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서 보내 준 대파가 봄비와 봄 햇살을 머금고 쑥쑥 자랐습니다. 그런데 대파에 봉우리가 너무나 많이 피어 올랐습니다. 아마 반절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다 쓸데가 있다네요.권성권
그래서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위를 생각해서, 멀리 충주 땅에서 보내 온 대파였으니 그냥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전화를 걸었던 것입니다. 장모님에게 봉오리가 생겨 쓸모가 없을 같으니, 그냥 뽑아 버리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 드릴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님. 그거요,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대파요. 다 잘 살았어요.”
“어떻게 했는데.”
“예, 비가 많이 와 줘서요. 저절로 살아났어요.”
“그래. 그럼, 잘 키워서 해 먹고 싶을 때 해 먹으면 되네.”
“예. 그런데요, 있지도 않던 봉오리들이 절반 이상은 생겼는데요.”
“그렇지. 우리 집 것들도 그렇더라고.”
“그럼, 그냥 뽑아 버릴까요. 쓸모도 없을 텐데요.”
“아니야, 이 사람아. 그것 나중에 씨앗으로 모아 놓으면 내년에 또 뿌리면 될 걸세.”
“아, 그런가요. 그걸 몰랐네요.”
어쩌면 그날 내가 하찮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한 번 더 생각지 않았다면 그날 난 그 귀한 것들을 잃었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때론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로 하찮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생각할수록 정말로 귀중한 사람이었던 것을, 그것을 나중이 돼서야 더 깨달을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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