 농민군들의 영령앞에 동몽접장 어린이가 술잔을 따르기도 했다.전희식
또 이런 이야기도 했다.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이 뒤에서만 맴돌았는데 한번은 그러더란다. 자기반에서 꼴찌 했노라고. 이 목사님은 정말 잘 했다고 격려를 했다고 한다. 너 같은 애가 꼴찌를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닦달이라도 심하게 하는 가정의 아이가 꼴찌 했으면 큰일 아니냐 싶더라는 것이다.


그 딸인지 다른 딸인지 모르지만 딸만 셋인 이 목사님은 또 딸 얘기를 했다.

기숙사에서 어둡고 지저분한 구석자리를 배정받은 친구가 의기소침 해 하기에 이 목사님의 딸이 자기 자리와 바꾸어 앉았다는 것이다. 딸은 원래 지저분하고 청소도 안 하고 아무렇게나 하는 편이라서 구석자리가 더 어울렸다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님의 강의 모습. 강의 후에 단소 연주를 하였다.
이현주 목사님의 강의 모습. 강의 후에 단소 연주를 하였다.전희식
이런 일화들이 결코 쉬운 일들은 아닐 것이다. 딸애가 계속 꼴찌를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애를 썼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지나간 얘기나 남 얘기는 쉽게 들리지만 자기 현실은 언제나 절박한 법 아닌가 싶다.

주어진 현실을 잘 받아들이라는 교훈으로 들렸다. 만약에 이 목사님이 갑오농민전쟁 시기에 태어났다면 과연 죽창을 들고 왜군과 맞섰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행사는 동학혁명 111주년을 기념하는 보은취회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적 가치인 생태환경 가치를 생활 속에서 온전히 체현하고 사는 사람들은 그 당시의 시대적 가치인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날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동학혁명 때 살았더라면 다들 국운이 기우는 위기의 시대에 어떤 식으로든지 혁명대열에 참여 했을 거라고 여겨졌다.

보따리 학교 참석자들과 함께.
보따리 학교 참석자들과 함께.전희식
‘보따리학교’도 열렸던 이곳에 우리 길동무(www.gildongmu.org)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어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따리학교를 연 것이다. 이날의 보따리학교를 위해 길동무의 김창환 회원은 두 달 동안 전국 50여 회원 집을 순회하면서 공동의 관심사와 생활을 나누는 전령사 노릇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길동무 활동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일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첫째 돈 없이도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둘째 미래사회의 의사결정제도인 ‘화백회의’를 성숙시키고 보급한다.
셋째, 농업중심의 생태생활을 지향하고 농가체험 보따리학교를 더욱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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