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이 가장 밝았네

부처님 오신 날 앞둔 아차산 영화사 풍경

등록 2005.05.06 00:49수정 2005.05.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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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 10여일 후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도 초파일에 누군가와 함께(대개는 어머니나 할머니) 가까운 절에서 담백한 산채 비빔밥 한 그릇 먹은 기억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 둘러본 절은 공간이라는 공간에는 모두 빽빽하게 등이 걸려있었습니다.

불교의 오래된 이야기 중에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위국(슈라바스티) 기원정사에 머무실 때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여인 난타가 자신이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기름을 사서 밝힌 등이 어느 누구의 등보다도 오래 불을 밝혔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등을 밝히는 이유도 그러한 지극한 정성으로 그 분이 오신 길을 밝히고 또 스스로를 밝히는 빛을 삼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휴일을 이용해 광진구에 위치한 아차산 영화사에 들러봤습니다.

a 영화사 대웅전에도 초파일을 알리는 걸개가 걸렸습니다.

영화사 대웅전에도 초파일을 알리는 걸개가 걸렸습니다. ⓒ 정상혁

일주문을 들어서니 갖가지 색의 등이 온 도량을 뒤덮은 것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a 형형색색 등이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형형색색 등이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 정상혁

대웅전을 뒤로 하고 내려다 본 등이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역시 장관입니다.

a 줄줄이 이어진 등이 꼭 용의 몸통 같기도 합니다.

줄줄이 이어진 등이 꼭 용의 몸통 같기도 합니다. ⓒ 정상혁

등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이고 어두운 곳에 걸릴수록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산으로 향하는 이 길은 밤이면 굉장히 어둡겠죠? 그 어두움을 내가 켠 등 하나가 밝혀준다면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 공덕이 있을까요?

a 저라면 이곳에 제 등을 걸고 싶습니다.

저라면 이곳에 제 등을 걸고 싶습니다. ⓒ 정상혁

형형색색의 등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마치 저 계단의 끝에는 깨달음의 세계가 있지 않을까요?

a 저 계단의 끝에는...

저 계단의 끝에는... ⓒ 정상혁

저 꼬리표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들입니다. 그 소망은 마치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처럼 오래오래 꺼지지 않고 타오를 것입니다.

a 초파일이면 자기 가족의 등을 찾느라 분주하겠지요?

초파일이면 자기 가족의 등을 찾느라 분주하겠지요? ⓒ 정상혁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여전히 나란히 걸려 있는 등은 아름답습니다.

a 등 아래에 가시면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등 아래에 가시면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 정상혁

조계종 전 총무원장이자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월주 스님의 성지순례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a 이곳 영화사에는 부처님 성지 사진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 영화사에는 부처님 성지 사진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 정상혁

이번 초파일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가까운 절에 들리셔서 담백한 산채비빔밥도 한 그릇 드시고 연등도 구경해 보는 것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5월 8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가 펼쳐집니다. 직접 참가해도 좋고 길거리에 서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도 흥겹습니다.

연등축제 홈페이지 http://www.llf.or.kr

덧붙이는 글 5월 8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가 펼쳐집니다. 직접 참가해도 좋고 길거리에 서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도 흥겹습니다.

연등축제 홈페이지 http://www.ll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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