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으로 자동차 연료도 뽑고 농업도 살리고"

[인터뷰] 바이오 디젤 생산업체 신한에너지 유정우 대표이사

등록 2005.04.22 15:23수정 2005.04.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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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정우 신한에너지 대표이사.

유정우 신한에너지 대표이사. ⓒ 오마이뉴스 이성규

바이오 디젤이란?

바이오디젤은 식물성유, 동물성지방 및 폐식용유 등 다양한 신·재생 원료를 알코올과 에스테르화 반응을 통해 제조되는 연료원이다. 경유와 특성이 비슷해 디젤자동차의 엔진변경없이 경유와 혼합해 사용이 가능하다.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등의 오염 유발물질의 배출량이 경유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황산화물도 20%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의 혼합 정도에 따라 BD-5(5% 혼합), BD-20(20% 혼합), BD-30(30% 혼합), BD-100(순 바이오 디젤)로 제품이 나뉘어진다. 독일에서는 BD-100이 시중에 시판돼 대량 보급되는 등 보편화돼 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의 바이오 디젤 사용을 의무화할 정도로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디젤(20%)와 경유(80%)를 혼합한 BD-20의 시범보급사업을 추진 중이다.
1897년 디젤 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이 처음 사용한 연료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땅콩이다. 루돌프 디젤은 1895년 개발중이던 디젤 엔진에 땅콩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을 넣어 엔진을 가동시켰다. 디젤 엔진의 최초 에너지원이 바로 바이오 디젤이었던 셈이다.

이후 경유라는 화석연료가 바이오 디젤을 급속히 대체했고 으레 디젤 엔진엔 경유만 주유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형성됐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으로 대기오염을 유발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바이오 디젤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신한에너지의 유정우 대표이사는 바이오 디젤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바이오 디젤 전문가다. 그는 프랑스 유학 시절 바이오 디젤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리곤 국내에서의 성공가능성에 주목하고 귀국해 2000년 신한에너지를 설립, 지금까지 연구와 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끈질긴 연구 끝에 세계 3위의 기술력을 확보할 만큼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정유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부정적 입장이 걸림돌

하지만 보급속도는 더뎠다. 정유업체와 자동차 업체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경유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바이오 디젤의 보급활성화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는 자칫 엔진(특히 CRDi)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유 대표는 "독일에서는 100% 바이오 디젤(BD-100)을 쓰고 있고 1700개 주유소가 공급을 하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바이오 디젤 보급확대에 부정적 시선을 겨누고 있는 두 업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업계 CEO들이 기업이기주의를 벗어던졌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또 정유업계가 앞장서 바이오 디젤의 친환경성을 광고하는 유럽 정유업체와는 달리 바이오 디젤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려는 국내 정유업계의 반응에 적잖이 당혹스러워 했다. 그렇다고 달려들어 한판 전쟁을 치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때로 침묵해야 승리한다"며 당분간 대응을 삼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는 땅에 유채 심는다면 일석이조 효과 얻을 것"

a 유정우 신한에너지 대표이사.

유정우 신한에너지 대표이사. ⓒ 오마이뉴스 이성규

이러한 관련 업계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디젤은 오는 5월 빛을 보게 된다. 산업자원부 등 정부가 '후원자' 역할을 든든히 해 준 탓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매진하고 있는 정부가 바이오 디젤의 친환경성에 주목해 관련법까지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유 대표는 "정부의 지원이나 법체계가 없으면 불가능했다"며 정부쪽의 노력을 평가했다.


그는 파탄 위기에 직면한 농업과의 상생전략에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다. 바이오 디젤의 활성화가 농민들에겐 새로운 생존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놀리고 있는 농토에 유채 등 바이오 디젤 연료원을 재배해 관상용으로도 활용하고 바이오 디젤도 뽑아내면 '일석이조'의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유 대표는 "전국에 수천만평의 유채밭이 있지만 모두 관상용"이라며 "때문에 꽃이 시들면 모두 없애버리는데 여기에 원료생산기술 등을 접목시키면 크게 산업화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일문일답] "정유업계, 기업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길"

다음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에 위치한 신한에너지 본사에서 21일 진행된 유정우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디젤엔진 최초의 연료는 땅콩 기름

- 먼저 왜 지금 시기에 우리가 바이오디젤에 주목해야 하는지부터 소개해달라.
"바이오디젤을 왜 해야 하는지 보려면 유럽을 봐야 한다. 유럽은 환경과 농민 문제부터 바이오디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바이오디젤의 원료격인 유채는 유럽에서 10년만에 2대 작물이 됐다. 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재배한다. 이모작이 가능하고, 전부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줄기는 내장재로도 쓰인다. 그리고 완벽한 대체 에너지라는 점,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점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될 수 있다. 유럽처럼 에너지원을 확보하면 농민에 큰 이득을 가져 다 줄 수도 있다. 산자부는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이 5%인 BD-5의 보급을 허가하겠다고 한다. 약 100만톤의 바이오디젤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치를 에너지 가치로 따져보면 1조원에 이른다. 유럽처럼 유채재배 농가에 보조금까지 주면 2조원이 넘는 규모가 된다. 이 정도의 시장이 있다면 작물로서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놀리고 있는 땅을 범국가적으로 조직화시키고 활용하면 산업화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다. 브라질, 인도도 국가적으로 키우겠다고 하고 있다. 기술개발이 빠른 우리나라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추진할 수 있다면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 공청회에서 SUV 차량인 투싼과 싼타페 등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출력감소 ▲고무 및 금속재료의 부식 ▲저장 안정성 저하 ▲저온 유동특성 저하 ▲동점도 상승 ▲인젝터 침전물 형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이미 바이오디젤은 새로운 연료가 아니다. 누적된 양으로 따지자면 현재까지 500만∼600만톤이 전세계에 공급됐다. 외국에서는 수천명이 연구를 해 왔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100%를 써도 문제가 없다.

