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잔나비의 사냥법
“누구냐!”
남한산성을 지키던 병졸하나가 한밤중에 암문으로 들어서는 낯선 이들을 보고서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추위에 떨며 선잠을 자고 있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무기를 잡고선 몰려들기 시작했다.
“흥분 마시오. 모집에 응하여 성 밖으로 소식을 전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옷을 입고 지친 표정으로 들어선 이들은 바로 두청과 서흔남이었다. 병사들은 반신반의하며 경계를 풀지 않았고, 북성 대장 원두표가 직접 와서야 그들의 신분이 확인될 수 있었다.
“용케 들어온 것이 가상하긴 하나 왜 이리 늦었나? 도원수께서 보낸 군관도 예전 같지 않게 간신히 다녀갔는데 이 어려운 때에 무슨 전갈을 가져 온 것인가?”
얼마 전에는 선전관 민진익이 글을 지니고 몰래 나가 여러 도의 근왕병들에게 조정의 명을 전하겠다고 청하여 나갔지만 청군의 방비에 막혀 되돌아오기를 세 번이나 되풀이 하다가 결국에는 화살에 맞아 부상까지 입은 일이 있을 정도였다.
“도원수, 황해 병사, 전라 감사의 장계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원두표는 장계를 인조에게 올렸다. 며칠 전 인조가 믿던 완풍부원군 이서가 병들어 죽은 일이 있었고, 그에 인조는 크게 상심한 바 있어 안색은 더욱 어두워 보였다.
“도원수 김자점, 황해 병사 이석달, 전라 감사 이시방… 대체 이 자들은 무엇 하는 자들인가?”
인조는 장계를 힘없이 덮어놓으며 허탈한 표정으로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성안은 이미 어떻게 항복할 것인가를 두고 의논이 있었지만 차마 이를 적극적으로 꺼내어 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모집에 응하여 장계를 가지고 온 서흔남과 두청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도록 하라.”
인조는 깊이 한숨까지 쉬며 어명을 하달한 후 일어섰고 대신들은 자리에 앉아 전황을 논하였다.
“전라병사가 승전보를 알려 왔으니 희망은 있지 않겠소이까?”
영의정 김류가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며 침통한 조정의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전에 다른 소식들은 강원 감사가 분전하고 있으나 오랑캐들의 수가 많아 고전하고 있으며. 다른 곳의 근왕병들은 소식조차 묘연하며 도원수는 적의 군세를 말하며 진격할 듯을 비추고 있지 않는 등 암울한 소식뿐이었다.
“어르신 계십니까?”
안첨지가 승병들의 거처를 찾아가 두청을 보고 한 소리에 그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큰 공을 내려 나라님께서 내리신 성은을 받았으니 어르신 소리를 해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두청은 아무 말 없이 뒷간이라도 가는 양 빠른 걸음으로 앞 서 갔고 안 첨지는 이를 뒤쫓아 갔다.
“왜 나를 구태여 찾은 것이냐? 응?”
인적이 없는 곳에 가서도 두청은 여전히 기분 나쁜 표정을 풀지 않았다.
“밖의 일은 잘 풀린 듯하오나 안의 일이 어렵게 되었사오이다.”
“내가 언제 성안의 일까지 신경 쓰게 되었느냐? 그건 네 놈이 알아서 할 일 일터.”
“초관 장판수라는 자를 아시옵니까? 왜 성 밖으로 같이 나간 일도 있지 않사옵니까?”
두청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로 인해 곤란 한 일이 많았기에 성 밖으로 보내어 없어버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살아서 성안으로 교서관에 있던 계집까지 데리고 온 후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렸습니다. 그 놈에게 제 수족과도 같은 이진걸까지 잃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그 자가 성안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말을 잘 들어 보소서.”
안 첨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두청이 남한산성에 오기 3일전의 일을 얘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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