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에 모판을 넣고 비닐을 씌운다. 농사는 협업이 필요하다.전희식
동네 일꾼들이 다 모였다. 경로당에 앉아 TV나 보셔야 할 환갑진갑 다 지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허벅지까지 오는 물 장화를 신고 발걸음도 당당하게 왁자지껄 들이닥쳤다. 밀짚모자를 쓴 사람도 있었고 챙이 큰 모자에 수건을 두른 사람도 있었다.
"소양동네 사람이 먼저 왔네? 아츰은 자셨소?"
얼굴이 익은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알아보았다. 나를 정환이 먼 친척뻘 형으로 안다.
정환이가 기계를 돌리자 사람들은 총감독이 없어도 이심전심으로 자기 배역을 골라 일을 시작했다. 모판을 기계 롤러 위에 올려놓는 사람, 볍씨를 자루에서 꺼내 자동라인 깔때기에 붓는 사람, 흙을 퍼다 나르는 사람.