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서 기도중인 파키스탄 남자들. 와지르 칸 모스크. 라호르김남희
스카프를 쓰고 다니며 가끔식 나는 중얼거리곤 한다.
'여자의 머리만 보면 성욕을 느꼈던 미치광이 율법학자, 가슴과 머리와 몸을 가려 남자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정신 나간 종교 지도자들에게 화가 있기를! 거룩한 알라와 예언자의 분노가 그들에게 미치기를!'
마지막으로, 인도를 벗어난 이후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 남자들의 친절도가 무한탄력을 받은 듯 엄청나게 상승했다. 인도의 델리에서 읽었던 정보노트에는 파키스탄을 여행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남겨놓았다.
"여자분들, 크리켓 방망이나 지팡이 들고 다니면서 엉덩이 만지는 남자들 죽여버리세요."
"엉덩이 만지는 남자에게는 무조건 따귀를 올려붙이세요. 그 자식이 뭐라고 변명하려고 들면, 다시 더 세게, 한 대 더 올려붙이세요."(정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두렵고 긴장된 마음으로 이 땅에 들어섰는데, 아직 단 한 건의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파키스탄으로 넘어온 이후 늘 과잉 친절에 시달려야 했다.
어딘가를 찾기 위해 거리를 서성거리면 곧 십수 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그 중에 영어 몇 마디라도 하는 가방끈 긴 남자가 꼭 하나는 있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다. 택시비를 안 받고, 차를 대접하고, 짐을 옮겨주고, 인터넷 사용료를 대신 내주려고 한다거나, 식사 초대를 하고, 관광안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 줄을 선다.
아무에게나 손 벌리기 좋아하던 옆 나라 사람들에 비해 자존심 강하고, 외국인을 환대하고, 손님 접대하기를 즐기는 파키스탄 남자들.
옆 나라 남자들은 접근했다 하면 주머니의 푼돈을 노리는 어설픈 사기꾼이거나, 어떻게든 한 번 즐겨보려던 속이 검은 남자들이 많았는데, 여기 남자들은 순수하고 친절한 호의가 앞서는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