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금대리 계곡에서 느낀 생명의 숨결

아이들과 함께 계곡을 찾았습니다

등록 2005.05.07 22:02수정 2005.05.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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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하늘이 너무 좋아 준수와 광수를 데리고 치악산 금대리 계곡을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들녘의 정취를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려 했던 것이지요.

길가 돌무더기 사이에 핀 민들레 줄기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팔뚝에 하얀 테두리의 도장을 찍으며 놀던 기억이 아이들에겐 없습니다. 길가에 핀 꽃보다 인터넷 검색해서 확인한 꽃이 더 눈에 익은 아이들입니다.


소쩍새 마을을 거쳐 매표소를 지나 한참을 가다가 차에서 내렸습니다. 햇살이 제법 강했지만 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워낙 시원해서 아이들과 얘기하며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비 온 뒤의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녹색 옷 갈아입은 산자락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섭니다. 시선을 낮추어 아래를 보면 작고 귀여운 꽃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뱀딸기꽃
뱀딸기꽃이기원
노란 뱀딸기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꽃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광수는 애기똥풀꽃 아니냐고 되묻고 준수는 모른다고 도리질을 합니다. 뱀딸기꽃이라고 가르쳐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봅니다. 왜 징그러운 뱀이 꽃 이름에 붙어 있냐고 묻습니다.

뱀딸기꽃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뱀을 연상할만한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노란색의 작고 귀여운 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뱀은커녕 환하게 웃는 아이의 천진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노란 꽃이 지고 난 뒤 맺히는 빨간 열매에서도 뱀의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뱀딸기란 이름이 붙었을까요? 확실한 연유는 알지 못합니다. 뱀딸기 많이 달린 논두렁 돌무더기 사이에 뱀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일까요?


어린 시절엔 꽃보다는 열매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문만 열고 몇 발짝 걸어 나가면 군것질 거리가 지천으로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따로 군입질거리가 없던 시골 아이들은 산이며 들에서 열매를 따먹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뱀딸기도 그렇게 먹던 열매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로 따서 먹는 달고 맛있는 열매는 아니었습니다. 달지도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밋밋한 맛입니다. 논두렁길 따라 걷다가 몇 개 정도는 따서 먹지만 뽕나무 오디나 멍석딸기처럼 한없이 따먹지는 않았습니다.


멍석딸기꽃
멍석딸기꽃이기원
멍석딸기 줄기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연한 보랏빛 꽃은 화려하지도 곱지도 않은 수더분한 모습입니다. 꽃으로만 비교하면 뱀딸기꽃이 훨씬 고운 편입니다. 하지만 열매로 따지면 멍석딸기가 훨씬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채 익지 않은 건 새콤하지만 터질 듯 빨갛게 익은 걸 따서 먹으면 달디 단 맛이 입안 가득히 퍼져 나갑니다. 그 맛에 취해 열매를 따다 보면 팔이며 다리에 가시덩굴에 긁힌 자국이 늘어갑니다.

들녘에 서서 발 아래를 살피다 보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이며 생명체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알려고 애쓸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이름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붙인 잣대일 뿐입니다. 그 잣대에 얽매어 바라보는 자연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이기원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이기원

계곡에서 만난 곤충들
계곡에서 만난 곤충들이기원
낙엽을 뚫고 피어난 이름 모를 꽃의 청아한 모습입니다. 바위 위를 기어다니는 이름 모를 곤충의 모습입니다. 계곡에 발 담그고 앉아 있는데 겁도 없이 바짓가랑이에 날아와 앉은 태평한 녀석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계곡을 찾은 준수와 광수
계곡을 찾은 준수와 광수이기원
봄날의 계곡에선 무수하게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꽃도 있고 열매도 있습니다. 기어다니는 놈도 있고 날아다니는 녀석도 있고 물 속에서 사는 녀석도 있습니다. 비 온 뒤 계곡을 찾은 우리들도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하나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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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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