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11년에 영화감독이 된 농부

'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하다

등록 2005.04.25 17:45수정 2005.04.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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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과 마주치는 때가 많다고 하지만 내가 영화감독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정말 단 한 번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숱한 적성검사나 진로검사 심지어 사주팔자에도 안 나오던 영화감독이라니. 아직도 얼떨떨하다.

4개월에 걸친 긴 영화수업이 엊그제 끝났다. 수료작품 시사회가 잘 끝난 것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왕(王)의 제국' 안내 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왕(王)의 제국' 안내 글전희식
이에 따라 이번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월 29일과 5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내 작품이 상영되게 되었다. 영화 제목은 <왕의 제국>(The empire of kings)이다. 세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만들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필름 워크숍'에 등록하여 4개월 동안 집중해서 영화공부를 했다. 이 기간 동안 주말과 휴일을 다 반납하고 공부를 했다. 작품 마감일이 다가오면서는 밤도 새며 편집 작업을 해야 했다.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전희식
이 작품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매를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몸을 가꾸는데 치중하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상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매스미디어의 입김에 의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작품을 통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자신의 몸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왜곡된 미의식을 고발하며 참된 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새겨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었다.

워크숍 동안 유명한 독립영화 감독들을 강사선생으로 만나 영화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만도 큰 기쁨이었다. <작은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을 비롯하여 <송환>의 김동원 감독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최진성 감독 등이 그들이다.

시나리오 작법을 배우고 조명과 음향, 사운드 편집까지 배우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었다. 눈이 부울 정도로 영화도 많이 봤다. 한마디로 영상매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영화수업 동안에 보게 된 수십편의 다큐영화와 극영화들은 자본이 지배하는 상업영화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립영화의 매력을 접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2005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필름 워크숍 수강생들
2005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필름 워크숍 수강생들전희식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영화를 보기만 하던 일반인을 손쉽게 영화 제작자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이로 인해 스크린에 일대 혁명이 일고 있는 것이다. 거대자본의 극영화만이 스크린을 지배하다가 우리의 일상과 일반인의 생활정서가 당당히 스크린과 모니터 위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과 직장인들, 시민단체 실무자들이 함께 공부했다. 유일한 40대인 내가 탈락하지 않고 수료작품을 낼 수 있었던데는 젊은 팀원들의 열정과 체력에 힘입은 바 크다.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영화에 대한 내 상식과 경험은 저 어둠의 80년 독일인 기자가 찍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비디오에 뿌리가 닿아 있다.

자취방에 모여 숨죽여가며 보았던 '광주비디오'는 큰 충격이었다. <파업전야>의 강렬한 인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샌디아고에 비가 내린다>나 <전함 포템킨> 등등.


영화를 촬영중인 팀원들
영화를 촬영중인 팀원들전희식
엉뚱하게 시작한 영화공부 4개월

마음먹은 대로 작품이 잘 되지는 않았다.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많다. 좀더 부지런히 공부하지 못한 것도 후회스럽다. 그러나 극장의 스크린 뿐 아니라 TV와 컴퓨터, 휴대폰과 거리의 전광판까지 확장된 영상매체들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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