단적으로 경유 자동차를 개발한 사람은 루돌프 디젤인데 가장 처음 썼던 연료가 바이오디젤이다. 루돌프 디젤은 1895년 개발중이던 디젤 엔진에 땅콩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석유 가격 떨어지니까 경유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다시 컴백을 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는 이미 완벽하게 검증이 됐다고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얘기를 한다. 예를 들어서 독일은 100% 바이오디젤(BD-100)을 쓰고 있다. 1700개 주유소에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 모델 가운데 BD-100을 활용하는 차종이 15개가 넘는다."

-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바이오디젤과 같은 대체에너지 상품을 국내 정유업체들이 반길지 의문이다. 이해관계가 배치되지 않나.
"그 사람들도 굉장히 관심이 많다. 다만 누가 먼저 할 것이냐 눈치를 보는 중인 것 같다. 많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고위 경영진들은 시장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등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은 정유회사가 적극적으로 바이오디젤을 사 주고 있다. 윤활성도 좋고 공해도 절감되고…. 국내 정유업체 몇 군데와 접촉을 해 봤더니 국민이나 환경에 대한 철학은 부족한 것 같았다. 아쉬웠다. 그분들이 기업이기주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 실제로 영업상 방해를 받은 적도 있나.
"산업자원부 지정 주유소에 바이오디젤을 공급하면 정유회사 영업사원이 찾아온다. 그리곤 바이오디젤을 많이 쓰면 주는 이익을 회수해 가겠다고 주요소쪽에 압력을 넣곤 한다. 하지만 서로 상생해야 한다. 서로 대승적으로 고민하게 된다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유업계 기업이기주의에서 벗어났으면..."

- 자동차 연료시장만 보면 결국 연료전지쪽으로 옮아갈 확률이 높은데 그 사이에서 바이오디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값싼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물의 열분해가 아니고, 메탄 등의 화석연료를 활용해야 한다. 즉 화석연료 써서 수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다시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연구하는 부분은 바이오 에너지다. 생산기반이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태양열이나 풍력처럼 저밀도가 아니다. 바이오에너지는 생명체가 고밀도화 한 것이다. 그래서 고밀도 에너지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소경제가 실현되기 전 10∼20년 동안은 바이오 에너지로 많이 집중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그리고 수소경제가 100% 에너지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 연구하면 바이오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활용도에서 일정 부분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원료는 어떻게 수득하고 있는가.
"원료는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 미국은 대두를 많이 쓴다. 유럽은 유채나 해바라기가 많다. 현재 우리는 대두유와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다."

- 신한에너지는 유채꽃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 등에도 유채가 많지 않나. 곧바로 활용할 수는 없나.
"제주도는 생산체계도 안 돼 있고 관리도 안 되고 있다. 유채 씨앗이 ㏊당 900㎏ 밖에 안나온다. 제대로 관리를 하면 약 3000∼4000㎏ 나온다. 우리나라의 유채밭은 수천만 평에 이른다. 경남 창녕, 경북의 경산시, 대전, 군산 등에 유채밭이 있다.

하지만 모두 관상용이다. 꽃이 시들면 모두 없애버린다. 아쉽다. 걷어가라고는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벨 수도 없지 않나. 게다가 유채를 재배할 수 있는 기반기술 개발이 아직 안돼 있다. 생산기술 등이 접목되면 내가 보기에 크게 산업화할 수 있다. 여기에 정책적인 부분만 조직화시키면 빨리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경유와의 가격경쟁력이 관건..."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 가능"

- 문제는 화석연료인 경유와 가격경쟁력이 있겠느냐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국내에서 유채재배를 할 경우 가격 자체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럽은 30만㏊를 기준으로 생산기술이 개발돼 있다. 하지만 농림부는 논은 6㏊, 밭은 3㏊ 규모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때문에 유럽기계설비를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인건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부분이 숙제이다. 초기에는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해결하고 기술개발을 통해서 다량생산을 해서 원가를 절감해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 가격은 어느 정도로 팔릴 수 있나.
"경유와 같은 가격으로 갈 것이다. 그래도 잘 팔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유 가격이 올라가지 않나. 휘발유 대비 85%까지 올라가 이익이 발생하면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농민에 나눠주고 싶다. 회사 운영에 문제가 안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정밀화학제품에 집중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 곧 공급되기 시작하는 BD-5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봐도 되나.
"성공하느냐 아니냐는 바이오디젤의 품질에 달려있다. 바이오디젤 5%를 섞더라도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고민인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정유회사 4사, 자동차업체 3사, 인젝터 회사 등이 함께 모여 품질기준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인증기관도 만들려고 한다.

사실 폐식용유에 메탄올을 조금 넣으면 바이오디젤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을 자동차에 공급하면 차가 멈춰 버린다. 뿐만 아니라 유럽 수준의 품질 기준으로 제어해 주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이오디젤 확대 보급의 키는 결국 품질에 있다는 얘기다.

품질이 검증된 BD-5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 BD-100(바이오디젤 100%)를 써도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가 생산해 낸 BD-100을 싼타페 등 디젤자동차에 넣어봤더니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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