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한 번 캐보세요

지난 일요일, 마산근교에 있는 바다를 찾았습니다

등록 2005.04.29 09:12수정 2005.04.2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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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마산근교에 있는 바다를 찾았다.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나왔다. 아내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 손을 잡고 바닷가로 뛰어갔다. 갯바위 틈새에 작은 웅덩이가 하나 보인다. 그곳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내가 신기한 듯 웅덩이를 들여다본다.


웅덩이 안에는 작은 새우가 있었다. 아이들은 그걸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손으로 잘 잡히지 않았다. 아내는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것을 펼쳐들고는 물 위를 훑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작은 새우가 손수건에 착착 달라붙는 것이었다. 아내는 금세 여러 마리를 잡았다. 다른 집 아이들이 몹시 부러워했다. 아내는 한 마리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a 아낙네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아낙네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 박희우

나는 바닷물에 맞닿은 갯바위 쪽으로 갔다. 그곳에서 소녀가 무언가를 캐고 있다. 소녀는 흰 장갑을 꼈다. 한 손에는 칼을 들었다. 바구니도 보인다.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녀는 홍합을 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갯바위에 홍합이 덕지덕지 붙었다.

이곳은 한때 홍합으로 유명했다. 나의 셋째 형님도 이곳에서 인부로 일한 적이 있었다. 홍합은 맛있다. 특히 국물이 시원하다. 횟집이나 포장마차에 가면 지금도 홍합국물을 많이 내놓는다. 나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셋째형님은 비닐포대에 하나 가득 홍합을 담아오곤 했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밤늦게까지 홍합을 삶아 먹었다. 그래도 질려서 못 먹었던 기억은 없다.

아내도 갯바위에서 홍합 몇 개를 땄다. 된장찌개 끓일 때 넣는다는 것이었다. 어디 된장찌개뿐이겠는가. 미역국 끓일 때 넣어도 맛이 그만이다. 그전에는 홍합을 초장에 묻혀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홍합에 독소가 많다고 해서 사람들이 잘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어쩌면 유년 시절에 먹었던 그 홍합을 다시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괴롭혀대는 것이었다.

a 할머니가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 박희우

벌써 점심때가 된 모양이다. 가족 단위로 갯벌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아이들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집에 가자고 조른다. 우리 가족은 집을 향했다. 얼마쯤 갔을까, 너른 갯벌이 보인다. 그런데 갯벌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였다. 바지락을 캐는 사람들이다. 아낙네들이 일렬횡대로 쭈그려 앉았다. 그 품이란 게 꼭 양파 모종을 심는 것 같다. 족히 삼사십 명은 넘어 보였다.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나는 차에서 내렸다. 갯벌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바지락 캐는 아낙네를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낙네의 노래 소리라도 들릴 법하건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갯벌은 고즈넉함 그 자체였다. 새도 날지 않았다. 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때였다. 할머니 한 분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다. 그 모습이 흡사 밀레의 ‘만종’을 보는 것 같다. 혼자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넉넉함이 배어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나는 그 장면도 사진에 담았다.


나는 이번 주 일요일에 그 갯벌을 다시 찾을 것이다. 바지락을 한 바가지 캐서 칼국수를 끓여먹어야겠다. 아내와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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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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