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64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5.06 21:54수정 2005.05.0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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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전된 게 유산탄이 맞지?"

점 있는 초관이 선장이 확인하는 것을 보고도 미덥지 못한지, 소포를 조준하고 있는 선원에게 물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이렇게 인접했을 땐 그저 유산탄이 딱입죠!"

소포에 부착된 철제 방탄판 뒤에서 소포(小砲)를 쥐고 있던 이물쪽 사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물과 고물에 각각 배치된 구경(口徑) 3치(9Cm)의 소포는 고폭탄과 유산탄 모두를 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고폭탄은 보총의 탄환이 확대된 형태로 한지에 기름을 먹여 굳게 말아 감은 탄피에 충격식으로 폭발하는 고폭탄 포환을 연결하여 발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유산탄은 포환의 탄피는 그대로 두고 탄두를 한 덩어리의 고폭탄 대신 300여 개의 납환을 넣은 탄두를 붙임으로써 마치 거대한 산탄총처럼 발사되도록 한 포탄이었다.

500보 내의 근거리 직사나 1500보 내외의 원거리 곡사를 쏠 경우 고폭탄을 사용하고, 50~150보 내외의 근거리에서 다수의 인마를 대상으로 할 경우 유산탄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처럼 50보 가량의 해안과 100여보 가량의 해안 솔밭을 지향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이 어둠에 가린 불특정 장소를 지향해야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유산탄을 쓰는 것이 유리 했기에 초관이 확인한 것이었다.


"어허~이 사람들 정말 우릴 뭘로 보고, 정말 이러기여? 본영에서 나오면 다여? 어째 하는 짓이 장수나 군관이나 다 의심투성이인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선장이 짐짓 노한 투로 면박을 주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선장님. 그게 매사 불여튼튼이라, 헤헤."

점 있는 초관이 뒤통수를 긁으며 히죽거렸다. 별반 미안해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하도 흑호대, 흑호대 하기에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더니 별것 아닌 것 같구먼. 아까 물 밖으로 뛰어나간 이들은 그래도 대가 차보이던데 어째 자넨 초관이라면서 그 모양인가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히히히, 잘 보셨습니다요. 우리 점백이 성님은, 아니, 우리 점 초관님은 초관에 임명된 지 열흘도 안 됩니다요."

옆에서 해안을 향해 마병총을 겨냥하고 있던 사내가 고개만 돌려 대화에 끼어들었다. 조금산이었다.

"저는 오장 조금산입니다요. 저기 저 희멀건 한 년석이 박동입지요."

조금산이가 다시 소개했다. 고물 쪽에서 미동도 없이 보총을 겨눈 채 해안을 노려보고 있는 동이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 그럼, 자네들이 그 마두산 때 흑호대여?"

선장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렇다니까요."

조금산이가 자랑스럽게 대꾸했다. 자신들의 소문이 해도의 수군에까지 알려진 것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아니, 얼마나 중한 거래이길래 해도(海島) 수영(水營)의 배까지 동원하고, 자네들까지 나섰는가?"

"거래도 거래지만, 이 일이 끝나면 저흰 해도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흑호대원이 좀 과하게 동원되었지요. 저흴 포함해 스무 명이면 단일 출행으로선 유래가 없는 인원입니다."

초관 점백이가 대답했다.

"그렇긴 해. 흑호대원이 그렇게까지 떼로 동원된 예는 들어본 바가 없네. 그런데 해도로 들어가선 무슨 일을 하려는고?"

"너무 많은 걸 알려하지 마십시오. 아마 해도의 수영장께는 기별이 갔을 것입니다."

"참내 사람들 의심도 많고, 비밀도 많네 그려. 내 더러워서 더는 묻지 않음세."

겉으론 토라진 척 하나 선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돌아섰다.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어도 이미 솔밭에서 불빛이 모래 사장쪽으로 나서고 있어서 점백이를 포함한 흑호대원들이 모두 해안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므로 말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특히 박동이라는 이와 그 주변의 몇은 총을 난간에 올려놓고 응시한 채 눈을 떼질 않았다. 어둠을 힘겹게 밀어내고 있는 저 편의 초롱 하나를 의지해 목표물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러다 엄한 사람 쏘는 것 아녀? 이렇게 어두운데, 헌데 마두산 소문을 들어보면 가능한 이야기인 듯도 하고….'

선장은 초롱 두 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해안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릅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지요."

솔밭 쪽에서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말에 배에서 내린 사내가 응수했다. 상단끼리 서로 알아보도록 미리 약조된 암호였다.

솔밭에서 나온 사람은 중인 갓을 쓴 자와 환도에서 손잡이를 떼지 않고 있는 수행원 둘이었다.

"이번 출행을 맡은 행수 서문길 이옵니다. 좌장어른께는 운산 광산 물주의 자제께서 친히 나오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초면입니다. 이번 출행의 호위를 맡은, 권가 성을 쓰는 기범이라 하오이다. 이번 출행은 우리가 직접 맡게 될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라오."

권기범이 구태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안면만 텄다. 상단을 이끌고 이 고을 저 고을을 섭렵해야 하는 행수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지라 서문길의 눈빛도 녹녹치 않아보였다.

"여부가 있겠습니다. 짐꾼들을 빼고 저희 쪽 장정들은 해주의 객주에 머물도록 해 놓았습니다."

"고맙소. 짐을 싣도록 하시오."

권기범이 개성 상단의 행수 서문길에게 권했다.

"짐을 내거라!"

서문길이 솔밭쪽을 향해 나직이 외쳤다.
솔밭 쪽에서 짐 실은 나귀와 지게 짐을 진 인부들이 줄줄이 나섰다. 나귀 여섯에 짐꾼이 여덟. 호위하는 장정이 둘 더 따라 나왔다. 둘 다 손엔 화승총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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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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