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비극 '대물림'

<호주는 지금...> 경찰 수사 태만에 가족들 분노

등록 2005.05.05 21:07수정 2005.05.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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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익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문제가 공분을 사고 있을 즈음 호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전파를 타 안방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매주 월요일 밤 8시에 방송되는 호주판 '그것이 알고 싶다'인 ABC TV의 '오스트레일리안 스토리(Australian Story)'는 최근 강간을 당한 한 여학생과 그녀 가족의 고통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열세 살(Thirteen)'을 방영했다.

13세된 문제의 여학생은 동네 불량배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또 다시 윤간의 희생양이 되는 불행을 당했다.

방송에 따르면 시드니에 사는 피해 여학생은 지난 2003년 5월 친구 집에 놀러갔다 중동 계의 청년들 두 명에게 납치돼 강간을 당했다. 이후 여학생은 정신적 쇼크와 대인 공포에 시달려 오던 끝에 8개월이 지난 14세 생일, 돌연 집을 나간 채 행방불명됐다.

알고 보니 5일 동안 여학생은 8명의 폭력배들에게 차량에 탄 채 끌려 다니며 윤간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만신창이가 된 여학생은 집 근처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인데다, 학교에서조차 'the rape girl(성폭행당한 소녀)'이라는 낙인을 찍어 가족을 극심한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더욱이 방송은 여학생의 아버지 또한 13세와 17세 때 동성애자들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점을 들며, 한 가족의 불행에 기이한 우연이 겹쳐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가장 주목을 끈 점은 여학생의 아버지를 겁탈한 범인이 무려 25년만에 잡혔다는 점이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딸이 참혹한 사고를 당하고 불과 몇 달 후의 일이었다.

여학생의 가족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경찰이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가족의 말에 따르면 딸이 처음 강간을 당했을 때 경찰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실종 신고 후에도 수사팀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 이와 함께 이후 윤간 사실이 드러나고 범인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고 재차 신고했으나, 경찰의 미지근한 태도엔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학생의 가족은 시드니가 너무 무서워 도망가다시피 이삿짐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TV 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TV 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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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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