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원 혹 떼려다가 되레 혹 붙여

<월간조선> 우종창씨 법정진술..."100만원 수표, 박지원 아닌 김영완으로부터 받았다"

등록 2005.04.26 17:37수정 2005.04.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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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김영완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우종창(<월간조선> 편집위원)씨가 박 전 장관에 대한 '현대비자금 150억 수수' 혐의 대법원 파기환송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이날 같은 혐의로 증인 소환요청을 받은 또 다른 언론인 P씨(D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지방 J일보 사장)는 재판부에 보낸 불출석사유서에서 "김영완씨 계좌에서 나온 돈과 관련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전제하고 "김영완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거나 벤처 투자를 권유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투자하고 돌려받지 못한 돈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우종창 편집위원과 P씨의 진술에 따라, 김영완씨 계좌에서 나온 박지원 전 장관의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언론인들의 법정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려던 검찰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었다.

우씨 "박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것 아니고 2000년 말 김영완씨로부터 직접 받았다"

26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수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종창 편집위원은 "김영완씨의 차명계좌에서 나왔다고 하는 100만원짜리 수표를 박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2000년 말 김영완씨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장관이 김영완씨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이 돈이 언론인 등에 건네졌다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게 됐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일관되게 "김영완씨로부터는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우종창 위원은 이어 "박 전 장관은 3차례 만난 바 있으나 모두 다른 후배 기자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취재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김영완씨는 1989년부터 알기 시작해 해마다 한두 차례 만남을 가진 사이"라고 진술했다.

우 위원은 그러나 어떤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김영완씨에게 알아보라"는 말로 대신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우 위원은 또 "박 전 장관으로부터는 1998년 모 음식점에서 동료기자들 서너 명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5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완 계좌에서 나온 박지원씨 돈 받은 혐의로 전·현직 언론인 4명에 증인 소환장


한편 이에 앞서 서울고법 형사2부는 검찰이 박 전 장관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한 전·현직 언론인 4명을 증인으로 채택, 소환장을 발송했다고 20일 밝힌 바 있다.

당시 소환장이 발송된 언론인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우 위원과 지방의 J일보 사장 P씨 외에 모 라디오 방송사 사장 K씨, 전직 J일보 정치부장 대우이자 정부 산하기관장인 K씨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한 김영완씨 계좌에 대한 추적에서 이들 언론인들에게 김씨 계좌에서 나온 수표가 건네진 것을 확인, 이날 공판에서 이같은 내용을 부각시키면서 박 전 실장이 김씨를 통해 돈(150억원)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부분을 입증할 계획이었다.

또 이를 입증하기 위해 우 위원 등을 은밀히 소환해 관련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 출석한 우 위원은 작심한 듯 "검찰에서 '간단히 확인만 하면 끝나는 사안'이라고 해서 진술한 것인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면서 강하게 반박해 이병석 공판관여 검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출석을 요구받은 전·현직 언론인 중에 우 위원 외에는 이날 공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다음 기일 공판 증인으로 이들을 다시 채택함에 따라 이들이 출석할지, 또 출석해서 어떤 진술을 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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